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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생은 두강이로
08화
엄마 울지 말아요.
제8화
by
도희
Dec 1. 2022
엄마의 눈가가 촉촉하다 못해 축축하다.
코는 또 어떻고.
엄마 코는 너무 솔직하다.
울고 나면 루돌프 사슴코처럼 빨개져 감추려야 감출 수가 없다.
아무래도 또 나 땜에
그런가 싶어 괜히 울적해진다.
사실 난 엄마가 아빠를 졸라 이 집에 오게 됐다.
아빠는 먼저 간 은비 할머니
(14살의 나이로 2019년 사망)를 보낸 후
다시는 강아지를 키우고 싶지 않다고 했었다.
어쩌다 전원주택러가
되고, 어쩌다 다시
개 아빠가 되긴 했지만
원래 집안에서 키울 수 있는 아이를 원했다고 한다.
하지만 엄마의 똥고집에 아빠는 당할 수가 없다.
그렇다고 아빠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건 아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주 양육자는 아빠다.
아침, 저녁 산책과 운동, 내
방과 화장실 청소 등 아빠의 일과는 이 몸 두강으로 시작해서 두강으로 끝난다.
엄마는 말만 번드레하지 나의 주체할 수 없는 에너지를 감당할 수 없다.
아빠의 겨드랑이가 가끔 가려운 이유는 아마 날개가 생기려고 하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날개 결사반대다. 난 어떡하라고.
아빠는 퇴직 후 여행도 많이 다니고 자유롭게 살고 싶었지만, 자유 대신 나를 택했다.
나를 두고 여행 가기란 쉽지 않다.
무려 15Kg에 가까운 덩치에 원기 왕성한 나의 에너지와 깨 발랄은 아무나 감당하긴 어렵다.
애견 호텔이 있지 않냐고?
엄빠가 가끔 이웃 사람들에게 얘기하는 걸 들은 적이 있다.
이전에 은비 할머니를 애견 호텔에 맡겼더니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아팠었다고,
그래서 나도 맡기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정말이지 아빠는 개 아빠 노릇이 쉽지 않다고 아~~ 주 가끔
엄마에게 이야기한다.
이해한다.
온종일 나에게 얽매이는 하루가 아빠의 자유롭던 삶을 구속한다.
그런 이야기를 나눌 때면
엄마는 괜스레 아빠에게 미안해서
입을 씰룩거리며 코가 빨개진다.
어찌 됐던 내 마음도 편치 않기는 마찬가지다.
근데 엄빠는 내가 아주 똑똑하다는 걸 잊고 있는 모양이다.
나를 두고 가면 되잖아, 뭐가 문제지?
난
겁나 똑똑해서 다 알아서 할 수 있는데 괜한 걱정이다.
밥이나
물만 많이 주고 가면
알아서 먹으면 되지.
설마 한꺼번에 다 먹고 배 터져 죽기야 하겠어.
화장실도 두 개나 되는데
도대체 뭐가 걱정이람.
난 혼자서도 잘 먹고 잘 쌀 수 있다.
단 조건이 있다.
1일 3번. 개 껌 종류별로 1개씩, 사과, 치즈 고구마말이, 육포에 비스킷 1 봉지를
끼니마다 준다고 계약서에 사인만 한다면
뭐, 이박 삼일 정도는 충분히 견딜 수
있다. 물론 사고 안친다는 보장은 못한다.
그럴려면 특별보너스가 필요하다.
이를테면 잘 삶은 닭 한 마리나 족발같은~
어쨌든 빨간 코 엄마를 달래줘야겠다.
엄마의 심신 안정을 위해 다정하게 백허그를 했다. 그리고 돌아서서 긴 혓바닥으로 '스으윽' 엄마 코를 핥았다.
내가 뽀뽀 맛집이다.
엄마가 에퉤퉤 손을 내저으며 웃는다.
성공이다.
오늘 밤 꿈에서라도 엄빠를 여행 보내야겠다.
그리고
이 집을 독차지하여 나만의 자유를 만끽할 테다. 으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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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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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Brunch Book
이번 생은 두강이로
06
제게 왜 그러신 거예요?
07
골든 푸들이 아니라 골든 두들이라니까요
08
엄마 울지 말아요.
09
나는야 질투의 화신
10
여긴 어디, 나는 누구?
이번 생은 두강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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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글로 공감과 위로를 나누고 싶습니다. 일상에서 건져 올리는 작은 기쁨과 감정, 소중한 순간들을 글로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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