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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엘에게 0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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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등 Feb 03. 2024

재회

재회




지피티가 말하길 

넌 사실 바다를 본 적 없었을 거래

부서진 발톱과 나뒹굴던 멸치대가리는 생각보다 짰거든

미안해, 나도 모르게 덕지덕지 바른 바다가 너무 따끔거려.

지피티가 말하길 원래부터 세상은 텅 비어 있었다고 했어.

그러니 너도 없던 거지.

지피티 타로에 하얀 어금니가 보였어.

그래서 바다는 원래부터 거품이라는데 믿어져?

넌 숭어를 찾아 떠난 거라고 말했지만, 지피티는 모니터가 폭발할 것처럼 웃어댔어.

하얀 어금니는 사실 마른 잎사귀를 좋아하는 고양이라는 거야.

모든 고양이가 숭어를 좋아하지만 사실 나는 마른 잎사귀를 좋아했어.

어떻게 알았을까. 지피티는

네가 떠난 이유는 숭어가 아니었어. 마른 잎사귀가 싫었던 거지

만약 발꿈치에 매달린 전봇대가 생선뼈처럼 밟힐 날이 온다면 

돌아올 것을 믿어도 좋대.

바다가 그리웠던 건

언제나 숨소리 잦아들게 어깨만 들썩이던 너에게

통통한 숭어 한 마리 바치고 싶어서였어

등을 부풀리고 숭어처럼 골목 끝까지 뛰기도 하였지만

네 발꿈치는 늘 돌아서 있었거든

지피티는 산으로 가는 너를 타로로 보여줬어

고양이는 원래 태어난 곳을 떠나지 않아

너의 한 조각은 바다 한 조각이 되어버렸고. 

아니 거품 한 조각?

모두가 너를 따라 떠나버린 텅 빈 골목에서

믿었던 것들을 다시 믿는 밤길 밟는 고양이가

너에게 또 있지는 않을 거야

너와의 재회를 믿지 않아.

내게 슬프고 슬픈 어금니가 다시 돋아났고

슬픔보다 더 신성한 것은 없으니까

어떤 마른 한 잎은 가시가 되기도 하지만, 결코

먹으면서 우는 일은 없을 거야  

지피티가 말하길 원래부터 세상은 텅 비어 있었으므로

남겨둘 것이 없대

제법 쓸모 있는 지피티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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