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의 집

by 쵯수진

나이로비가 죽었다.

그녀의 죽음에 눈물이 주룩 흐르고 흐느끼던 내가 헬싱키였고, 교수였다.

몇 번을 보다 말다 엘리트들에 나왔던 이들을 찾는 재미가 시작이었다.

아무리 형용하여도 이들은 강도다. 총을 들고 무장한 채 인질들을 공포에 떨게 하며 돈을 목적으로 정부와 협상하는 나쁜 강도들이다.

그런데 정말 매력적 이게도 이 드라마는 나에게 달리 마스크를 쓰게 하고 빨간 점프 슈트를 입고 m16 한 자루를 어깨에 메고 인질들을 감시하는 역할을 맡게 했다.

교수는 어떻게 이런 완벽한 계획을 세울 수가 있을까? 모든 수를 읽고 모든 대비를 해 놨으며 멤버들은 그 지시만을 따르면 된다. 이야기에 매료되지 않을 수가 없다.

가장 이성적인 사람 동시에 가장 이상주의자인 프로페서! 그의 계획은 그 자신이 아닌 그의 아버지와 형을 기리기 위한 작품. 모든 문제의 해법은 그의 이성적인 머리에서 나오지만 결국 그도 사랑 앞에서는 문제를 일으킨다. 나는 그의 냉철함에 반했을까 그의 사랑을 지지하였던 것일까?

등장인물들은 모두 매력적이다. 그래서 또 잊게 된다. 그들이 강도라는 사실을. 그리고 지지하게 된다. 권력에 맞서는 그들의 투쟁을.

시즌1과 시즌2까지의 스페인 조폐국 강도사건에서 내부에서의 갈등은 늘 아슬아슬한 긴장감을 준다. 어느 이야기든 시한폭탄 같은 존재가 있어 흥미진진해지지만 종이의 집 같은 경우 등장인물 하나하나가 시한폭탄이며 이야기보따리이고 골칫거리이자 공감의 대상이다. 차가운 변태, 소시오패스, 독단적 리더인 베를린에게서도

결국 연민이 느껴지며 멤버들을 무사히 탈출시키려 자신이 총받이가 되는 장면은 의리 있고 영광스럽기까지 하다. 그가 부르던 벨라 차오가 계속 귓가에서 맴돈다.

강도인 그들에게 공감할 수 있게 회상신을 적절히 이용했다. 특히 못 난 아비여서 미안함 가득한 모스크바와 그런 아버지일지라도 사랑한다 말하는 덴버의 대화 장면을 본 사람이라면 총격 중 모스크바의 죽음은 슬프고 허탈하고 가엽고 권력에 대한 반발심을 갖게 한다.

외부에서 모든 걸 조종하는 프로페서도 조폐국 내부를 이끄는 베를린도 리더는 남자다. 일단 주인공의 성비를 보아도 다분히 남주들이 이야기를 이끌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하지만 도쿄는 달랐다. 특히 독단적 리더인 베를린에게 도쿄는 반항하고 프로페서에게 이의도 제기한다. 이야기 속 가장 시한폭탄 같은 존재인 도쿄, 감정적이고 자유분방하고 다혈질인 그녀지만 어떻게 보면 늘 베를린에게 자신의 목소리를 낼 줄 아는 리더의 기질이 있는 당당한 그녀이다. 시즌3과 4의 시작을 알리는 사건을 만드는 계기도 도쿄에서부터 시작이니 말이다.

또한 모든 것을 계획하고 그 안에서만 살아가는 이성적인 프로페서를 혼란에 빠뜨리는 여성 라켈경감. 그를 혼란에 빠지게 한 것은 그녀의 육감적인 여성성이 아닌 그를 대적할 만한 협상가로써의 이성적 지성으로부터 라 생각한다. 그렇기에 그 둘의 사랑의 시작이 부담스럽지 않았다. 그리고 스페인 사람들이니까. 결국 자신을 추락시킨 프로페서이지만 더 이상 누가 선인지 악인지 모를 상황에서 과감히 프로페서를 선택한 라켈을 지지할 수 있었다.

시즌4까지 애청하면서 나이로비의 죽음은 충격이었으며 가슴 아팠다. 이제 사랑을 하면서 행복을 느끼기만 하면 되는, 나이로비의 결말은 해피엔딩이 될 것 같은 순간에 그녀는 죽게 된다. 자신의 범죄 때문에 어린 아들을 강제 입양시키고 아들을 꼭 다시 찾겠다고 그날을 기다리면서 살아오던 그녀가 행복해지길 바랬는데 늘 멤버들을 다독이며 인질들과도 유대를 이어갈 정도로 따뜻한 그녀였는데 그렇게 죽고 말았다. 이마에 총알이 박힌 채로.... 그녀의 죽음을 비통해하는 헬싱키의 눈물이 내 눈물 같았다. 죽어가는 그녀의 환영 속에 웃고 있던 오슬로와 모스크바 베를린, 그리고 태양을 맞으며 누운 채로 평화로이 웃음을 띄고 그들을 바라보는 나이로비 그녀의 행복은 죽어야만 가능한 것이었나 보다.

난 과연 어떤 입장에서 종이의 집을 보았는가?

관객이었을까? 권력자였을까? 인질이었을까? 그들이었을까?

과연 누가 선이고 누가 악이었을까?

교수의 말대로 그들은 돈을 훔치는 강도가 아닌 레지스탕스였을까?

여전히 귓가에는 벨라 차오가 맴돈다.

벨라 차오 벨라 차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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