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지된 숲의 이끌림
화연(花淵)에는 언제나 향긋한 꽃향기가 가득했고, 무지개 빛깔의 햇살이 드리웠다. 거대한 고목에는 섬세하고 아름다운 요정들의 집이 지어져 있었고, 맑은 시냇물은 반짝이는 빛을 흩뿌리며 흘렀다. 밤이 되면, 형형색색의 꽃들이 스스로 빛을 내며 환상적인 풍경을 연출하는 곳. 그곳에는 꽃잎처럼 고운 피부와 반짝이는 눈을 가진 요정들이 살았다. 그중에서도 유독 호기심이 많고 씩씩한 요정 뮤뮤는 오늘도 새로운 모험을 꿈꾸고 있었다.
뮤뮤는 연한 노란색 긴팔 티셔츠에 청색 멜빵바지를 입고 흰색 운동화를 신은 채, 자신의 키만 한 붓을 어깨에 메고 있었다. 한 손에는 오래전 환몽림에서 주워온 보송한 털의 강아지 인형 몽몽이를 꼭 안고, 다른 손으로는 앤디 워홀의 그림처럼 선명한 색의 꽃 한 송이를 흔들었다. 머리에는 초록색 리본을 묶고, 목에는 보라색 리본을 나비처럼 매어 더욱 깜찍한 모습이었다. 뮤뮤의 얼굴에는 늘 밝고 따뜻한 웃음이 가득했고, 세상 모든 것에 대한 호기심이 넘쳐흘렀다.
뮤뮤는 어릴 적부터 화연의 '기록의 샘'이라 불리는 비밀스러운 공간을 탐험하는 것을 즐겼다. 그곳에는 지구의 다양한 예술과 문화가 담긴 서적과 그림들이 보관되어 있었다. 어느 날, 뮤뮤는 그곳에서 앤디 워홀의 팝아트 작품집을 발견했다. 대담한 색채와 일상적인 사물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그의 그림들은 어린 뮤뮤의 눈을 사로잡았고, 뮤뮤는 그때부터 앤디 워홀의 작품을 보며 지구의 예술에 대한 막연한 동경을 키웠다. 손에 든 앤디 워홀의 꽃은 바로 그 동경의 증표였다.
뮤뮤의 손에 들린 붓은 평범한 도구가 아니었다. 오래전 화연을 떠나 지구의 어느 곳(훗날 뮤뮤가 한국이라 알게 되는)에 다녀왔다가 다시 화연으로 돌아온 조상들이, 그곳의 자연과 영감을 담아 화연의 천연 대나무와 특별한 재료로 직접 엮어 만든 것이었다. 끝이 뾰족하고 부드러운 털은 화연의 생명력과 조상들의 지혜를 담고 있었다. 뮤뮤는 이 붓으로 세상의 숨겨진 아름다움을 그리고, 화연의 따뜻한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 그래서 어디를 가든 이 붓을 몸처럼 소중히 간직했다.
"뮤뮤! 또 환몽림에 가는 거야? 위험하다고 했잖아!"
꽃잎처럼 고운 친구들이 말렸지만, 뮤뮤의 발걸음은 멈추지 않았다.
환몽림(幻夢林)은 짙은 안개에 휩싸여 있었고, 화연보다 훨씬 더 신비롭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풍겼다. 거대한 나무들이 빽빽하게 솟아 있었고, 그 사이로 희미한 빛줄기가 스며들어 마치 누군가를 홀리는 듯한 묘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환몽림은 언제나 신비로운 이야기가 가득했고, 뮤뮤는 그 비밀을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 오래된 나무뿌리들이 뒤엉킨 길을 따라 걷던 뮤뮤는 어느 순간 방향을 잃고 헤매기 시작했다.
"여긴 어디지? 몽몽아, 우리 길을 잃은 것 같아..."
뮤뮤의 어깨에 기대어 있던 몽몽이도 작게 낑낑거리며 뮤뮤의 팔을 비볐다. 두려움이 살짝 밀려오려던 그때, 나뭇잎 사이로 영롱하게 반짝이는 빛을 발견했다. 뮤뮤는 홀린 듯 그 빛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빛은 점차 커지더니 마침내 허공에 떠 있는 거대한 원형의 문, 바로 포털의 모습을 드러냈다.
"이게 뭘까? 왠지 신기한 곳으로 이어질 것 같아!"
호기심에 눈을 반짝이던 뮤뮤는 포털을 향해 한 발짝 더 다가섰다. 순간, 포털에서 강렬한 빛이 뿜어져 나오며 뮤뮤의 온몸을 휘감았다. 뮤뮤는 저항할 새도 없이 빛 속으로 끌려들어 갔다. 몸이 붕 뜨는 듯한 기분과 함께, 주변의 풍경이 순식간에 뒤틀렸다. 눈을 감았다 떴을 때, 뮤뮤가 서 있는 곳은 더 이상 화연의 환몽림이 아니었다. 웅장한 바위산과 푸른 소나무들이 어우러진, 낯설고 신비로운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여긴 어디지? 화연이 아닌 것 같아..."
낯선 풍경에 뮤뮤는 잠시 망연자실했다. 그때, 품에 안고 있던 몽몽이의 몸에서 희미한 빛이 감도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뮤뮤! 여긴... 어디야?"
작고 보송한 몽몽이의 입에서 또렷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평소에는 그저 작게 낑낑거리던 몽몽이가 말을 하다니! 뮤뮤는 놀라움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몽몽이의 눈은 이전보다 훨씬 또렷하게 반짝였고, 작은 몸에서는 따뜻한 생기가 느껴졌다. 놀랍게도 몽몽이는 뮤뮤의 품을 벗어나 허공으로 사뿐히 떠올랐다. 마치 보이지 않는 마법의 힘에 이끌린 듯, 작은 몸이 자유롭게 공중을 유영했다.
"몽... 몽몽아? 네가 말을 해? 그리고... 날아?"
"응! 왠지... 여기 오니까 이렇게 됐어! 내 몸이 따뜻해지고... 왠지 다른 것들도 알 것 같아!"
몽몽이의 신기한 변화에 뮤뮤는 두려움을 잊고 설렘을 느꼈다. 그때, 포털 옆에 낡은 가이드북 한 권이 떨어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뮤뮤는 가이드북을 펼쳐 몽몽이에게 보여주었다.
"몽몽아, 이게 뭐야? 무슨 글씨인지 모르겠어."
몽몽이는 그림들을 유심히 살펴보더니, 이번에는 어렵지 않게 고대 문자를 읽어 내려갔다.
"이건... 가이드북 같아! 글자들이 낯설면서도 왠지 익숙해. 인간들의 '훈민정음'이라는 글자와 비슷한 느낌이야! 우리가 찾아야 할 것들이 그려져 있어. 여기 그려진 강아지 인형... 이거 나인 것 같아, 뮤뮤!"
몽몽이의 말에 뮤뮤는 가이드북에 그려진 몽몽이의 그림을 보며 감탄했다. 이제 몽몽이의 도움으로 이 낯선 세상에서 길을 찾고, 7가지 물건을 찾는 여정을 시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낡은 가이드북을 소중하게 품에 안고 뮤뮤와 몽몽이는 낯선 세상을 탐험하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그 여정의 시작은 바로 한국의 아름다운 설악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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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내용이 일부 수정되었습니다.
혹시 프롤로그를 읽으신 분들은
뮤뮤의 더 깊은 이야기와 앞으로 펼쳐질 모험에 대한
흥미로운 단서들이 담겨 있으니,
다시 한번 읽어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