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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르테나 Oct 30. 2016

좋아하는 일? 잘하는 일? 고민하는 사람을 위한 조언

둘 다 경험해 본 사람의 생각

 방송인 노홍철은 방송을 마무리할 때면 항상  힘차게 외치는 말이 있다!

" 여러분! 하고 싶은 것 하세요!"

 이 말은 노홍철이라는 사람의 긍정적인 에너지와 결합해서, 듣는 사람들에게 기분 좋은 희망 에너지를 전달해 준다. 그도 한 땐, 공부 잘하는 형(지금은 대학 교수님)과 비교되어 행복하지 않은 적이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어차피 차이 날 것,  그냥 하고 싶은 대로 살자 싶어, 재미를 찾아 살다 보니 인생이 즐겁고 잘 풀리더란다.  이 말은 노홍철이란 사람의 경험에서 나오는 삶의 교훈이기에 더욱 확신을 갖고 외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대부분 그렇게 살지 못한다 중고등학교 때 현실적인 미래를 계획하고, 전공을 결정할 때는 물론, 어른이 되고, 심사숙고 끝에 직업을 선택한 이후에도, 자신의 선택에 대해 확신하지 못하고, 내가 이 일을 하는 것이 맞나 의심하며 살아간다. 하고 싶은 일과 잘 하는 일 사이에서 고민하기도 하며, 어떤 일을 내가 하고 싶은 것인지 자신도 몰라 헤매거나, 삶에 대한 막연한 불만으로 그냥저냥 일에 목매여 끌려다니기도 한다. 심지어 꿈 조차 없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요즘은 초중고에서부터 진로적성 교육을 강화하고 있기는 하다. 아이들 꿈이, 막연히 유명해지는 연예인이거나, 망해도 3년은 가는 그냥 부자, 퇴직 때까지 짤리지 않을 공무원, 놀고먹으며 세 받아 사는 건물주인 등... 꽤나 어이없어진 지금이 돼서야 교육의 문제를 고쳐보기 시작한 것이다. 자유학기제나, 수많은 체험학습들은 그런 교육적 필요에 의해서 나오게 된 일이다. 사람은 경험을 통해 자신이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구분한다. 충분한 경험이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게 한다.


그럼 이제 내 얘기를 해 보고자 한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난, 일에 있어서만큼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았다. 대학교 때 떨어진 연극영화과에 미련이 남아, 기어이 연극영화 대학원까지 다니면서 시나리오, 연출, 사운드 믹싱, 편집도 해 보며 모든 영화 시스템을 경험했고, 영화 시네마테크 단체에서 공부하면서 운 좋게 한국영화 평론 책에 참여도 했고,  감독을 꿈꾸며 상업영화 연출부를  떨어지고, 또 떨어지면서 조감독까지 기어이 해냈으며, 내가 시나리오 쓰고 연출한 독립영화로 부산 영화제에 참가도 해봤고, 다른 독립영화에선  프로듀서 일도 해 봤으니... 생각해보면 하고 싶은 영화 일은 다 하며 살았다.

더 이상 생계를 잇지 못했지만... ㅜ.ㅜ


어릴 때부터 꿈꾸던 영화일을 하던 2~30대의 나는, 영화감독이 되는 정식 방법이 아니면 안 된다는 치기와 고지식함이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더 쉽게 갈 기회도 많았는데, 굳이 마다하면서 말이다.
연극영화과 입시에서, 내 규정 연기가 마음에 드셨던 연극전공 교수님이 연극해볼 생각 없냐고 하셨을 때, 영화 할 거라고 딱 잘라 거절하지 말았어야 했다. 선배가 메이저 영화사 연출부 자리를 소개해 줬을 때, 엎어진 영화에 대한 의리와 미련을 버리고 주저 없이 갔어야 했다. 스타가 캐스팅된 탄탄한 영화에 조감독으로 있을 때도, 더럽고 치사한 일을 당하고, 내가 그런 일을 했어야 하더라도 몇 년이고 버텼어야 했다. 친구 때문에 처음 하게 된 독립영화 프로듀서일로, 과분한 칭찬과 관심을 받을 때, 프로듀서 일을 계속했어야 했다. 그랬다면, 아마도 난 영화로 생계를 이을 수 있었을지 모른다. 그런데 난 그 모든 게 편법이라 느껴졌다. 그래서 전부 거절하고, 능력도 안되면서 감독이 되겠다고 자존심 세우며 시나리오 쓰는 시간만 몇 년 낭비하다가 끝내 10여 년 만에... 내 꿈을 접었다.


좌절의 끝에서, 생계를 위해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영화하면서 돈과는 너무 멀었던 탓에 생계를 위일은 돈 좀 벌어야겠다고 생각하며 최선을 다해 일하겠다고 독기도 품었었다. 전공이 문예창작이니, 글쓰기나 논술 쪽 일을 찾아보는데, 많은 글쓰기 프로그램 중에 토론을 강조한 프로그램이 눈에 들어왔다. 논술지도는 자신 있으니 토론을 배우면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내 생각은 적중해서, 처음부터 나는 그곳에서 주목받는 교사였다. 실적도 좋아서,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시간과 월급을 조절해 가며 원하는 대로 일 할 수 있었다. 돈보다 시간이 필요할 때는 수업을 안 하는 요일을 만들어 빼기도 하고, 돈을 벌어야겠다 싶을 땐 원하는 만큼 수업을 늘릴 수 있었으며, 보람과 재미도 느낄 수 있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잘할 수 있어서 선택했던 독서토론논술 일은 내가 노력한 시간과 함께 어느새, 좋아하는 일이 되었고, 그래서 8년이나 일을 할 수 있었다.


잘하는 일은 자질과 능력, 경험 등이 이미 자신 안에 갖춰진 경우가 많다. 그래서 남들보다 유리한 위치에서 적은 노력으로 많은 성취를 누릴 가능성이 있다. 기본 능력을 갖추었기에 사회생활에서 상처를 덜 받을 수도 있고, 인정을 받으며 자신의 자존감을 지키기에도 유리하고, 일찍 경제적 안정을 이룰 수도 있다. 한마디로 좋아하는 일에 비해, 잘하는 일은 조금 편한 길이다. 적당히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고 싶다면 잘하는 일을 하는 게 훨씬 고통이 적을 수 있다.(물론 평범함도 절대! 쉬운 일은 아니다!) 한때, 난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어차피, 잘 하는 일을 선택해야 하는 거 아닌가?'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하지만, 그것 역시 철저히 본인이 선택할 문제다. 경제적인 조건만이 인생의 행복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니, 오로지 자신만이 선택할 수 있는 문제인 것이다. 하지만 어떠한 일이라도, 자기 성찰의 힘으로 발전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으면 도퇴됨을 명심해야 한다. 남들보다 조금 더 능력 있다고 안심하다 보면, 누군가는 당신을 앞서 나가고, 당신이 생각도 못한 방법으로 성취감을 높여 가며 당신의 실력을 옛이야기로 만들어 가고 있을 것이다.


 독서토론논술을 가르치면서 배운, 생각을 깊이 있게 유도하는 질문 기법과, 아이들과 토론을 위해 읽었던 다양한 책들, 나를 힘들게 했던  장난꾸러기들과의 수업은, 시나리오를 쓸 때보다 훨씬 더 나를 공부시키고 훈련시켰다. 질문과 토론을 통해 생각을 발전시키는 방법을 나 스스로 체화할 수 있었고, 기초가 없는 아이들에게 글의 구조를 쉽게 만들어 가르치다 보니, 글이 어떻게 구조화되어야 할지 눈에 들어왔고, 드라마 구조들이 자세히 보이기 시작했다. 책에 관심 없는 아이들을 발전시키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사람 관계에 대해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고민해가면서 나는  점점 탁월한 분석가가 되어갔다.


그리고, 난 알았다. 내가 왜 꿈을 접을 수밖에 없었는지...

난 한 마디로 나를 잘 몰랐다. 내 능력이 부족한 것도, 노력이 더욱더 많이 필요하다는 것도 몰랐다!

그냥 남들보다 느릴 뿐, 노력하고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어떤 부분이 잘못됐는지 정확히 알지 못했고, 얼마나 게으른지, 노는 것을 그저 창작을 위한 비움의 시간이라고 착각하고 있었다는 것을 그때서야 알았다.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을 한 번도 생계와 결부시켜 보지 않았던 절실함의 부족, 나태함 때문이었을 것이다.


내가 영화일을 하며, 독서토론논술 일을 할 때처럼, 분석적으로 공부하고 일했다면 어땠을까?

스스로의 창의력 부족을 탓하고 있기보다, 드라마의 근본적인 갈등의 요소와 구조들을 분석하고, 인물의 새로운 매력을 만들어 내는 다양한 연구를 했다면 어땠을까?  생각해 보면, 난 그때까지 책에서 배운 갈등에 대해서만 생각했지, 갈등을 만드는 실질적인 방법이나 인물들을 개성 있게 만드는 나만의 방법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본 적도 없었다. 시나리오 썼다는 사람이 말이다.  ㅜ.ㅜ


여러분이 만약, 잘하는 일을 해야 할까?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할까?를 고민한다면,  가장 먼저 할 일은,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성찰하는 일이다자신을 성찰한다는 것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아는 것만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은 그 일을 하기에 어떤 준비가 되어 있는지, 아니면, 어떤 노력을 할 것인지, 내가 그 일을 한다면 어떤 부분이 장점이고 어떤 부분이 단점인지를 객관적으로 알아야 한다. 자신의 신체적, 경제적, 사회적 환경이 어떤지, 그 직업을 택했을 때 자신이 얻는 것은 무엇이고, 잃는 것은 무엇인지, 또, 일을 하면서 상처를 받더라도, 뼈를 깎아 내는 심정으로 배우고 고쳐나갈 의지가 있는 지, 선택한 일에 대한 현재의 만족도나 미래 전망은 어떤지를 스스로에게 심도 깊게 물어봐야 한다. 


그리고 질문들은 좋아하는 일에 먼저 대입해 생각해봐야 한다. 만일 좋아하는 일에 대해 스스로 자신이 없다면, 당신은 잘 하는 일을 선택하는 것이 옳다.


 자신을 꼼꼼히 성찰한 후, 두 번째로 생각할 것은, 자신이 선택한 일이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일인가의 문제이다.

몇 년 전에, 한 시나리오 작가가 자신의 자취방에서 가난과 지병으로 죽은 채 발견되어, 큰 파장을 일으켰던 적이 있다. 장래가 촉망받는 여성 작가였는데, 다른 사람에게 도움조차 청하지 못한 채 생을 마감했다. 그 기사를 보고, 난 너무나 침통했다. 무엇이 그녀를 그렇게 극단적 상황까지 끌고 간 것일까? 그녀에게도 가족이 있고, 친구가 있었을 텐데... 그렇게 밖에 될 수 없었을까? 너무나 가슴 아프고, 남 얘기 같지 않았다. 그 녀가 조금만, 자신의 건강상태와 경제적 환경을 보다 객관적으로 판단하고, 조금만 융통성 있게 생각할 수 있었다면... 꿈을 쫓더라도 현실에 발 딛고 있어야 꿈을 쫓을 수 있다는 점을 냉정하게 이해하고 있었다면... 어쩌면 그녀는 인생 최대 고비를 넘기고, 지금까지 좋은 글을 쓰고 있지 않았을까? 너무나~ 너무나~ 안타까웠다!!!

생계의 절실함은 그래서 그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한다. 좋아하는 일의 경제적 만족도의 기준은, 잘하는 일에 비해 낮을 수는 있다. 하지만, 그게 어떤 일이라도 자신의 목숨을 지킬 수 있는 생계가 보장되지 않는 일은 자신의 일이 될 수 없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자신이 아무리 좋아해도, 잘해도, 생계를 잇지 못하면 언젠가 그 일은 결국 끝이 난다.

그래서, 생계를 유지하며 그 일을 할 수 있는 길이 있다면 편법이라 생각하지 말고, 그 일에 붙어서 악착같이 노력하며 일해야 한다.( 이것은 내 경험을 통한 뼈저린 깨달음이다! ) 다양한 경험을 쌓고, 남들보다 많은 것을 보고, 공부한다 생각하고, 치사하고 아니꼬운 길이더라도, 버티고 버텨서 생계를 지켜야 한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것이니까...


또한, 좋아하는 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으려면, 그 일에 필요한 능력을 절실한 마음으로 키워야 한다. 냉정하게 말해서, 자신이 선택한 일로 생계를 이을 수 없다면, 그것은 운이 없는 것이 아니라, 그 일에 대한 핵심 원리를 잘 모르고 있거나, 그 일을 하기에는 아직은 여러 가지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내가 독서토론논술 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내가 가진 기본 능력에, 일에 필요한, 새롭고 다양한 능력들을 키우려 노력했기 때문이었다. 하루에 4~5시간씩 자며 논술과 토론의 핵심을 파악하는 것은 핵심적인 기본능력일 뿐, 그것만으론 최고의 논술교사가 될 순 없었다. 최고의 선배 논술교사들은 내가 생각지도 못한 서비스 방법으로 교육 영업에 성공하고 있었고, 훨씬 더 많은 교육심리 공부를 해서 학부모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었다. 가르치는 직업은 가르쳐야 할 지식도 잘 알아야 하지만, 가르치는 아이들 심리와 학부모들이 원하는 것, 우리나라 교육의 흐름을 파악하고, 상담의 기술과 영업의 능력도 있어야 한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아무리 잘할 수 있는 일이라도 그 일에 프로가 되기 위해선 내가 몰랐던 다양한 능력이 필요했고, 작은 실패와 성공의 과정을 분석하며 최선의 노력으로 필요한 능력을 채워가야 했다.


그때 깨달았다. '남들이 다 알고 있는 방법으로 하는 노력은, 노력이 아니라 기본적인 성실함일 뿐'이라는 것을...

" 천재는 99%의 노력과 1%의 영감으로 만들어진다! "라는 에디슨의 말이 새롭게 이해됐다. 천재는 타고 나는 게 아니라, 남들은 생각지도 못하는 여러 방법까지 만들어 노력하는 사람이며, 그렇게 노력하다 보면, 1%의 영감! 성공의 깨달음이 온다는 뜻이라고 말이다.


결국 우리가 이야기했던, 일(직업) 이야기는 생존과 행복에 관한 이야기다. 한 사람당 평균 8~9번 직업을 바꾼다는 세상에 살면서, 우리는 항상 변해야 하고, 그 변화에 적응해 가야 한다. 아무리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더라도 무조건 행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아무리 잘 하는 일을 하더라도 항상 성공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다만,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생각하고, 자신이 그것을 감당할 능력이 있는지 최대한 냉정히 판단해서 결정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리고 그 어떤 것도 생존의 문제라는 것을 잊지 말고, 생존에 필요한 다양한 능력을 스스로 채워가며 성장할 수 있다면, 좋아하는 일은 잘하는 일이 되고, 잘하는 일은 좋아하는 일이 되어, 행복한 생존이 가능할 것이다. 때까지 우리가 할 일은...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 노력하는 일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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