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의 완성품 나의 애착템
1990년 11월, 금강식물원에서 내려오는 길이었다.
사진 속 내 표정은 조금 짜증이 난 듯하다.
반짝이는 걸 너무 좋아했던 나는
그날 엄마의 귀걸이를 하고 싶어서 한참을 졸랐다.
결국 엄마는 마지못해 내 작은 귀에 맞는
작고 예쁜 귀걸이를 걸어 주셨다고 한다.
어릴 적 나는 드레스를 좋아했던
영락없는 여자아이였다.
그런데 서른이 넘어가는 지금,
드레스보다 바지가 편하고
구두보다 운동화를 더 찾는다.
하지만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반짝이고 화려한 귀걸이만큼은 포기할 수 없다.
어릴 적 내 취향은 그렇게 어디 가지 않은 모양이다.
그 취향 때문인지 미술대학을 선택했고,
지금도 아름다운 것들을 보면 여전히 설렌다.
성인이 된 이후 처음엔 작고 은은하게 빛나는 귀걸이를 골랐지만, 지금은 크고 독특한 디자인, 골드 색상의 귀걸이를 선호한다.
뻔한 디자인보다는 한눈에 독특하고 개성 있는 귀걸이에 더 끌린다.
무겁지 않으면서도 존재감을 주는 귀걸이를 고르는 것이 내가 가진 작은 기준이다.
귀걸이를 착용하는 순간,
비로소 패션이 완성되는 기분이다.
누군가 나를 보고
“그 귀걸이가 어떻게 어울려요?”라고 묻거나,
독특한 귀걸이를 보고 내 생각이 났다고 말해줄 때면
조금 더 당당하고 자신감이 생긴다.
고등학교에서 근무할 땐,
학생들 사이에서 내 이름 대신
‘귀걸이 선생님’으로 불리기도 했다.
남들에겐 작고 흔한 액세서리일지 모르지만,
나에겐 나의 패션을 완성해 주고,
취향과 개성을 대변하는 소중한 존재다.
나는 비싼 걸 무조건 좋아하지 않는다.
내 경제적 주머니 안에서
디자인 브랜드의 옥석을 고르듯
신중히 선택해 하나하나 소장하고 있다.
귀걸이는 이제 단순한 장신구를 넘어
내 소중한 애장품이자 수집품이 되었다.
한 번은 아이스링크장에서 아끼던
귀걸이 한 짝을 잃었다.
바닥을 샅샅이 뒤졌으나 결국 찾지 못한 날,
나는 나라라도 잃어버린 것처럼 가슴이 휑했다.
어쩌면, 귀걸이를 잃었다기보다는
나의 반짝이는 기억과 한 조각의 나를 잃어버린
기분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앞으로도 내 곁엔 늘 반짝이는
귀걸이와 반짝이는 나 자신이
함께하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