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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재 May 09. 2023

살아야 받는 꽃

시어머니와 친정엄마

여행 갈 때 필요한 멀미약 때문에 약국 가던 중 꽃집에 '어버이날을 위한 꽃'들이 가득했다. 그 꽃을 보니까 친정엄마가 먼저 떠올려지는 게 아니라 시어머니가 떠올랐다. 


같은 동네에서 살고 계셨던 시어머니께 어버이날 찾아뵐 때 사가던 꽃바구니.... 친정엄마는 인천에서 동생과 같이 살고 계셨다. 내가 삼 남매 중에서 아버지를 가장 많이 닮았다고 하시던 어머니는,  어버이날 직접 찾아뵙기보다 당시 강의를 시작하던 터라 바빴던 나를 봐주시느라  집에 와서 청소와 빨래도 가끔 해주셨다.  오시는 날짜가 정해지지 않아  생화를 준비하지 못하고 감사마음 든 봉투로 표현하곤 했다. 다녀가시면 정리를 너무 잘해놓으셔서 필요한 물건이나 옷을 찾기가 힘들어 전화로 물어보는 일도 더러 있었다. 


시어머니는 아들 넷 중 둘째인 남편과 제일 잘 말이 통하기도 하지만, 말을 많이 하는 만큼 싸움도 제일 많이 하였다. 그래서 어버이날에 갈등이 있으면 며느리인 나는 곤란했다.  케이크보다 떡을 좋아하셔서 떡과 돈과 꽃바구니를 가지고 간다. 반갑게 이야기 잘하시다가  혼자 사시던 시어머니께서 다른 사람 흉을 보기 시작하고, 남편은 참다가 못 참고 벌떡 일어나 나가버리면 쯧쯧 혀 차던 시어머니, 무안해 앉아서 기다리다가 나도 따라 나오곤 했다.  그래도 그렇게 매년 연례행사로 꽃 사가던  기억이 난다. 


꽃집에 많이 만들어져 있는 꽃바구니를 보니 재작년 11월에 돌아가신 시어머니  얼굴이 떠올랐다. 결혼하기 전 인사하러 갔을 때 활짝 웃으며 나를 맞이해주시던 표정이 기억난다. 그 표정하나로 30여 년 버텨온 것 같다. 섭섭한 일이 있었어도 시어머니의 그 표정은 마음을 풀어주었다.


 그리고 어버이날,  두 분은 안 계시고 나도 딸들이 어릴 적 주던 카네이션 종이꽃도 없고....

 결혼 안 한 두 딸에게  '살아있어야 받는 꽃이구나.'라고 생각하면서 '결혼하면 꽃바구니 주라!' 

딸이 퇴근하면서 사가지고 온 '카네이션 다발'을 보니   친정엄마도, 시어머니 생각도 나고, 결혼하려면 너무 오래 걸리려나.  나는 '살아 있어서 받게 된 것이  고맙다. '


예전에는 부모님이 돌아가신 사람은 자신이 흰 카네이션을 달았던 것을 본 기억이 있다. 그것도 추억 속의 하나다. 그래서인가. 주변에 50대 나이로 돌아가신 분이 있어 빨간 카네이션을 보면서 유독 < 생과 사>를 떠올린 이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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