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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생은 두강이로
12화
반항아 두강이 가출 사건
제12화
by
도희
Dec 20. 2022
즐겁게 춤을 추다가 그대로 멈춰라.
~
즐겁게 뛰어놀다가 그대로 달아나~
오후 4시가 되면 마당에서 공놀이,
원반 던지기, 뜀박질 등 체력단련을 한다.
그중에서 아빠가 던져주는 공을 잽싸게 물어 오는 놀이가 제일 재밌다.
열심히 운동을 한 덕에
나의 보디라인은 장난이 아니다.
아직 군살이라곤 없는
귀여운 배,
탄력 있는 꿀 벅지,
나 털 찐 거지 절~대 살찐 거
아니다.
인형을 마사지하는 사이 돌아보니 어째 조용하다. 마당에 아무도 없다.
아빠는 지하 창고에,
엄마는 썬룸에 들어갔나 보다.
오, 이런! 신이 주신 기회다.
나는 갑자기 너무 흥분되어 현기증이 났다. 가자. 빨리
이전부터 눈여겨봐 왔던 마당 한쪽
남천(울타리 나무 이름) 가지 사이를 비집고 미지의 세계로 달렸다.
자유다.
집 너머는 고구마밭, 소나무 숲,
풀밭이 펼쳐져 있다.
목줄 없이 집 밖으로 나온 건 처음이다. 그것도 나 혼자.
고삐 풀린 말처럼 달린다.
자유가 이토록 아름다운 것이던가
.
공기마저 달콤하다.
언젠가 가보리라 벼르던
소나무 숲까지 잽싸게 뛰었지만 막상 가까이 가보니 살짝 겁이 났다.
숲 속에서 바스락 소리가 나고
시커먼 뭔가가 휙 지나갔다.
내 꼬리가 순간적으로 말려 들어간 걸
아무도 눈치채진 못했겠지.
나 쫄보 아니야, 그냥 꼬리가 가려워서
다리 사이에 넣고 긁을라고 그런 것일 뿐.
저만치 고구마밭 언저리에서 까치 한 마리가 손짓하길래 살금살금 다가가고 있는데 마당에서 엄마가 내 이름을 부른다.
이제야 내가 없어진 걸 눈치챘나 보다.
간식을 들고 나오더니 “까까”라고 외친다. 어이없다. 아니, 내가 그깟 간식 따위에 목매는 애긴 줄 아나.
이곳저곳 다니며 냄새 맡고, 살피느라 정신없는 틈을 타 아빠가 리드 줄을 들고
날 체포하러 나왔다.
울그락불그락, 표정이 장난 아니다.
워매, 그러면 내가 겁낼 줄 알고 나는 아빠를 약 올리려고, 잡혀 줄 듯 말 듯하며 신이 나서 뛰어다녔다.
약 오르지롱^^
아빠는 내가 쉽게 체포되지 않자
나의 최애 장난감 삑삑이 인형을 들고 나와 소리로 유혹했다.
하마터면 장난감 가지러 뛰어갈 뻔했지 뭔가.
하지만 내가 누구냐, 개춘기 반항아 두강님이시라고.
가출 청소년이 방황한 곳
신나게 30여분을 쏘다니다 보니 허기가 급속도로 몰려온다. 뱃가죽이 등에 가서 붙어 북소리가 들릴 뻔했다.
이쯤 하면 콧구멍에 바람도 넣었고, 아빠 체면도 세워 줘야 하니 순순히 잡히기로 한다.
이렇게 나의 외출인지,
가출인지 알 수 없는 탈출 소동은 맥없이 끝나고 말았다.
내 반항의 끝은 엄마의 독사 같은 눈빛과 아빠의 폭풍 잔소리. 그리고 저녁 후식 없음으로 돌아왔다.
딴 건 참을 수 있는 데
껌은 줘야 할 것 아닌가. 오늘은 블루베리 맛 껌 씹을 차례인데.
에이
!
밥 먹고 껌 안 씹으면 찝찝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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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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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오줌싸개 아니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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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희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글로 공감과 위로를 나누고 싶습니다. 일상에서 건져 올리는 작은 기쁨과 감정, 소중한 순간들을 글로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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