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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서울의 빛, 예술의 향기

가이드북이 이끄는 다음 장소

by MUZE


월영과의 만남을 뒤로하고, 뮤뮤와 몽몽이는 잠시 설악산의 맑은 공기를 마시며 여운을 즐겼다. 월영이 준 용기와 몽몽이의 새로운 능력에 뮤뮤의 마음은 든든했다.

"자, 몽몽아. 다음은 어디로 가야 할까?"

뮤뮤는 낡은 가이드북을 펼쳐 다음 페이지를 살펴보았다. 낯선 그림과 훈민정음 글자들이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오래되어 낡은 책이었지만, 마지막에 월영 여신이 은은한 빛의 가루를 뿌려놓은 듯, 책장 곳곳에서 미세한 빛이 흘러나왔다. 그 빛은 몽몽이에게만 보이는 듯, 몽몽이는 익숙한 듯 그 글자들을 읽어 내려갔다.

"다음 장소는... '서울'이라는 곳에 있는 '미술관'이래, 뮤뮤!"

몽몽이의 말에 뮤뮤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서울? 월영님이 신비의 거울에서 보여주셨던 그곳이구나!"

낯선 도시로의 이동에 잠시 망설이는 뮤뮤를 보며, 몽몽이가 활짝 웃었다. "걱정 마, 뮤뮤! 내가 월영님께 받은 힘으로 우리를 서울로 바로 이동시켜 줄 수 있어! 눈 딱 감고 날 믿어봐!"

몽몽이의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에 뮤뮤는 고개를 끄덕였다. 몽몽이의 작은 몸에서 영롱한 빛이 뿜어져 나오더니, 뮤뮤와 몽몽이의 주변 공간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마치 물결 위를 걷는 듯한 기분과 함께, 주변의 풍경이 순식간에 뒤틀렸다.

눈을 떴을 때, 웅장한 바위산 설악산은 온데간데없었다. 대신 높고 현대적인 건물들이 하늘을 찌르고 있었고, 수많은 자동차와 사람들이 정신없이 움직이는 거대한 도시가 눈앞에 펼쳐졌다. 뮤뮤는 몽몽이의 손을 꼭 잡고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와... 여기가 서울이야? 정말 신기한 곳이다, 몽몽아!"

몽몽이도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주변 풍경을 감상했다. 낯선 환경에 살짝 긴장한 듯 뮤뮤의 품에 더욱 파고들었지만, 동시에 새로운 능력을 발휘한 것에 대한 뿌듯함도 느껴졌다.

가이드북이 가리키는 미술관의 이름은 '서울미술관'이었다. 몽몽이의 포털 이동 덕분에 순식간에 서울 중심부에 도착했지만, 드넓은 도시에서 특정 미술관을 찾는 것은 또 다른 과제였다. 뮤뮤는 낡은 가이드북의 페이지를 조심스럽게 펼쳤다. 잉크로 그려진 서울의 풍경은 처음에는 복잡하게만 보였지만, 몽몽이는 책에 코를 대고 작은 소리로 무언가를 읽어냈다. 그러자 낡은 그림 위로 희미한 빛줄기들이 떠오르며 특정한 방향을 가리키는 듯했다. 마치 보이지 않는 실이 뮤뮤를 목적지로 이끄는 듯 신비로운 광경이었다. 몽몽이는 그 빛을 따라 뮤뮤의 어깨 주위를 가볍게 날아다니며 주변의 흐름을 살폈다. 월영 여신이 준 특별한 빛 덕분에, 다행히 사람들의 시선은 뮤뮤를 크게 의식하지 않았다.

드디어 뮤뮤와 몽몽이는 웅장하고 아름다운 건물 앞에 섰다. 바로 가이드북의 그림 속에서 희미하게 빛나던 '서울미술관'이었다. 미술관의 높은 천장과 넓은 전시실에는 다양한 그림과 조각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뮤뮤는 화려한 색채와 독특한 표현 방식에 눈을 떼지 못했다.

"정말 멋진 그림들이 많다, 몽몽아... 화연의 그림들과는 또 다른 아름다움이 있는 것 같아. 그런데... 그 박꽃은 어디에 있을까?"

몽몽이도 뮤뮤의 질문에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때, 뮤뮤의 눈에 익숙한 그림 스타일이 들어왔다. 바로 앤디 워홀의 작품이었다. 화연의 '기록의 샘'에서 그의 강렬한 색채와 독특한 반복 기법을 처음 보았을 때, 뮤뮤는 마치 새로운 세계를 발견한 듯한 강렬한 인상을 받았었다. 손에 들린 앤디 워홀 스타일의 꽃은, 기록의 샘을 탐험하던 중 우연히 발견한 빛나는 씨앗에서 피어난 특별한 꽃이었다. 화연에는 없는 강렬한 색감과 독특한 형태가 뮤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지구의 예술을 상징하는 존재가 되었다. 뮤뮤는 잠시 화연에서의 기억에 잠겼다.

그때였다.

"야옹."

낮고 부드러운 고양이 울음소리가 뮤뮤의 발밑에서 들려왔다. 뮤뮤가 고개를 숙여보니, 김홍도의 '묘작도' 속 고양이처럼 날렵하면서도 어딘가 비밀스러운 분위기를 풍기는 고양이가 뮤뮤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 고양이의 두 눈은 마치 오팔처럼 빛나고 있었다. 보는 각도에 따라 푸른색, 녹색, 보라색이 번갈아 스치는 신비로운 색을 띠고 있었고, 그 빛은 마치 밤하늘의 별처럼 깊고 오묘했다.

고양이는 뮤뮤의 시선을 느끼자, 천천히 몸을 돌려 미술관의 한적한 복도 끝으로 향했다. 뮤뮤는 홀린 듯 고양이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몽몽아, 저 고양이가 우리를 어딘가로 이끄는 것 같아."

몽몽이는 작은 몸으로 뮤뮤의 어깨 주위를 빙글빙글 돌며 주변을 경계했다. 고양이는 갤러리 안쪽의 작은 통로를 지나,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미술관의 야외 정원 한구석으로 뮤뮤를 이끌었다. 정원은 관리가 소홀한 듯 수풀이 우거져 있었고, 오래된 석상들이 이끼 낀 채 쓸쓸하게 서 있었다. 고양이는 정원 한편에 자리한 작은 화단 앞에서 멈춰 섰다.

월영의 충고가 현실이 된 듯, 뮤뮤는 등골이 오싹해지는 것을 느꼈다. 어둠 속에서 차가운 시선이 자신을 응시하는 듯한 불길한 예감에 휩싸였다. 몽몽이도 뮤뮤의 어깨에서 살짝 떨리는 듯했다.

"몽몽아, 뭔가 이상해... 여기 누가 있는 것 같아."

고양이는 화단 안의 흙더미를 코로 툭툭 밀더니, 뮤뮤를 올려다보며 나지막이 야옹, 하고 울었다. 그 순간, 흙더미 사이로 희미한 빛이 스며 나오는 것이 보였다. 뮤뮤가 고양이가 가리키는 곳으로 손을 뻗자, 그녀의 손에 차갑고 매끄러운 감촉이 닿았다. 뮤뮤가 조심스럽게 꺼낸 것은, 일반적인 박 씨보다 훨씬 크고, 표면이 마치 대리석처럼 매끄럽고 은은한 광택을 띠는 몽환적인 박 씨였다. 그 안에는 희미하게 빛나는 박꽃 문양이나, 아주 작은 실핏줄 같은 것이 꿈틀거리는 듯한 몽환적인 느낌을 주었다. 손에 쥐니 따뜻한 온기가 느껴졌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숨어 있던 그림자가 형태를 갖추는 듯, 어둠 속에서 스르륵, 스르륵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차가운 시선이 박 씨를 든 뮤뮤에게 고정되는 것을 느꼈다.

뮤뮤는 몽몽이를 꼭 껴안았다. 두려움 속에서도 뮤뮤는 본능적으로 자신의 붓을 들어 올렸다. 화연에서 조상들이 만들어주었던 그 붓이, 지금 이 어둠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었지만, 왠지 모를 강한 이끌림이 있었다. 뮤뮤는 떨리는 손으로 붓끝을 어둠 속으로 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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