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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재 Jun 29. 2023

비 오는 날 스벅에서 ['고골'의 <코>]를 떠올리다.

‘저는 저 자신입니다.’

내일 새벽 5시부터 움직여 밤 10시쯤 귀가하는 것은 내게 버거워, 충전을 위한 시간으로 헬스 후 위층에 있는 스벅을 들렀다. 토요일도 힘들 일이 있기에 폭풍전야를 맞이하는 각오랄까. 바닐라 라테를 시켰는데 큰 컵이어서 그 자체가 위협이었다. 저녁으로 먹는 국대접 커피라고 생각하면서 ‘코발료프’의 '코'를 떠올렸다.

      

왜 [고골’의 <코>]가 떠 올랐을까. 3 주 전 읽은 책인데.

이반이 수프 속에서 ‘코발료프’의 코를 발견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니콜라이 고골’의 <코>를 읽은 후 전혀 이해되지 않아 작가의 다른 작품들을 알아보았더니,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 고골(리)의 <죽은 혼>이 있었다. 고골(Gogoli)과는 구면이어서 반가웠다. 


‘고골’은 소귀족 집안에서 태어나 12세 때 네진의 고등학교에 입학하였고, 이때부터 이미 풍자에 남다른 재능을 보였다. 1828년 관리가 되려는 꿈을 안고 상트페테르부르크로 갔으나, 돈과 연줄 없이는 살기 힘들다는 사실을 곧 깨닫게 되었다. 배우가 되려고도 했으나 채용심사에서 떨어졌다. 하급 관리 노릇 하다가 소설로 길을 바꾸었지만, 지배 계급에 대한 풍자와 부조리한 당대 현실의 고발이 너무 심해서, 체제의 미움을 받고 러시아를 떠났다. 타국 생활하다가 귀국해서 체제의 악의 속에서 시달리면서, 죽은 혼의 2부를 쓰다가 태우고, 의사 치료를 거부하고 43세의 한창나이로 숨을 거두었다. 1809 우크라이나에서 출생했지만 대부분 생활을 러시아에서 하고, 작품도 러시아어로 써서 러시아 작가라고 말한다.

      

신체 부위 중에서 하필이면 왜 <코>일까. 코는 얼굴의 중심에 있어 얼굴 인상과 매력을 나타내고, 관상에서 콧구멍이 보이면 ‘재물이 나간다’등 많은 말들이 있다. 눈과 입은 얼굴에서 떼어내기가 힘들다. 코는 인물의 자존심을 나타내는 상징이라 ‘콧대가 세다, 코가 납작해졌다’는 말도 있다.


호흡을 못 하면 죽을 것 같은데, 코가 자리에서 없어져도 살아있는 ‘코발료프’는 흔적을 가리고 찾아 나서기도 했다. 기독교에서는 ‘인간의 코에 생기를 불어넣으니 사람이 생령이 되니라.’ 이발사 ‘이반’은 아침에 잠에서 깨어 뜨거운 빵 냄새를 맡고, 면도를 할 때 손님의 코를 너무 잡아당겨서 간신히 붙어있을 정도라는 말을 듣는다. <코>는 삶의 시작과 끝을 의미한다.

      

학력 증명서로 받을 수 있는 8 등관의 칭호를 얻은 지, 2년 받게 안 된 ‘코발료프’는 5 등관 인 ‘자기 코’에게 ‘자기 자리’를 찾아가라고 하나 저는 저 자신’이라고 기도를 계속했다. 


- 이반 야코블레비치는 상당한 냉소주의자여서 코발료프는 ‘자네 손에서 항상 역한 냄새가 나’, 왜 악취가 나는 거죠?’‘냄새가 날 뿐야’(사회에 대한 불신, 좌절감, 환멸이 있는 이반) <영화 기생충>에서 송강호에게서 냄새가 난다는 사장의 뉘앙스도 느껴진다.   

- ‘지배계급에 대한 풍자와 부조리한 당대 현실의 고발이 너무 심해서 통제 불안에 대한 작가의 속마음을 ’ 악취‘로 표현한 것은 아닐까.

- ‘정녕 당신이 원하신다면.... 당신은 '제 코란 말씀입니다’ 코는 ‘당신이 착각하신 겁니다'. 저는 저 자신입니다.’ ‘코가 사라지다니 믿을 수가 없어’ 내가 꿈(COH)을 꾸고 있거나 혹은 단순히 몽상 속에 빠져 있는 걸 거야 (자기 과장, 허세, 분수 모르는 자신 돌아보기)

- ‘어떻게 이런 어리석고 사실 같지 않은 소문이 사람들을 뒤흔들어 놓는 거지.’(그때나 지금이나 사람들을 혼란하게 하고, 진실을 왜곡하며, 소문 등으로 언론 플레이?를 하는 사회가 비슷하게 느껴진다)


8등 관인 ‘코발료프’가 5등 관인 ‘자기 코’에게 ‘제 자리로 찾아가라’고 하나 저는 저 자신이다로 답한다. 8 등관 인 코발료프가 5 등관의 ‘콧대’로 살아온 것을 느끼게 하기 위한 작가의 의도가 아닐까. 

‘나는 나다’라고 한 말은 독자들이 ‘자신의 주체적 존재가 어떠한지를 다시 한번 살펴보라’는 의미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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