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간 전부터 내 방에 온 엄마가 청승을 떨고 있다.
내 옆에 쭈그리고 앉아 아무 데나 싸지 말고 배변판에 쉬해야 한다고
나를 달래고, 어르고, 잔소리를 해대는데 아주 귀에서 피가 날 지경이다.
아직 마렵지도 않은데 계속 쉬를 하라고 배변판으로 데리고 간다. 배변판에 오르면 간식을 주니, 올라가긴 한다만 난 절대 그 위에서 쉬를 할 생각이 병아리 눈물만큼도 없다.
간식을 몇 개 먹고 물을 들이켰더니 신호가 온다.
쉬가 마려워오자 난 다리를 꼬았다. 난감한 상황이다.
엄마가 지키고 있으니 아무 데나 쌀 수도 없고, 그렇다고 배변판 위로 갈 수도 없고.
아! 엊그제 배운 '진퇴양난'이란 말을 이럴 때 쓰는 거구나.
아, 아~ 쉬 마려. 못 참겠다.
엄마 눈치를 보다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배변판 옆에 싸 버렸다.
씨~원하다. 이제 살 것 같다. 하마터면 오줌보 터질 뻔했지 뭔가.
"야~"
잠시 의자에 앉아 휴대폰을 만지작 대던 엄마가 소리를 지른다.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기차 화통을 삶아 먹었나?
엄마 제발!
그런 표정 지으면 얼마나 못생겼는지 알아요? 안 그래도 별론데~
질펀한 내 오줌을 대걸레로 닦으며 씩씩대던 엄마는 이제 거의 울먹일 지경이다.
하긴 엄마가 그럴 만도 하다.
벌써 열흘도 넘게 배변판 바깥에 볼일을 보니 청소는 둘째치고 내가 모자란가 싶어 걱정도 되겠지
하지만 내게도 나름 이유가 있다.
지금으로부터 12일 전. 배변판 위에 올라가서 막 시원하게 볼일을 보려는 찰나
나의 이 육중한 몸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배변판이 ‘삐~걱’ 소리를 내면서 미끄러지는 게 아닌가?
하마터면 자빠질 뻔했다.
'엄마야~'
사실 아무도 없었기에 망정이지 덩치는 커다란 녀석이 놀란 꼴은 내가 생각해도 우스꽝스럽다.
만약 그 순간 나의 순발력이 없었다면 전치 2주 이상의 골절상은 나왔을 것이다.
보아하니 엄빠 둘 다 백수 같은데 개 보험도 안 든 살림이 더 궁색해질 뻔하지 않았나.
돈이 없으면 내 밥을 작게 줄지도 모르고. 껌이나 간식도 못 얻어먹을 수도 있다.
그러느니 차라리 바닥에 싸고 청소를 시키는 편이 낫지 않은가.
이래 봬도 나는 효심 깊은 개다.
그건 그렇고, 배변판이 미끄럽다고 몇 번이고 눈치를 줬건만 엄마, 아빠 둘 다 알아채지 못한다.
눈치 없는 기이 인간이가?
바닥에 미끄럼 방지용 패드 하나만 깔아도 해결될 일을 이리 나를 힘들게 하네.
개껌 팔아서 강아지 말 번역기라도
하나 사던가 해야지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