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바다바람 Nov 11. 2023

요즘이야기

내가 사랑하는 것들

겨울에 태어나 여름소녀 같은 행색을 한 요즘이다. 여름 내내 바다를 돌아다닌 덕에 시커먼 피부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그래도 많이 하얘졌다 생각했는데.

"어머, 해외 다녀오셨다보다"라는 소리를 수영장에서 또 들었다.


 요즘 나의 행색은 꽤나 자유분방하다. 쌀쌀한 겨울이나 나시에 반바지를 입고, 그 위에 서핑샵에서 드디어 구매한 로브를 입는다. 맨살에 닿는 보들보들한 로브의 촉감이 좋다. 걸을 때마다 행복하다.

최근에는 자신의 긴 머리를 좋아한다는 사람이 있었다. 나도 그랬다. 내 층이난 긴 머리를 좋아하고, 이제 갈색머리가 거의 다 사라져 끝에만 조금 남은 흑발에 끝에 조금 남은 색이 꽤나 마음에 든다.

한 일주일 전인가. 살이 쪄서 몸이 무거웠는데, 재판 관련 소식덕에 약 먹고 운동하고 잠만 잤더니 살이 또 빠졌다.

잘 먹고 운동을 쉬면 금세 살이 찌고, 며칠을 앓으면 살이 쭉 빠진다. 뭐 이제 조금 쪄도 살이 어떻게 해야 빠지는 줄 알고, 어떤 내 모습이 마음에 드는지 알 것 같다. 예쁜 나이 스물다섯을 지나 스물여섯, 만 나이로 스물넷, 다음 달이면 다시 스물다섯이다. 그 예쁜 나이라는 게 어떻게 해야 내가 더 매력적 이어 보이는지 알기에 그렇다는 걸까? 주변 친구들은 점점 더 예뻐진다. 자신의 매력을 더 알고, 자신의 개성이 더 진해지기에 말이다. 나도 그렇겠지.


 좋아하는 것을 찾을 때다. 스무 살 초반 무렵에는 스무 살 중반에 취업하지 않으면 무슨 사회에서 도태되는 사람이 되는 줄만 알았다.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나가면 무슨 용암이 나를 쫓아오고 그걸 급하게 달려 피하는 그런 모습이었다. 근데 막상 스무 살 중반에 백수의 상태를 여러 번 경험해 보니, 그게 다가 아니란 걸 알게 됐다. 내가 아파서 일을 못할 수도 있는 거고, 회사를 다니지 않고 프리랜서로 활동할 수 있다는 것. 정말로 이상이 아닌 내 사업을 해낼 수 있다는 것들을 깨달았다. 그리고 조금씩이지만 좋아하는 것이 돈이 될 수 있다는 것도. 참 올해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몇 번이나 죽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몇 번이나 이상한 사람을 만났고, 그 몇 배만큼 행복했다. 그래도 우울한 수보다는 행복한 순간이 많았다. 난 아이스크림 한입에, 불어오는 바람에, 이불의 촉감에 행복해하는 행복의 허들이 낮은 사람이니까. 어떤 우울이든 불행이든 그 자그마한 행복들이 모여 모두 걷어내고 말겠지. 어떤 순간의 나는 남들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럼 됐지.


 좋아하는 게 너무 많다. 서핑, 주짓수, 수영, MMA, 프리다이빙, 스킨스쿠버, 중국어, 영어, 스페인어, 일본어, 중앙아시아어, 시사, 경제, 독서, 글쓰기 모두가 내 관심사다.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는데, 그건 어떻게 하는 건데요. 매 순간에 그것에 집중하고 딱 다음 것들을 해내는 그런 기질을 가지고 있다. 그러다 이도저도 못된다는 말을 많이 들었지만, 나름 모든 분야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무거운 짐을 질질 끌고 가 그 성과가 느리긴 하나, 끈질긴 집념으로 반드시 해내고 만다. 몇 가지는 거의 다 왔다. 물론 목표에 도달하면 그다음 과정들 이 있고, 그에 맞는 경험도 있을 거다. 그 단계를 평생 동안 해낼 생각에, 그리고 더 많은 변수들이 있을 거라는 생각에 설렌다. 내일은 또 어떤 일이 있을까. 어떤 사람을 만날까. 그 사람에겐 내 어떤 장점으로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그런 것들. 다 잘하고 싶다. 다 잘 해낼 거다. 난 무엇이든 될 수 있으니까. 내가 한 가지로 정의되기 싫다. 메타몽처럼 어설프더라도 모든 형태를 갖출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아직은 그럴 시간과 체력이 있으니  어떤 형태든 바뀔 수 있을 거다. 뭐 나중엔 정착해서 한 가지 모양으로 굳어질 수 있으나 지금은 그럴 거니까. 나의 한계를 결정짓지 않기로 했다. 나를 정의하는 것들을 흘려보내기로 했다. 그러니 마음이 가벼워졌다. 한결 가벼워졌다.

작가의 이전글 내가 부패된 시체로 발견된다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