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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재 Jan 24. 2023

기쁨 주는 '눈치 없는 효도'

오늘만 같아라

큰 딸의 친구들이 세배를 온다 해서 교회 갔다 온 1시부터 남편과 집청소를 시작했다. 예전에 교회 목사님이 대심방하면 했던 대청소 느낌. 오랜만이다. 일단 6명이 모이기 때문에 넓게 앉을 수 있는 좌석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


남편은 커피포트 등 가구들을 닦고, 나는  식탁 위를 회를 먹을 수 있도록 세팅을 하였다. 반찬들을 작게 나누어 놓고 빼먹을까 봐 종이에 적어놓고 꺼내 놓았다. 다행히 회를 파는 데가 있어서 사온 시간이 6시 가까이 되었다.


작은 딸까지 모여 서로 오랜만이라는 반가움에 인사를 격하게 나누고, 사온 회를 먼저 먹고 그리고 딸 친구들이 사 온 소고기를 구웠다. 어제 가족외식에서 먹었기에 소고기가 욕심나지 않고, 점심을 떡국으로 먹고 기다렸기에 배고픔도 없었다. 내가 같이 안 먹고 굽기만 하니까 미안해했다. 먹어보니 고기가 몹시 연했다. 어제 것보다 더 맛있는 것 같았다. 딸친구들은 스스로 사온 고기에 만족해했다. '맛있고 연하다'라고~


원샷으로 딸 친구들이 '청바지'를 외치니 남편이 무엇이냐에 '청춘은 바로 지금부터'라고 하니, 다른 세계를 대한 듯 처음 듣는 남편은 젊음에 속한 것에 너무 신나고 좋아하였다. 딸친구들과 이렇게 "짠'하고 먹은 기억은 없었기에~.   회를 좋아하는 남편은 아주 신나 했고, 나를 배려하며 산 멍게는 오랜만에 맛있었다.


두 시간여를 웃고 즐기고 남편은 소주와 청하로, 그리고 딸들은 레드와 화이트 와인 두병을 끝내고, 내가 준 레드향과 LA갈비를 쇼핑백에 넣어서 주니 미안해했다. 혼자 독립한 딸친구도, 엄마, 오빠랑 사는 딸친구도 갖고 가서 맛있게 먹기를 바랐다. 사 온 소고기는 본인들이 더 많이 먹고, 내가 다 낫지 않은 발이라 죄송하다면서 '눈치 없는 효도'였다고 다음번에는 '밖에서 모시겠다'라고 몇 번씩 말했다.


마무리는 세배로 친구들과 딸 둘이 따로 했는데, 준비한 세뱃돈을 받고 즐거워했다. 딸친구들은 10만 원씩, 두 딸들은 5만 원씩 주었다.  눈치채지 않게 횡단보도까지 뒤에서 따라가서 가는 것을 보고 온 남편은 '잘 갔어~'(따라온다고 뭐라 할까 봐) 작은 딸은 설거지하고, 우리 부부는 뒷마무리 하고 방으로 들어와서 기절하였다.


딸은 집에서 나가 셋이서 와인으로 뒤풀이 하고 집으로 각자 갔다고 한다.

마음이 너무 좋은 하루였다. 젊은 청춘의 기(氣)도받고~~ 내년에도 이런 시간이 있을까~

셋다 내년 결혼 했을까? 내년에 대한 기대가 여러 의미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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