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긴 어디, 나는 누구?

제10화.

by 도희

역시! 오늘도 완벽한 외모야.

이 똘망한 눈동자에 윤기 흐르는 코하며, 굽실거리는 털.

음! 매력덩어리 두강이 자식.


오늘은 초겨울 날씨처럼 쌀쌀하고 바람까지 분다. 하지만 이 몸은 문제없다.

갈색 털코트로 감싼 내 몸은 한겨울 눈밭에 굴러도 까딱없을 것 같다.

뭐 털이 좀 자라긴 했지만 요즘은 장발이 대세다.

난 여전히 폼나고 귀티가 잘잘 흐른다.


곧 사과 먹을 시간이다.

식후 디저트로는 뭐니 뭐니 해도 사과가 제일이다.

한입 베어 물면 육즙이 팡 터지면서 아삭한 식감이 최고다.

전에 마트에서 사 온 사과는 영 맛이 별로였다. 과일은 제 돈 주고 크고 좋은 걸 사 먹어야 한다고 그렇게 말해도.

돈 몇 푼 아낀다고.…

‘짠순이 엄마’

그래도 이번에 밀양 얼음골에서 사 온 부사는 꽤 먹을만하다.

앞으로 쭈욱 이 몸 두강에게

얼음골 부사를 진상토록 하라.


그나저나 오늘따라 엄마가 늦다.

‘우당탕탕’ 드디어 내려오나 보다. 좀 조신하게 걷지. 저러니까 늘 자빠지고 멍이 들잖아.

‘부릉부릉’ 차 시동은 왜?

느낌이 좋지 않다.

혹시나는 역시 나이다.


엄빠가 차에 태워 강제로 데려간 곳은 애견미용실이다.

시도 때도 없이 땅바닥에 드러눕는 내가 목욕이 뭐 필요하며, 곧 겨울이 온다는데 외투를 사주지는 못할망정 털을 깎는다는 게 말이냐, 방귀냐.

놔, 싫어 ~. 발버둥치즌 날 두고 엄빠는 가 버렸다.


흐응~ 근데 이모인지 누나인진 모르나 초면에 실례되는 줄 알지만

폰 번호가 어떻게 되시나?

너~무 예쁘다.

하지만 반전 매력.

아름다운 얼굴처럼 부드러운 손길로 나를 다룰 거라고 생각한 건 완전한 착각이었다.

그녀는 일말의 망설임 없이 나의 털을 죄다 밀어 돼지처럼 만들어 버리고, 빨래처럼 벅벅 문질렀다.

엄~마, 엄마 살려줘요~

'괜찮다'는 달콤한 속삭임은 커녕 덩치 큰 녀석이 엄살 부린다고 욕만 바가지로 들었다.

치욕스런 3시간이 지나고 엄빠가 왔다.

너무 허전하고 기분이 이상해서 거울을 보여 달랬더니 개무시하고 실실 웃으며 차에 태운다.

집에 도착하니 피곤이 몰려온다. 오랜 시달림에 몸도 마음도 지쳤다.

만사가 귀찮아 눈 좀 붙이려는데 유리창에 뭐가 보인다.


‘잰 또 누구냐’

생긴 거 하곤. 어디 빈민촌에 있다 왔나, 우중충한 몰골에, 인상도 찌그러진 게 보기에도 불쾌하다.

근데 어째 좀 낯익은 것 같기도 하고...

엄마, 거울 좀 가져와 봐요.

혹시, 설마, 그럴 리가 아아악! 안돼~


불행한 예감은 빗나가지 않았다. 꼬리가 아니었다면 나조차도 몰라볼 뻔했다.

아니, 여태까지의 나는 털빨이었단 말인가?

내 털. 돌려줘 줘 줘 줘 줘......

이건 아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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