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짝사랑

피로회복제

by 김정재

한참을 혼자서 맴돌았지,나만의 생각인줄 모르고, 하루하루가 너의 생각으로 가득한 나만의 날이었어(짝사랑-스와이, Feat. 폴 킴)

아~으악새 슬피우니 가을인가요, 아~ 뜸북새 슬피우니 가을인가요 (짝사랑-고복수)

세월에 따라 짝사랑에 대한 표현이 다르다. 그러나 세월이 달라도 이 짝사랑은 표현이 같지 않을까.


큰 딸이 독립한 지 9 개월, 처음에는 가구를 들여놓고 초대한다 해서 두 달 만에 갔더니 침대, 소파, 테이블 그런대로 아담했다. 식기니 티스푼 하나조차도 예술품이었다. 살면, 시간이 지나면 그게 다 그것 인것을 ~~.

묵은지같은 엄마의 생각인지, 낡고 오래된 지갑 같은 익숙한 생활에 편한것이 최고다. 나도 그땐 그랬어라는 꼰대같은 생각으로 흥! 하기도 했었다. '자기 집의 분위기를 깬다'라고 집에 있던 선풍기도 안 가져 간 딸의 멋진 선풍기는 작은 딸의 말에 의하면 ' 그 집의 분위기와 어울린다'라고. 작은 딸이 부러웠나보다.

지방에서 직장 생활 2년 반으로 혼자 생활해 본 작은 딸은 그때의 불편했던 기억은 잊었는지 자기도 혼자 있고 싶다고. '언니, 혼자 있으니 좋지?' 언니보다 타의 반 독립생활 선배로서 마음을 이해한다나.


그 후 설이나 집 근처 오는 날, 가족들 생일에 한 번씩 보고 집으로 오고, 그 근처에서 밥 먹으면 차는 딸 집에서 마셨다. 어버이날도 있었으니 거의 한 달에 한 번씩은 봤는데 남편이 나이가 들어가서인지 자꾸 큰 딸이 보고 싶다고 노래한다.

며칠 전 집 근처에서 피티하다가 트레이너가 딸이 그날 피티하러 온다고 알려 줘서, 치과 치료 갔다가 집에 오는 시간이 같아 그곳에 갔다가 문 앞에서 봤는데 얼굴이 작아졌다. 본인은 아니라는데 엄마 눈에는 다이어트하는 딸의 얼굴이 못 챙겨 먹어서인 것 같아 마음이 짠하다.


남편에게 큰 딸을 잠깐 만난 이야기를 했더니 본 집에 오란 소리를 안 했다고 잔소리하면서 '보고 싶다'라고 노래 불러서 갑자기 시간을 정해서 본 것이다. 혼자 짝사랑하는데 어쩔 것인가.

사랑은 '내리사랑'이라고 부모의 마음을 알겠는가. 작은딸은 남편 보고 '왜 아빠는 할머니한테는 잘 안 가냐고' '요양병원에 면회도 힘든데 어떻게 가냐고' 하면서 툭탁거린다. 집에서 영상통화하는 것이 현실이다.


맛집 '편백 집'에서 먹었는데 나와는 음식 맛이 맞지 않았으나 한 번은 먹을만하고, 집에서 간단히 할 수 있는 것이라 배우는 교수 값이라 생각했다. 후식을 딸 오피스텔로 가려 했으나 그냥 그 건물 내 핫 플에서 마시고 끝내자고 원했다. 난 몰랐는데 작은 딸이 '언니가 노트 북 가져온 것 보니 우리 만나고 헤어진 후 밖에서 일하려고 한 것 같다'라고.


커피 장소가 다 사람이 넘쳐 결국은 테이크 아웃하고, 빵도 사가지고 딸 오피스텔로 왔다. 오래있을 분위기가 아닌것같아 눈치가 보여 30 여분 동안 이야기 나누고 우리(부부와 작은 딸)는 한강변을 걷기로 하고 나왔다.

전철 한 정거장 일찍 내려서 걸어오니까 30분 정도, 운동이 되니 씻고 칭따오 캔 하나(음식점에서 7천 원은 용서가 안된다고)를 마시는 남편은 인심 쓰는 듯 반 잔을 준다. 피로회복제로. 그러나 진정한 피로회복제는 딸의 얼굴을 본 것이라.


큰 딸 얼굴을 보고 온 남편은 마음이 좋은지 표정이 환하다. 얼굴도 평온하다. 자식을 가까이 두고 보고 싶어 하는 부모님들의 마음을 새삼 느낀다.

결혼도 안 한 딸들에게 '나중에 너네도 느끼라'라는 말을 해보고 싶지만~. 참자.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는 것에서 예외는 자식인 것을 자식들은 아는지 모르겠다. 모르겠지.

겪어보지 못한 것을 상상으로 이해한다는 것이...... 이해라고 생각으로 끝나겠지.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쥐가 날때 떠오르는 얼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