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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희 Dec 05. 2022

어, 한 사과에도 다른 맛이 ?

Larisa-K, 출처 Pixabay

 ‘아침 사과는 금(金)’이라는 말을 많이 들어왔다.

매일 사과를 먹으면 ‘의사를 멀리하게 된다.’는 말도 있다.

그래서인지 여름부터 이듬해 4월까지 우리 집 아침 식탁엔 사과가 빠지지 않는다. 

녹색의 상큼한 아오리부터 새콤 달콤한 홍옥, 과즙이 많고 당도가 놓은 부사. 종류에 따라 맛은 다르지만 사과가 갖고 있는 효능은 비슷하다.     


마침 친하게 지내는 이웃에게 사과 한 상자를 선물로 받았다. 이웃분의 친구가 밀양 얼음골 농장에서 직접 재배하는 껍질 채 먹을 수 있는 친환경 사과이다.


오늘 아침도 금(金)을 나눠 먹기 위해

사과 한 개를 깎는데 사과의 색이 부분적으로 조금 차이가 난다.

한쪽은 노르스름하고 또 한쪽은 약간 푸른빛이 도는 하얀색이다.

‘음, 틀림없이 노란 부분이 더 맛있을 거야’

내 예상은 맞았다.

햇빛을 많이 받은 노란 부분은 단맛이 강하고, 하얀 부분은 싱겁고 신맛이 났다.

참 신기하다.

한 가지에 달린 사과가 맛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지름 10㎝내외의 사과 한 알에서도 다른 맛이 나다니.

같은 품종에 한 나무, 한 가지 안에서도 기본적인 맛은 비슷하지만 미묘한 차이가 나는 것은 아마도 수분이나 햇볕을 받는 양의 차이 때문일 것이다.


남편과 사과를 나눠 먹으며, 한 나무에서 자란 사과도 이렇게 맛이 다를 수 있는데

한 부모에게 태어난 자녀라 하더라도 성격이나 외모가 다른 건 당연하다는 얘기를 하다가 문득 은비가 생각났다.

은비는 14년을 함께 살다 무지개다리를 건넌 나의 반려견이다.     



 17년 전 아들이 10살 무렵.

같은 아파트에 살던 지인 가족과 함께 저녁식사를 했다.

그 집 아이들과 우리 아이는 서로 친한 사이라 낮에 저희끼리 의논을 했든 모양으로 각자 서로의 부모에게 강아지 키우는 게 소원이라며 졸라댔다.

혼자 외로움을 타던 아들이 그토록 소원하니 동생 대신 원하는 강아지라도 안겨 주고 싶어 다음 날 펫 샵에 강아지를 보러 갔다.

지금 생각하면 참 부끄러운 일이지만 그 당시만 해도 우리의 인식이 부족하여 큰 죄책감 없이 향했다.


양쪽 집 아이들은 생후 2개월이 갓 지난 자매 지간의 하얀 몰티즈 2마리를 보고 좋아라 했고,  각각 한 마리씩 분양을 받아 데리고 왔다. 지인의 강아지는 ‘보리’라는 이름으로 우리 강아지는 ‘은비’가 되어 각자 다른 견생의 길을 가게 된 것이다.     


데리고 올 땐 분명 털빛만 약간 차이가 있었지 크기는 비슷했었던 두 강아지는 서너 달도 지나지 않아 체급 차이가 눈에 띄게 보였다. 보리는 은비보다 키와 덩치가 훨씬 클 뿐 아니라 성격도 달랐다. 보리가 먹성이 좋고, 활달하고 움직임이 많으며, 독립심도 강한 성격인 반면, 은비는 밥에 초연하고 온순하고 조용한 성격에 귀여움을 독차지하고 싶어 하는 공주견이었다.


보호자의 성격, 양육 방법에 따라 자매지간이었던 두 강아지는 체구도 성격도 확연히 달라진 것이다.

유전적 요인이 우선이겠지만 후천적인 양육 환경에 따라 강아지도 체형과 성격이 이렇게 달라질 수 있다는 걸 알고 꽤나 놀랬었다.       


   



 우리는 주위에서 형제나 자매의 성격이 비슷한 사례도 많이 보지만  ‘같은 형제간인데도 어째 저리 다를까?’ 하는 경우도 흔히 접할 수 있다.

선천적인 요인을 제외하고 본다면 아이들이 성격 형성에 가장 영향을 많이 받는 시기인 어릴 적 부모의 양육 방식에 따른 차이 일수도 있다.     


자녀가 둘 이상일 때 보통 첫째에게는 기대를 많이 하게 된다. 

그래서 엄격하고 ‘ ~다움’을 요구하다 보니 소극적이고 참을성이 많으며 틀 안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편이다.


내리사랑이라고 다음 자녀에게는 아무래도 너그럽고, 허용적인 태도를 많이 보인다. 

그리고 첫째에게 꾸중을 하다 보면 둘째는 눈치 빠르게 알아서 하는 경우도 많다.      


아이들이 어릴 적에 부모는 곧잘 형제간을 비교 대상으로 삼기도 한다. 

경쟁심을 유발하다 보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지만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형(동생)은 (?)을 잘하는데 너는 왜 못하니?” 등의 비교를 당하며 상처를 받는다.

어린 시절 형제간의 지나친 경쟁이나 질투를 유발하게 되면 은연중에 내면화되어 성격 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하니 부모가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학교는 그 기질이나 성격이 제각각인 많은 아이들이 있는 곳이다.

명랑하고 얼굴 표정이 밝아 사랑받고 자란 티가 확연히 나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늘 어두운 표정을 짓거나 욕설을 입에 달고 사는 아이, 매사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는 학생들. 참 다양하다.

그중 문제 행동을 일삼는 학생들을 상담해보면 대부분 가정에서부터 문제의 원인이 시작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욕설과 폭력을 일상적으로 달고 사는 학생은 보통 그 부모님이 가정에서 자녀들에게 억압적이거나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많았다.


학교 현장에서는 ‘문제 가정은 있어도 문제아는 없다.’라는 표현을 자주 쓴다.

가정환경이나 부모의 양육방식에 따라 아이들의 타고난 성격이나 태도가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는 점을 뼈저리게 실감했다.     


 나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

부부교사인 데다 아이가 하나밖에 없다 보니 바르게 자라게 하고 싶은 마음에 지나치게 엄격하게 키웠다. 

그러다 보니 아이가 어릴 땐 눈치를 많이 보았고 사춘기 시절엔 반항도 꽤 했었다.

고등학교 시절엔 아이와의 갈등이 절정에 달했던 것 같다. 

학교에 가도 선생님, 집에 와도 선생님 둘이 버티고 있는 것 같아 중압감을 느낀다는 말을 듣는 순간

아차 싶은 생각이 들면서 너무 미안했었다.

가장 따뜻하고 위로받아야 하는 집에서조차 마음 편히 쉬게 하지 못했다는 생각에 아직도 가끔 그때 일을 떠올리며 사과한다.     





출처: Joyful garden

 요즘 아이 키우기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정말 쉽지 않다. 맞벌이 부부의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그러나 함께 있는 시간이 많다고 해서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짧은 시간이라도 아이와 함께 있을 때 최선을 다해서 공감하고 소통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가정에서 느끼는 따뜻함이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되면 타인의 아픔에 대해서도 공감하고 공동체 안에서 조화로운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갈 것이다.     


“벼는 농군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자란다”는 옛말이 있다.

키우는 동·식물도 보살피는 이의 손길에 따라 그 결과가 달라지는데 사람은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가정에서 충분한 사랑과 존중을 받는 아이들이 자신을 소중히 여기고 

남도 배려하는 건강한 사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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