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 선택을 고민 중이라면...
'직업'의 사전적 정의를 살펴보면, '개인이 사회생활을 영위하고 수입을 얻을 목적으로 한 가지 일에 종사하는 지속적인 사회 활동'이라고 한다. 하지만, 내 기억이 맞다면, 고등학교 윤리 시간에 배운 직업의 정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는 경제활동으로 개인의 자아실현을 이루어 준다'고 했던 기억이 난다. 직업은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일이 아니라, 크게는 인간 사회의 한 부분을 구성하는 꼭 필요한 활동이자, 작게는 개인의 자아실현을 이룰 수 있게 해주는 길인 것이다. 그러므로 인생에 있어서 직업의 선택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행복한 직업생활을 하려면 일단, 자신이 마음에 드는 일을 선택해야 한다. 직업에 대한 선택의 기준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일단 월급에 대한 최소한의 자기 기준을 만족시킨 일들 중에서 자신이 하고 싶거나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한다. 물론 그 일은 사회생활에서 의미와 보람을 동반할 수 있는 일이어야 한다는 것은 기본 전제이다.
앞 글에서도 얘기했듯이 먹고, 자고, 싸는 일을 제외하면, 우리는 인생의 대부분의 시간을 직장에서 일을 하며 보낸다. 그러므로 직업이 자신이 누구인지, 생각과 삶을 결정하므로 직업을 통해 자아실현을 한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그러니 직업을 선택하기 전에, 자신이 무엇을 원하고 어떤 삶을 살고 싶은 지를 가장 먼저 생각해봐야 한다. 자신이 경제적인 여유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월급이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고, 직업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중요하다면 직업의 공공성이나 의미가 중요할 것이다. 사람에 따라서는 시간적 여유나 명예가 중요할 수도 있고, 자신을 흥분시키는 감정의 유희나, 도전의식, 성취감이 중요한 기준이 될 수도 있다. 물론 그 모든 것들이 자신에게 얼마나 중요한 가를 생각하고 종합해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결정해야 할 것이다.
자신의 삶에서 어떤 것이 가장 중요한 지, 어떤 삶을 살고 싶은 지를 결정했다면, 그다음 생각할 일은 '경제적 만족도'이다.
현실적으로 직업은 우리의 생계와 관련이 있으므로 아무리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한다 해도 최소한의 생계가 보장되지 않는다면 그 일은 직업이 될 수 없다. 나 또한 20대 때 꿈을 좇아 영화 조감독 일을 했었다. 공부하고 현장에서 일한 시간까지 15년이 넘게 그 일을 했지만 그 일은 생계가 되지 못했고, 결국 버티다 못해, 나는 꿈을 접었다. 그리고 내가 잘할 수 있고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일로, 아이들에게 독서토론논술 가르치는 일을 선택했고, 돈도 벌고 인정도 받으며 만족스럽게 일 할 수 있었다. 이처럼 직업은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에 내 삶에 맞는 경제적 만족도가 담보되지 않으면 유지가 될 수 없다.
마지막으로 중요하게 생각할 것은 '나 자신이 그 일을 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는가?'이다.
직업은 일을 해서 돈을 벌고 자아를 실현해가는 사회적 활동이다. 내가 그 일을 할 수 있는 능력과 밑바닥에서부터 배우려는 태도가 준비되지 않으면 아무리 하고 싶어도 나는 그 일을 직업으로 가질 수도, 유지할 수도 없다.
그러므로 어떤 일을 선택할 땐 그 일을 하기 위한 능력이 내게 정말 있는지, 그 일을 밑바닥에서부터 배울 자세가 되어있는지 객관적으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나 같은 경우, 문예창작 전공에 시나리오도 썼던 경험이 있었기에 독서토론논술 교육은 기본적으로 내게 적합했다. 게다가 처음 해 보는 색다른 도전이자 생계를 위한 일이었기에 하루에 4~5시간씩 자며 원리를 공부하고, 참고 자료로 아이들 심리, 교육방법, 학부모 상담을 지속적으로 분석하고 연구했다. 힘들긴 했지만 재밌었고, 보람 있었고 인정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언제나 내가 생각도 하지 못 한 새로운 방법으로 노력하며 멋지게 일 하는 사람들을 볼 때면 기가 죽기도 했고, 아직 멀었구나 싶은 생각에 더욱 분발하기도 했다.
하지만 8년이라는 시간 동안 독서토론논술이라는 일을 하며 봐 온 많은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경우들이 더 많았다. 아이들이 자신을 괴롭히는 괴물 같다고 싫어하는 사람도 있었고, 생각을 키우는 핵심 기법인 질문하는 방법의 기본 원리 조차 열심히 배우려 하지 않는 사람, 자신의 학벌이 좋고 경제적으로 환경이 우월하다고 생각하는데서 오는 자만심과 허영심으로 노력하지 않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 아무리 좋은 대학에 대학원까지 나온 사람이라도 책 내용을 오독하거나 흐름과 주제를 파악하지 못하기도 하고, 자신의 세계관에 갇혀 인물의 심리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때 든 내 생각은,
아무리 학벌이 좋고, 머리가 좋아도, 각자에게 맞는 일과 맞지 않는 일이 있다는 것과, 기본부터 배우려들지 않고, 성실하게 몰두하지 않는 태도는 결국 실패를 가져온다는 것이었다. 특히 요즘처럼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자신에 직업의 핵심 원리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성실히 배우며 발전하지 않는다면, 그 사람에 생존의 기회는 점차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것은 내가 생계를 위해 새로운 일을 하면서 알게 된, 나 자신에 대한 뼈저린 깨달음이기도 했다.
지난날, 내가 영화일을 하며 얼마나 자만과 허영에 가득 차서 노력하지 않았는 지를 되돌아보게 된 것이다. 나름 노력한다고 생각했던 일들은 매우 게으른 핑곗거리밖에 안 되는 수준이었다. 아마도 내가 새로 시작한 일만큼 생계를 위해 최선을 다해 공부하고 노력했다면, 예술을 한다는 허영에 물들지 않고, 현실적인 방법을 찾아 다양한 길을 모색하며 보다 분석적으로 치열하게 공부하면서 능력을 키워갔을 것이다. 그렇게 했다면 혹시, 생계적 여건을 갖추고 여전히 그 일을 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자신에게 맞는 일이란? 기본적으로 자신이 갖고 있는 자질의 토대 위에, 스스로의 부족함을 느끼고 더욱 노력할 수 있는 일, 그 일에 대해 배우는 것을 재밌어하며 남들은 하지 않는 방법까지 동원해서 열정을 불태우며 발전해 가는 자신을 즐기는 일일 것이다. 그럴 수 있다면, 분명 그 사람은 그 일을 좋아하는 것이고,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것이며, 지루할 틈도 없이, 전문가가 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일에 전문가가 되었을 때 많은 사람들은 그 전문성을 사고 싶어 할 것이기에 경제적인 안정도 따라오게 될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행복한 직장생활, 행복한 삶을 위해 자신을 더욱 돌아보고 성찰해야 한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알지 못하면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 수 없을 것이고, 자신의 능력과 노력을 객관적으로 성찰할 수 없다면, 직업에 전문성도, 사회적 인정과 보람도, 경제적 만족도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 당신은 정말 당신 스스로를 잘 알고 있는가?"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 전에 반드시 생각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