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수영러의 고충. 그러나 나를 재정비하는 시간
토요일 아침...손목에서 워치가 진동을 한다. 새벽 5시.. 조금 더 자자. 몸을 뒤척이고 사륵거리는 여름이불을 당겨 덮는다. 따뜻하고, 편안하고 정말 편안한 이불속은 정말 행복한 곳이다...
5시 17분, 5시 30분 간격을 두고 울리는 나의 운동메이트 워치(수영용품 중 최애)
나의 최애가 그만 일어나라고 재촉한다. 최대한 버틸 만큼 버티고 일어난다.
너무너무 귀찮다. 잠시 '오늘은 가지 말까'하고 잠깐 생각하다가 나중에 밀려오는 후회가 싫어서 옷을 갈아입고 워치 충전량확인하고 핸드폰을 챙긴다.
터덜터덜, 귀찮고 힘든 걸음을 떼고 자동차를 찾아 시동을 건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 확인하고 출발한다. 한여름이라 새벽 5시 40분은 밝다. 도로에 차도 많다. 다들 부지런하다. 수영장 가는 길. 가다 보면 같은 목적지를 향하는 차들로 추려진다. 5시 50분이 다가온다. 최소 50분부터 샤워해야 준비운동을 할 수 있다. 완벽주의도 아닌 대충러인 주제에 왜 준비운동을 꼭 해야겠다는 강박이 생겼는지. 우습지만.. 시간을 계속 확인한다.
부스스한 머리, 반팔 티셔츠에 반바지, 얼굴은 숙이고 다닌다. 내 꼴을 알기에 그냥 직진이다. 빨리 씻고 준비운동 끝나기 전에 수영장 입성이 목표다.
월초에는 일찍 오지 않으면 줄 서야 한다. 최악이다. 월말 돼가면서 사람들이 빠지긴 하지만 나는 준비운동 끝나기 전에 들어가야 한다. 서둘러 씻고 낑낑대며 수영복을 입는다. 이마를 뽀득하게 비누로 닦아내고 수모도 안쪽을 비누로 뽀득하게 씻어낸다. 안 그러면 수영중 수모가 자꾸 올라가서 모자가 머리 위로 붕~ 뜨는 우스운 모습이 되기도 하니까 말이다. 아직 준비운동 안 끝났다. 나름 속성으로 필요한 스트레칭 하고 운동 순서를 맞춘다. 회원들과 눈 인사하고 물 온도 체크, 물에 몸을 담근다.
선생님의 지도하에 자유형 워밍업 50m 두 바퀴 돌아주고 킥판 잡고 발차기 등등 그날의 운동량을 채운다. 운동을 하다 보면 처음엔 힘들지만 점점 몸이 풀리면서 도파민 뿜뿜한다. 앞 사람과 멀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 부지런히 팔 돌리고 발차기한다. 해야 하는 영법을 제대로 하기 위해 집중하다 보면 어느새 수업 막바지가 되어간다. 가쁜 숨을 몰아쉬고 수업 마무리를 한다.
아침저녁으로 수영하면 하루에 최소 4번을 씻게 된다. 피부 자극이 심해지니 피부 안 좋아지고, 머릿결 개털되고 탈모도 온다는 사람이 있다. 손발톱도 상해서 약해지고 갈라지는데도 불구함에도 불구하고 수영을 포기하지 못한다. 나이 들고 체력이 점점 저하되어 수영장 갈 때마다 갈까 말까 갈팡질팡하는 시간이 점점 길어지면서도 나는 꿋꿋하게 수영장으로 간다.
수영은 나를 재정비하는 시간이다
일하러 가지 않는 날에 수영마저 가지 않으면 아마 종일 안 씻고 있을 수도 있다. 씻는다는 건 나를 돌보는 일이고 나를 재정비하고 무언가 시작을 하게 만들어준다. 그 시작이 새벽이라 좋다. 그렇게 오늘도 수영을 다녀왔다. 수시로, 혹은 종종 게으름과 나태로 그날 하루 통으로 날려버리기도 하지만 수영을 하면 그래도 하나는 건진 거다. 그렇게 조금씩, 하나씩 행동하고 하루하루를 쌓아간다.
그래서 오늘도 귀찮지만 일어나서 저스러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