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별이맘 Sep 06. 2020

온라인 수업_라이브 방송

모두 고생했어요

 요즘 별이는 집에서 온라인 수업 중이다. 별이네 유치원은 코로나 상황이 지역 내에 갑자기 심각해질 때 일주일 동안 겨울 방학을 앞당겨 일주일 휴원을 하였다. 그 이후에는 여러 학부모들의 의견을 수용하여 등원을 원하는 친구들은 등원을 할 수 있도록 집에서 거리두기에 동참할 친구들은 집에서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두 가지 방식으로 진행하였다. 


 나는 유치원의 그런 결정이 처음에는 무척 걱정스러웠다. 사실 나는 지금의 코로나 상황이 꽤 많이 심각하다 느껴졌고 지금은 거리두기에 동참해야만 하는 명분이 있었다. 유치원에서 등원을 결정할 경우 거리두기 동참을 고민하고 있는 사람들까지 등원을 결정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일기도 하였다. 물론 유치원에서 그동안 보여주었던, 방역 지침을 철저하게 지킨 것에 대한 믿음 역시 충분하였다. 따라서 등원을 결정하는 다른 분들의 의견 역시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원에 대한 믿음과 함께 집에서 아이 곁에 온라인 수업을 도와줄 수 없는 엄마의 입장에서 직접 등원의 선택이 오히려 더 수긍이 가기도 하였다. 다행히도 나는 현재 아이를 집에서 데리고 있는 것이 가능하기에 거리두기에 보다 적극적인 입장일 수 있었다. 이런 이유들이 아니더라도 저마다 각각의 이유로 등원 또는 휴원을 선택하였을 것이다.


 그런데 원에서는 등원하는 친구들도 자체 휴원을 선택하는 친구들도 모두 돕도록 애쓰겠다니 원의 입장에서 얼마나 번거롭고 힘든 일일까 싶은 것이었다. 내가 생각할 때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하는 것은 조금 더 간단하고 합리적인 일이다. 둘을 모두 만족시키지 못할 것이고 그럴 바에는 어느 한 쪽을 만족시키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싶은 것이다. 그런데 원은 등원하는 친구들도 자체 휴원하는 친구들 모두 수업을 받을 수 있도록 두 가지를 동시에 진행하겠다 결정하였다. 신랑과 나는 그 방식에 대해 무척 궁금해하기도 하였다. 사실 인스타 라이브 방송을 통해 온라인 수업을 하겠다고 말씀해 주셨지만 나는 인스타 라이브 방송도 예전 유치원에서 미꾸라지 체험을 할 때 보여주셨던 그때를 제외하고는 경험해 본 적이 없었다. 나는 처음에 온라인 줌 강의를 먼저 시작한 친구의 이야기로부터 들은 정보와 나의 상상력이 더하여 온라인 강의라고 하여 캠과 마이크가 필요한 것이 아닌가 하고 설레발을 치기도 하였지만 라이브 방송은 양방향 온라인 강의는 아니어서 다른 준비는 필요하지 않았다. 별이의 패드면 충분하였다.


 인스타 라이브 방송 첫날 나의 의문은 조금씩 풀려갔다. 담임 선생님이 한 분이고 원어민인 이 작은 영어 유치원에서 어떻게 두 방향으로 진행을 할 수 있는지 걱정했지만, 원에서는 두 반을 합쳐 한 분은 등원한 친구들을 함께 하고 나머지 한 분은 라이브 방송을 녹화하고 오프라인 친구들과 함께 해 주셨다. 이 얼마나 조화로운 결과물인지. 또한 두 분은 서로 번갈아 가면서 수업을 진행하셨고 덕분에 등원한 친구들도 온라인을 듣는 친구들도 절반씩 본인의 담임 선생님과 소통을 할 수 있었다. 가능하지 않을 것 같은 이 상황은 등원 비율과 휴원 비율이 비교적 비슷한 현실과 별이네 유치원 특유의 여러 사람들의 의견을 수용하고자 하는 평소 철학이 빚어낸 감사한 결과물이었다. 


 하나의 선택은 모두를 만족시킬 순 없다. 누군가에게는 지나치고 누군가에게는 모자라다. 사람마다 기준도 다르고 방식도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두가 어렵고 힘들 때 내게 돌아오는 계산을 조금 내려놓고 열린 마음으로 함께 하면 모두가 조금씩 만족하는 길은 있었다.


 나는 유치원을 등원하고 싶어 하는 별이에게 아빠 엄마의  일방적 결정으로 별이의 온라인 수업을 설득 아닌 강요를 하였다. 그리고 유치원에서 감사하게도 마련해 준 온라인 수업이 유치원 수업을 그리워하는 별이에게 어떠한 영향을 줄 것인지 지켜보았다. 별이는 화면에 보이는 유치원의 모습에 몹시 가고 싶어 속상해하기도 하고 인스타 라이브 방송 중 하트와 I love you so much를 과하게 틈틈이 보내기도 하였다. 수업에 방해가 될 것 같아 자제시키기도 하였지만 선생님을 너무너무 사랑해서 보내는 것이라 설명하는 별이의 마음이 안타깝게 느껴지기도 하였다. 그리고 며칠 후 유치원에서는 다음 주 등원 여부를 물어보았다. 


 우리는 또다시 휴원을 선택하였고 인원이 적을 경우 온라인 수업이 없어질 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함께 전해 들었다. 이곳은 늘 학부모님들의 의견을 모아 투표로 결정이 이루어졌다. 유치원을 직접 가고 싶어 하는 별이에게 물어본다면 당연히 직접 등원을 원할 것이기에 우리는 우리의 결정을 원에 말씀드렸다. 다만 온라인 수업에 대해서는 고민스러웠다. 그것이 혹시나 화면 밖에서 수업을 지켜보는 별이에게 더 큰 슬픔으로 다가올 것인지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어찌 되었든, 나는 온라인 수업을 할 수만 있다면 대체하겠다고 원에 이미 의견을 보낸 다음에야 별이의 의견을 물어보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요즘 더 늘어날 데로 늘어난 별이의 유튜브 시청 시간이 무척 걱정되었던 참이었다. 그런데 별이의 감상은 역시나 나와는 전혀 달랐다. 잠들기 전 별이는 비밀스럽게 라이브 방송에 대한 본인의 마음을 털어놓았다. 유치원을 제일 가고 싶지만 못 간다면 라이브 방송이 유치원을 가고 싶은 마음을 조금 없애준다고... 별이는 조용하지만 단호한 목소리로 이야기해 주었다.


 별이의 이야기를 듣자 나는, 아주 잠시동안 모든 이유를 막론하고 그저  온라인 수업이 계속되었으면 좋겠다고 마음속으로 간절히 바라었다. 


 별이가 원하고 나도 원하였던 온라인 수업은 조금 더 강화된 거리두기에 따라 이번 주에 줌 수업으로 전환하여 진행하고 있다. 나는 줌 수업을 듣고 있는 별이 옆에서 방해가 되지 않도록 조용히 글을 적고 있는 중이다.






  라이브 방송은 선생님이 직접 아이들과 함께 소통하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지켜볼 수 있었다. 물론 평소의 수업 '그대로'는 아니었겠지만 '대체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사실 영어 유치원을 선택할 때 나는 많은 고민을 했었다. '영어'를 하고 싶다는 별이의 선택과 영어뿐 아니라 '다른 것'도 중요하다는 나의 선택을 만족시킬 수 있는 곳은 현실적으로 이곳이 유일한 곳 같았다. 원의 모든 결정이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었지만 라이브 방송을 통해 그동안 내가 영어 유치원을 선택하였기에 걱정스러웠던 부분을 많이 해소할 수 있었다. 아이들은 내가 '예상'한 모습 그대로 7세 '아이다운' 모습으로 수업에 임하고 있었고 내 아이도 그러하였다. 

엄마의 이야기가 너무 지겨웠다는 별이의 그림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내용을 깊이 이해하지 못한 듯 보인 별이가 안타까워 나름 설명을 해주려고 하니, 별이는 내 얘기는 한마디도 듣지 않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였다. 몇 마디 하지도 못하였는데... 별이의 그림에 나는 또 웃음이 났다. 그리고 더 이상 별이의 수업을 참견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하트와 댓글로 아주 조금 소통이 이루어지기는 하지만, 거의 대부분 수업의 내용을 듣기만 해야 하는 라이브 방송 수업은 할 일을 일찍 마친 별이에게 다른 것을 할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주었고 별이는 평소 수업 시간에도 많은 생각을 한다고 이야기해주었다. 덧붙여 지금은 소금쟁이 생각 중이라고도 하였다. '유치원'에서는 '생각'만 할 수 있는 것을 별이는 '집'에서 '행동'에 옮길 수도 있었다. 물론 그러다 수업 내용을 자주 놓치긴 하였지만. 아주 잠깐 미래에 홈스쿨 하는 별이의 모습도 잠깐 그려보았다가 이내 지웠다. 그러기엔 나는 역량도 기다림도 많이 부족한 엄마였기  때문이었다. 

조금 더 재미나게 수업을 하라고 준비해 준 펜으로 휴지에 아주 즐겁게 그림을 그리기도 하였다.



온라인 수업_라이브 방송 이야기 끝.

이전 18화 반(反) 미니멀리즘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