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엄마 보고 싶네~’
작은딸이 ‘오늘 큰엄마 생신인가 부네’. ‘큰엄마 보고 싶네’~~ 그런데 날짜를 찾아보니 양력 아닌 음력! 신혼 때 시댁 식구와 친정 식구들 생일을 적어놓은 종이를 찾아보니, 몇 번 옮겨적기는 했는데 숫자가 바래어 겨우 알아볼 정도. 결혼 후 한 10년까지는 큰집 식구는 생일 챙겼는데 시댁 식구들이 ‘챙기는 문화’가 아니라서 혼자 하다가 그만두었다.
작은 시동생 생일은 큰동서와 같이 연락하고 찾아갔으나 못 보고, 그냥 두 사람이 같이 식사하고 집으로 온 뒤에는 거기도 빠이~~. 나이 들어 결혼하여 마음만 청춘 이어서 케이크나 작은 선물 챙기고 좋아했는데, 혼자 소녀같이 굴다가 나도 흐지부지하게 되었다.
친정은 명절보다 '태어난 날'을 더 소중히 여기는 가족문화라 큰동생이 군대 가서도 작은동생 생일 챙기려고 전화하느라고 어려웠다고 한다. 당시 1970년대 후반에는 집으로 전화하는것이 쉽지 않았다고 제대 후 자기 마음과 노력을 전달하느라 애쓴 것에 부심 뿜뿜이었다.
삼 남매가 지방으로 흩어져 사니까 어머니 돌아가신 후에는 같이 모인 것도 어머니 기일에 3년 정도 모이고, 이제는 각자 부모님 합장한 곳에 가서 기도로 그리워하는 시간을 나눈다. 각자 시간 되는대로 기일 즈음 다녀와서, 붙이고 온 꽃을 ‘나 갔다 왔다’로 가족 톡방에 올리는 것으로 보고한다.
빛바랜 생일 종이에 적혀있는 이름 중, 세상을 떠난 분들이 계셔서 생일이 아닌 제사로 다시 남게 되었다. 부모 형제뿐 아니라 조카들 생일도 있는 빛바랜 생일 종이는 그동안 잊고 살았던 지난 30여 년의 시간을 되돌아보게 한다. 아마 추석이 다가오니, 다시 보게 될 얼굴에 대한 그리움에 마음이 촉촉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