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내음 너머, 인형이 말을 걸어온 순간
나는 뮤뮤.
화연(花淵)에서 온 5살의 요정이다.
사람들은 나를 보고 웃는다. 내 손에 들린 붓과 어깨 위의 몽몽이, 그리고 앤디 워홀의 꽃 한 송이를 보고. 아마 엉뚱하고 귀여운 아이처럼 보일 테지. (사실 나의 진짜 나이는 인간의 시간으로 수백 년에 가깝지만, 요정의 시간은 인간과는 다른 의미이니, 요정으로서의 삶을 시작한 지는 5살이라고 해두자.) 하지만 나의 작은 웃음 속에는 누구도 알지 못하는 비밀이 숨겨져 있다.
나는 문화예술이 넘치는 꽃나라,
아니, 화연에서 태어났다.
세상의 모든 색채는 나에게 영감의 근원이었다.
바람에 흔들리는 꽃잎의 미묘한 색 변화, 새벽이슬에 반짝이는 나뭇잎의 초록빛, 무지개 너머 펼쳐지는 황홀한 하늘... 나는 그 모든 것을 사랑했고, 붓으로 담아내려 애썼다.
하지만 나의 작은 호기심이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다.
화연의 가장 깊은 곳, 요정들도 함부로 드나들 수 없는 환몽림(幻夢林). 그곳에 숨겨진 비밀의 문, 포털이 나를 불렀다. 빛에 휩싸여 눈을 떴을 때, 나는 더 이상 화연에 없었다. 웅장한 바위산이 하늘을 찌르는 낯선 풍경, 차갑고 신기한 기운이 감도는 곳. 바로 인간들의 세상, 지구였다.
그곳에서 나는 기적을 만났다.
오랜 시간 나의 가장 소중한 애착 인형이었던 몽몽이. 그 작은 몸에서 빛이 뿜어져 나오더니, 믿을 수 없는 목소리로 나를 불렀다.
"뮤뮤! 여긴... 어디야?"
몽몽이는 단순한 인형이 아니었다. 나를 보호하고 인도할 수호천사이자, 다른 차원으로 향하는 숨겨진 문, 포털이었다.
그리고 나는 사명을 부여받았다.
흩어진 7가지 신비로운 물건들을 찾아야 한다. 콩쥐의 은비녀, 흥부의 박꽃, 해와 달 오누이의 자개거울, 선녀의 매듭 부적, 도화살 이야기의 백도복숭아, 혹부리 영감의 금단지, 그리고 용궁의 지혜가 담긴 비늘빗... 각 물건에는 고유한 힘과 비밀이 담겨 있고, 그것들은 나를 화연으로 되돌려 보낼 유일한 열쇠다.
낯선 세상에서의 여정은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두렵지 않다.
따뜻한 마음으로 나를 이끌어 줄 설화 아주머니, 그리고 나의 가장 든든한 친구이자 수호천사가 된 몽몽이와 함께라면 어떤 어려움도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붓을 든다.
세상 모든 이들이 문화와 예술 속에서 자신의 무한한 가능성을 발견하기를 바라며.
나는 빛을 쫓는다.
흩어진 포털들을 찾아 화연으로 돌아가는 길 위에서, 나는 또 어떤 새로운 세상을 만나고, 어떤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될까.
이것은 5살 요정 뮤뮤의 지구 적응기이자,
빛과 색채를 찾아 떠나는 여정의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