요즘 잠을 통 못 잔다. 기분도 이상하고, 또 이게 언제 끝날까 막연함만 가득하지. 다시 침대에 누워서 연명하는 삶에 대해 고민하다, 미래에 대해 고민하다 잠이 들었다. 잠이 취해 누군가와의 연결도 모두 끊은 채, 그저 멍하니 누워만 있다. 이건 비밀인데 요즘은 전자담배를 태운다. 흡연자들이 들으면 비웃을 이야 길거 같지만. 중독을 싫어하니 니코틴과 타르 없는 걸로, 살찌기 싫어서 간식 대용으로 0칼로리 간식이라는 친구의 말이 번뜩 떠올랐다. 그래서 충동적인 구매를 했고 노래를 들으며 입에서 뿜어져 나오는 연기를 보며 한가득 멍을 때렸다.
그렇게 시간을 죽이고, 또 죽이고 죽였다. 나이에 대한 부담이 사라졌다. 코로나로 몇 년을, 사건으로 몇 년을 모든 걸 잃어왔던 시간이라 생각하니 마음이 편했다. 그러나 또 잃지 많은 않았다. 그 순간들이 있었음에 지금의 나의 방향이 생기고 길이 생긴 거니까. 툭하면 잠을 못 잔다, 또 툭하면 잠이 든다. 못 자면 너무 못 자고 잘자면 너무 잘잔다. 5분 내리 깨워도 난 일어나지 못했다. 나를 깨우던 언니 말을 들어보면 너무 평온한 표정이라 마치 죽은 사람의 모습이었다고 한다. 내가 과연 살아있는 게 맞는 걸까?
또 잠을 못 자고 서울로 갔다. 잠이 오지 않을 때 맞는 주사는 서울에서만 맞을 수 있기에, 지방에선 내 이야기에 대해 모르고 그 약을 처방하지 않으려 하기에 약이 없다.
"잠을 못 잤어요, 링거 좀 맞춰주세요"
하면 병실로 들어간다. 병실의 이름은 VIP실. 어느덧 정신의학과의 VIP가 돼버렸다보다. 그렇게 한숨 자고 나면 괜찮아진다. 숙소로 갈 땐 멍한 정신을 부여잡고 잠이 들지 않게 노력한다.
나아질까, 정말 내가 나아질까 생각한다.
그래도 의사 선생님의 말을 회상해 본다. 사건이 끝난 이후로는 약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마약성 수면제를 끊어내고 있다고. 그렇게 말했다. 잠을 통 못 자던 게 나아지려고 약을 끊어내려고 그랬던 거다.
약을 끊어내는 건 내겐 의미 있는 일이다. 사건 이후로 시작된 약복용, 그걸 끊어내는 건 사건을 끊어내는 것과 같다. 천천히 옭아매어졌던 사슬을 풀고 다시 나의 삶으로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는 데에 있다. 잃어버린 시간.이라 생각하지만 그 시간 동안에 내가 진정 원하는 바들이 무엇인가를 생각했다. 그리고 그것들이 내 삶에 녹아들었다.
"앞으로 원하는 삶은 뭐예요"
"호주에 워킹홀리데이를 가서 뭘 하려고요?"
라는 물음에 난 그냥 본능적인 대답을 한다.
"서핑이랑 다이빙을 하며 살 거예요."
머릿속엔 온통 그뿐이다. 글을 쓰고 서핑이랑 다이빙을 할 거다. 호주에서 돈을 벌고 호주와 발리, 뉴질랜드에서 서핑을 할 거다. 뉴기니도 가고 싶다.
더 깊은 사유를 하고 더 잘하고 싶다. 언어를 더 잘하고 싶고, 잘 살고 싶다. 내가 좋아하는 걸 하며 잘 살고 싶다.
머릿속 사고가 단순해졌다. 좋아하는 걸 잘하기 위해 어떻게 돈을 벌지. 좋아하는걸 위해 어디로 가야 하지. 무엇을 하든 어디에 있든 상관이 없다 나는. 나아지고, 결국 그런 삶을 살게 될 거다. 그럴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