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울지 말아요.

제8화

by 도희

엄마의 눈가가 촉촉하다 못해 축축하다.

코는 또 어떻고.

엄마 코는 너무 솔직하다.

울고 나면 루돌프 사슴코처럼 빨개져 감추려야 감출 수가 없다.

아무래도 또 나 땜에 그런가 싶어 괜히 울적해진다.


사실 난 엄마가 아빠를 졸라 이 집에 오게 됐다.

아빠는 먼저 간 은비 할머니(14살의 나이로 2019년 사망)를 보낸 후

다시는 강아지를 키우고 싶지 않다고 했었다.

어쩌다 전원주택러가 되고, 어쩌다 다시

개 아빠가 되긴 했지만

원래 집안에서 키울 수 있는 아이를 원했다고 한다.

하지만 엄마의 똥고집에 아빠는 당할 수가 없다.


그렇다고 아빠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건 아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주 양육자는 아빠다.

아침, 저녁 산책과 운동, 내 방과 화장실 청소 등 아빠의 일과는 이 몸 두강으로 시작해서 두강으로 끝난다.

엄마는 말만 번드레하지 나의 주체할 수 없는 에너지를 감당할 수 없다.


아빠의 겨드랑이가 가끔 가려운 이유는 아마 날개가 생기려고 하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날개 결사반대다. 난 어떡하라고.

아빠는 퇴직 후 여행도 많이 다니고 자유롭게 살고 싶었지만, 자유 대신 나를 택했다.

나를 두고 여행 가기란 쉽지 않다.

무려 15Kg에 가까운 덩치에 원기 왕성한 나의 에너지와 깨 발랄은 아무나 감당하긴 어렵다.

애견 호텔이 있지 않냐고?


엄빠가 가끔 이웃 사람들에게 얘기하는 걸 들은 적이 있다.

이전에 은비 할머니를 애견 호텔에 맡겼더니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아팠었다고,

그래서 나도 맡기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정말이지 아빠는 개 아빠 노릇이 쉽지 않다고 아~~ 주 가끔 엄마에게 이야기한다.

이해한다.

온종일 나에게 얽매이는 하루가 아빠의 자유롭던 삶을 구속한다.

그런 이야기를 나눌 때면 엄마는 괜스레 아빠에게 미안해서

입을 씰룩거리며 코가 빨개진다.



어찌 됐던 내 마음도 편치 않기는 마찬가지다.

근데 엄빠는 내가 아주 똑똑하다는 걸 잊고 있는 모양이다.

나를 두고 가면 되잖아, 뭐가 문제지?

겁나 똑똑해서 다 알아서 할 수 있는데 괜한 걱정이다.

밥이나 물만 많이 주고 가면 알아서 먹으면 되지.

설마 한꺼번에 다 먹고 배 터져 죽기야 하겠어.

화장실도 두 개나 되는데 도대체 뭐가 걱정이람.

난 혼자서도 잘 먹고 잘 쌀 수 있다.


단 조건이 있다.

1일 3번. 개 껌 종류별로 1개씩, 사과, 치즈 고구마말이, 육포에 비스킷 1 봉지를

끼니마다 준다고 계약서에 사인만 한다면

뭐, 이박 삼일 정도는 충분히 견딜 수 있다. 물론 사고 안친다는 보장은 못한다.

그럴려면 특별보너스가 필요하다.

이를테면 잘 삶은 닭 한 마리나 족발같은~


어쨌든 빨간 코 엄마를 달래줘야겠다.

엄마의 심신 안정을 위해 다정하게 백허그를 했다. 그리고 돌아서서 긴 혓바닥으로 '스으윽' 엄마 코를 핥았다.

내가 뽀뽀 맛집이다.

엄마가 에퉤퉤 손을 내저으며 웃는다.

성공이다.


오늘 밤 꿈에서라도 엄빠를 여행 보내야겠다.

그리고

이 집을 독차지하여 나만의 자유를 만끽할 테다. 으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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