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맘의 착각
별이는 친구를 위해 생일 축하 카드를 만들었고 나는 별이의 오케이를 받은 선물과 함께 택배를 보냈다. 직접 만나진 못하지만 이렇게라도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 한 달 전 나의 친구도 같은 마음으로 별이의 생일을 축하해 주었었다.
별이는 친구가 좋아하는 것을 고민하면서 그림을 아래부터 위로 그리는 것을 대충 지켜본 나는 완성된 카드를 보며 잠깐 생각에 잠겼다.
'I love you 위에 어두운색으로 칠한 걸 보니 별이가 조금 쑥스러웠나. 괜히 내가 처음 그린 경찰차가 경찰차 같지 않다고 그래서 경찰차를 또 그렸나 보네. 그래도 아래부터 위까지 정성스럽게 그림을 그렸네.'
그리고 며칠 뒤 잘 받았다는 연락과 함께 우리의 카톡이 이어졌다.
7월 24일, 별이맘 Talk
"난 별이 그림 해석을 잘 못해. 난 I love you에 진한 파랑이 칠해있길래 가리려고 했나 물었더니 글씨를 잘못 써서 파랑으로 칠하고(꾸미고) 그 위에 l love you를 쓴 거래."
별이맘의 베스트 프렌드(MJ)이자 수학과 과학을 좋아하는 똘똘이 다니엘 맘 Talk
"저는 강조 표시라고 해석했는데."
(MJ는 카드 속 다른 숨은 뜻을 찾다가)
"언니, 그림이 과학적이에요. 구름에 비가 오고 해가 나오고 무지개가 뜨는데 무지개 앞에 자동차가 전조등을 켰어요. 무지개가 생기는 원리를 아는 것 같아요. 빛과 프리즘."
난 별이가 무지개의 원리를 이야기하는 것을 본적이 없었기 때문에 '절대' 그럴 리 없다 생각하면서도 유튜브에 몰입하고 있는 별이에게 '굳이' 확인해 보았다.
"별아, 왜 이 자동차는 불을 켰어?"
"퍼그 때문에 레인보우가 안 보여서 불 켰어."
대수롭지 않게 대답한 뒤 또다시 유튜브에 빠져있는 별이에게 나의 질문은 더이상 들리지 않았다.
원리를 정확하게 알고 그것을 의도해서 그렸을 리가 없다는 나의 확신으로 친구와의 대화를 마치었고 다음 날 아침 언제나처럼 한 박자 늦게 나는 갑작스레 깨달았다. 그리고 내 친구의 말처럼 아기인 줄만 알았던 별이가 웬지 순식간에 엄청나게 대단한 지식을 뽐내는 어린이라도 된 마냥 나는 착각 속에 빠지게 되었다. 누군가에겐 평범한 일이 '나'에겐 '별이'에 관해선 '무엇'이든 '특별'한 것이 되고야 마는 '마법' 혹은 '착각' 덕분이었다.
그리고 한 달 뒤, 나의 소울메이트 친구와 아주 오랜만에 톡을 나누다 예전 그 일이 생각이 났다. 그림그리기를 무척 좋아하는 타고난 감성주의자 딸을 둔 이 친구의 관점 역시 몹시 궁금하였다.
8월 22일 별이맘의 Talk
"내가 의도를 갖고 물어보는 게 아니라 그냥 어떤 그림인가 궁금한 거야. 너의 객관적인 감상이 궁금해. 상황은 7살 여자 어린이가 남자 친구 생일을 축하하려고 만든 카드야."
별이맘 소울메이트(NB)이자 미술에 푸욱 빠진 감성주의자 아이비 맘의 Talk
"경찰차를 좋아하는 아이가(경찰차에 마음을 이입한거지) 내가 경찰차가 돼서 기분 좋게 비 오는 길을 지나 해님도 만나고 무지개 마을에 노란 차 친구를 만나러 가는 그림"
우리는 참 다르고 그래서 더 재미있다. 우리가 바라보는 세상은 '우리'의 눈일까 '우리 아이'의 눈일까. 어쩌면 이미 우리는 그것의 경계가 헷갈릴 만큼 서로 닮아 있는 것도 같다.
정답은 별이 머릿속에 있겠지.
좋은 생각을 너무 많이 하는 별이에게 어느 날 나는 농담반 진담반으로 물었다.
"별이 머릿속에는 뭐가 들어있어? 이 자그마한 머릿속에 좋은 생각이 왜 이렇게 많아?"
"(비밀스럽게) 엄마에게만 알려줄게. 내 머릿속엔 책장이 있어... 어쩌고 저쩌고..."
"(역시나 감탄하며) 그렇구나! 그래서 좋은 생각이 많이 나는구나!"
숨은 의미 찾기 이야기 끝.
다들 참 많이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