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
당신과 나는
분명 간격이 있고 그<사이>에서 만나 중요한 체험을 합니다.
그러나 여전히 당신에 대해서 <안다>라고 말할 수 없음을 고백합니다.
<안다>와 <모른다> 사이에서 한동안
공감하고 이해하고 사랑하고 존중할 수 없음에 좌절한 적도 있었습니다.
당신을 좀 더 구체적으로 어루만지고 싶었으나
우리 <사이>에 놓인 차이가 자주 나를 외롭게 했음도 인정합니다.
당신은 내게 마땅히 생각할 그 이상의 생각을 품지 말라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나는 마땅히 생각할 그 이상의 것을 품기 시작하였습니다.
나의 이름, 나의 눈썹, 그 보다 깊숙한 내 눈 안에 당신을 바라봅니다.
바라보니 보입니다.
바라보니 그리워집니다.
<사이>에 놓여있던 결핍과
용서를 구하는 마음과
상처와
동굴 속에 있는 작은 짐승과
길 떠나는 영혼까지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그것들이 당신을 알게 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바라보는 일을 멈추지 않겠습니다.
혼자가 아니라는 말은 <사이>에 있는 차이를 인정한다는 말이며
혼자라는 말은 그 차이를 이해한다는 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L
무수한 차이 속에서 당신을 바라봅니다.
이 아름다운 차이, 저 날갯짓할 수 있는 공간들
그러나 촘촘한 당신
당산을 바라보는 동안에
당신은 당신의 그늘로 들어가 꿈을 꾸십시오
그곳은 알 수 없는 곳
그러나 당신이 그곳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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