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자녀와의 좌충우돌 일상.. 이 방법, 저 방법 다 적용해 볼 밖에
결혼생활 시작했을 때나 20여 년이 지난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고 생각이 된다.
기름보일러의 외풍이 심한 5층 건물의 15평 군관사에서 시작했던 신혼생활. 중고차로 저렴히 구입해서 타고 다니며 수리비가 구입비보다 더 들었던 나의 첫 차 초록색 마티즈
지금은 민간아파트 방네개에 몇 년 전 구입한 자동차 그리고 성인이 된 첫째부터 미성년 남자아이 둘.
둘이 시작해서 현재 다섯이 되어있다.
살아가는 환경과 공간은 많이 넓어졌고 편리해졌다. 그럼에도 완전한 행복을 느끼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뭐가 그리 불만이고 맘에 안 드는 건지. 욕심이 너무 많은 것인지 잠시 고민도 해본다.
남들 다 그렇게 살고 있고 아이들도 다 자기 할 일 해가며 살아가고 있는데
나는 열심히 나름 살아가고 있는데 너희들은 아닌 것 같다. 이렇게 늦게까지 자야 하는 거니? 그래 시험 끝났다고? 이제 좀 놀겠다고? 알았어... 터지는 속을 부여잡고 놀게 뒀는데 2학기 기말시험 끝나고 겨울 방학 내내 놀고먹고 하고 있다. 물론 다행히도 학원은 갔다. 고맙다.
고등학교 들어가면 좀 달라질 거라 생각했는데 여전히 늦게 일어나고 중요한 시기인데 너는 전혀 중요한 게 없는 거 같다. 너를 따라 귀여운 막냉이도 따라 하는 거 같다. 그래도 눈치 빠른 녀석이라 너 깨울 때 잠결에 내 목소리 듣고 벌떡 일어나 화장실 가며 나의 눈도장을 찍는다. 너와는 점점 감정이 상해 가고 말하기 싫어지고 전화번호 서로 번갈아가며 차단했다가 풀었다가 이게 뭐 하는 짓인지 모르겠다.
머리가 굵어지며 자라면서 겪어가는 자연스러운 과정. 너도 이제 독립을 하려고 그러는구나 생각은 하지만.. 계속 잠만 자면 안 되잖니~ 지각하면 안 되잖니~ 일하러 가는 것도 아니고 학교는 최소 15분 전에 도착하면 안 되겠니? 나는 어렸을 때 내 방하나 가져보는 게 꿈이었는데 너는 니 방을 그렇게 어질러 놓아야겠니? 난 아직도 내 방이 없는데 말이야.. 참고로 내가 가장 많이 생활하고 있는 부엌과 거실은 내 방이 아니다.
녀석과 감정 소모를 하며 나의 밑바닥과 유치함을 이 나이에 표출하고 있어 나도 참 어른으로서 민망하다. 얼굴만 성숙하지 말고 인격과 내면이 성숙해야 하는데 나도 미안한 마음이다.
어렸을 적 내가 너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잘 알거라 본다. 영상이 많이 남아있고 너도 그 영상 보는 거 재밌어하고 좋아하니까. 그것만 기억해 주라. 내가 많이 사랑했고.. 지금도 사랑.... 하고 있다는 것을... 다행히 집 안 나가고, 학교는 그래도 꼬박꼬박 가 줘서 고마워... 너의 혼돈의 시기.. 나의 갱년기... 잘 겪어내 보자. 신체적으로 갱년기는 느껴지지 않지만 감정적인 갱년기는 확실한 듯하다.
서로 덜 부딪히고 잘 지내기 위해서는 적당한 거리 두기와 적절히 관심을 거두는 것이 필요할 듯싶다. 내가 상대에게 바라는 마음을 내려놓고 있는 그대로 봐주기.. 생각만 해도 뻔하다. 속이 터질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현재 그 방법이 최선이라는 생각이 든다.
욕심을 내려놓으면(절대 포기하는 것이 아님), 나의 기대 수치도 낮아질 것이고 있는 그대로의 너를 바라보겠지... 혹여나 아니다 싶을 때에만 확실히 이야기할 것이고 다시 손을 뗄 것이다. 그렇게 해봐도 아니다 싶으면 다른 방식을 찾아봐야겠지. 지금은 이렇게 해볼게.. 욕심을 내려놓고 바라볼게.. 그런데 언제까지 바라봐야하는 걸까... 때가 느껴질까.. 느껴지리라 생각한다. 현재는 이게 최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