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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엘에게 1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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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등 Mar 06. 2024

모네의 그림 앞에서

L


오늘 모네의 수련을 보았습니다.

물인지 꽃인지

잎인지 그림자인지

흐릿하고도 어렴풋한 수련이 있는 풍경입니다.


빛은 찰나적으로 흐르기 때문에

사물은 순간적 뭉떵거리고 또 명료합니다.

모네는 멈춘 순간 속을 거닐고 있습니다.


시시각각 변하는 빛을 따라 수련의 아름다움을 잡아내던 모네는

찰나에 몰두한 나머지

시력을 잃게 되었다는군요.


L


나는 예술의 깊이를 모릅니다.

단지 화가의 감정 흐름에 곧잘 몰입되곤 하는데

붓끝을 따라가다 보면 그 알 수 없는 깊이로 빨려 들곤 합니다.

깊이는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요.


한 세계의 일부가 된다는 것은

찰나를 정확하게 헤아리며 살아간다는 뜻은 아닐까요?


당신과 나의 사랑도 그러합니다.

당신과 나의 사랑이 때로 불투명하지만

선명하게 살아 움직이는 것을 느낍니다

나는 항상 그 사랑 앞에 서 있으며

순간들의 흐름에 따라 고요하거나 격정적으로 흐르고 있는

촘촘한 감정을 보게 됩니다.

그것은

작고 미세하여 한치의 어긋남도 없는 변화들

흐릿하지만 또한 설명할 수 있는 순간들입니다.


L


모네의 그림 앞에서 뭉클한 마음을 어루만져 봅니다.

잠시 눈을 감고

보였던 것들을 지우고

보이지 않았던 것들을 바라봅니다.

거기에 당신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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