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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설악산의 여신, 월영

운명처럼 시작된 만남

by MUZE

낯선 풍경에 망연자실했던 뮤뮤의 눈에, 드넓게 펼쳐진 산맥이 들어왔다. 거대한 바위 봉우리들은 하늘을 찌를 듯 솟아 있었고, 울긋불긋한 단풍이 산 전체를 따뜻한 색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깊이를 알 수 없는 계곡에서는 맑은 물줄기가 시원하게 흘러내렸고, 오래된 소나무들이 굳건히 자리를 지키며 웅장함을 더했다. 차가운 바람 대신, 늦가을 햇살이 부드럽게 쏟아져 내리는 이곳은 분명 낯설지만, 왠지 모르게 포근하고 압도적인 아름다움을 지닌 곳이었다.

"여기가... 지구구나. 몽몽아, 정말 멋있다!"

뮤뮤는 가슴 가득 상쾌한 공기를 들이마셨다. 화연의 숲과는 또 다른, 거대하면서도 따뜻한 생명력이 느껴지는 곳이었다. 어깨 위의 몽몽이도 뮤뮤의 감탄에 동의하는 듯 작은 몸으로 공중을 유영했다.

그때, 맑은 계곡물소리 사이로 아름다운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마치 자연의 일부인 듯 맑고 청아한 목소리는 뮤뮤의 발길을 이끌었다. 몽몽이와 함께 노랫소리를 따라 걷던 뮤뮤는, 곧 눈부시게 아름다운 여신을 발견했다.

긴 은발이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리고, 맑은 호수처럼 깊고 푸른 눈동자를 가진 여신은, 마치 설악산의 정령과도 같은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겼다. 그녀의 모습은 달빛처럼 은은하면서도 숲을 압도하는 듯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여신의 주변에는 형형색색의 나비들이 춤을 추듯 날아다녔고, 그녀의 목소리는 마치 바람에 실려 오는 시처럼 아름다웠다.

"안녕하세요? 저는 월영이라고 해요. 당신은... 화연에서 온 요정인가요?"

월영은 따뜻한 미소로 뮤뮤를 맞이했다. 뮤뮤는 여신의 아름다움에 넋을 잃은 채, 몽몽이를 더욱 꼭 껴안았다.

"네... 제 이름은 뮤뮤예요. 그리고 이 아이는 몽몽이예요. 저희는... 어쩌다 보니 이곳에 오게 됐어요."

뮤뮤는 떨리는 목소리로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환몽림에서 포털을 발견한 일, 그리고 몽몽이가 말을 하게 된 놀라운 변화까지. 월영은 뮤뮤의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들어주었다. 그녀의 깊은 눈동자에는 뮤뮤의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듯한 지혜가 담겨 있었다.

"환몽림... 오래전 닫힌 줄 알았던 포털이 다시 열렸군요. 그리고 몽몽이라... 흥미로운 이야기예요."

월영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뮤뮤, 당신은 지금 아주 특별한 운명의 길에 들어섰어요. 당신이 찾아야 할 7가지 물건은 단순한 물건이 아니에요. 그것들은 잃어버린 차원의 균형을 되찾고, 당신과 몽몽이, 그리고 화연의 미래를 결정할 중요한 열쇠가 될 거예요."

월영의 말에 뮤뮤는 긴장했지만, 왠지 모를 용기가 솟아올랐다. 몽몽이의 따뜻한 온기가 뮤뮤에게 힘을 주었다.

"월영님, 저희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주세요."

뮤뮤의 간절한 눈빛에 월영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가이드북이 당신을 올바른 길로 인도할 거예요. 그리고... 당신의 곁에는 몽몽이가 있잖아요. 몽몽이는 당신의 가장 든든한 동반자가 되어줄 거예요."

월영은 손을 뻗어 몽몽이의 작은 머리를 쓰다듬었다. 몽몽이는 월영의 손길에 기분 좋은 듯 부드럽게 공중을 유영했다.

"몽몽이에게 특별한 힘이 깨어났어요. 이제 몽몽이는 당신과 다른 차원을 연결하는 포털이 될 수 있어요. 몽몽이를 믿고, 몽몽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세요."

월영의 말에 몽몽이는 뮤뮤의 품 안에서 작게 낑낑거렸다. 마치 "걱정 마, 뮤뮤. 내가 있잖아!"라고 말하는 듯했다.

그리고 월영은 허공에 손을 휘저었다. 그러자 눈앞에 영롱한 빛을 내는 신비의 거울이 나타났다. 거울 속에는 서울의 풍경이 마치 살아있는 그림처럼 펼쳐졌다.

"이 거울은 네가 앞으로 찾아갈 장소들을 미리 보여줄 거야. 너무 낯설다고 두려워하지 마렴. 첫 번째 목적지는 서울에 있는 '미술관'이란다. 그리고 그곳에서 너는 숨겨진 재능을 일깨우는 '박꽃'에 대한 힌트를 얻게 될 거야."

월영은 거울 속 서울 풍경을 가리키며 설명을 이어갔다.

"뮤뮤, 그리고 너는 아직 지구의 사람들에게 너무 튀어 보일 수 있어. 하지만 걱정 마렴."

월영은 뮤뮤에게 손을 내밀었다. 뮤뮤가 조심스럽게 손을 내밀자, 여신의 손끝에서 은은한 빛이 뮤뮤의 온몸을 감쌌다.

"이 빛은 네가 원할 때, 인간들의 시선으로부터 너를 자연스럽게 보호해 줄 거야. 네 모습이 너무 튀지 않도록 말이지. 그리고 몽몽이는 이제 너를 원하는 곳으로 바로 이동시켜 줄 수 있는 포털의 힘을 가지게 될 거야."

거울 속 미술관의 모습과, 그곳에서 발견할 단서에 대한 예고에 뮤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월영은 마지막으로 뮤뮤에게 따뜻한 조언을 건넸다.

"뮤뮤, 당신의 따뜻한 마음과 예술을 사랑하는 순수한 영혼은, 이 낯선 세상에서 당신을 지켜줄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거예요. 두려워하지 말고, 당신의 마음이 이끄는 대로 나아가세요."

월영의 격려에 뮤뮤는 용기를 얻었다. 몽몽이와 함께라면 어떤 어려움도 헤쳐나갈 수 있을 것 같았다. 뮤뮤는 월영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몽몽이와 함께 다음 목적지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낡은 가이드북이 가리키는 다음 장소는, 서울의 한 미술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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