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한 졸업생
졸업한 지 50년. 30년, 40년도 지난 올해 반백 년이란 생각에 참 세월이 많이 갔구나.
동창회보 속에 동창회비와 '기념관 개축기금' 계좌가 적혀 있다. 중학교 때인지, 고등학교 졸업식 때 '기념관 의자' 비용을 냈던 기억이 난다. 우리는 못 앉아 보지만 후배를 위해서 낸다고. 그리고 작년에 크리스마스 콘서트 때 앉아 보았다. 졸업한 지 50년이니 도중에 의자를 바꿨으리라 생각한다.
동창회서 임원을 하는 또는 활동했던 친구들은 30, 40년 때 더 많이 기금을 냈겠지만 나는 ‘30년 홈커밍데이’ 때 30만 원 한 기억밖에 없다. 자기 활동을 하는 친구들은 큰 기금을 내기도 했다 그리고 동창회비는 간간이 냈지만 2019년 우리 반이 73 동창회를 맡게 되면서는 꾸준히 내고 있다. 그전까지는 내가 사는 것이 바빠 반창회도 참석 못 했다. 연락은 단톡방에서 꾸준히 왔지만 외면했다. 이러다가 반친구들과 연을 끊겠구나 생각에 '마지막 기회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고등학교 시절이 붕 떠 버리는 것 같은 허전함은 무엇이었을까. 아마 남편의 동창회 활동이 부러웠는지도 모른다.
‘중•고등학교’를 세우려면 ‘남자학교’를 세워야 한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아니라고 부르짖었지만 '여학교는 졸업하면 졸업생들이 모교에 관심이 없고 기부금도 잘 안 낸다' 그 이야기를 들을 때 할 말이 없었다.
나는 동창회는커녕 반창회도 참석 안 했기 때문이다.
남자졸업생들은 모교에 발전기금을 많이 낸다. 남편이 동창회 활동을 할 때 보면 친구들이 기업을 거느리고 사업하는 사람들은 큰 액수를 내고 남편도 목돈은 힘들지만 일정 액수를 적금처럼 매달 꾸준히 내고 있다.
오늘 계좌로 작은 돈이나마 보내면서 옆에 쓰여 있는 < 연말정산 신청이 가능합니다 >란 글이 괜스레 더 눈에 밟힌다. 우리 기수뿐 아니라 선•후배 동창들이 십시일반 모두 참여하여 '기념관 개축기금'이 부족함 없이 풍족하게 걷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