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태로운 듯 평화로운
스페인의 안달루시아 지방은 스페인답지 않은 색깔을 갖고 있다.
화려하고 튀는 것보다 차분한 흰색이 더 많은 동네들.
아기자기한 돌길을 걷다 보면 영화 세트장에 와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높지 않은 건물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고 대문은 길과 맞닿아 있다. 언제든 사람이 튀어나와 인사를 할 것만 같다. 그래서일까 서로가 서로에게 다가가는 것이 익숙한 이 곳에선 인사를 하고 안부를 묻고 다양한 주제로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일상이다. 낮에는 커피와 빵을 팔고 저녁엔 맥주와 식사를 파는 bar에 가면 눈 마주치는 모든 이가 대화 상대가 된다. 혼자임이 어색하지 않은 이 곳,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방에 숨어 있는 많은 동네들 중 가장 인상 깊었던 론다. 마을이 절벽 위에 형성되어 있다. 구시가지와 신시가지를 이어주는 다리 또한 굉장히 높다. 그곳을 지나가면 하늘을 걷는 듯한 기분이 든다. 다른 세상으로 여행을 하는 기분이랄까. 투우의 고장인 이 곳은 전통적인 모습이 곳곳에 남아있다. 유럽은 역사와 전통을 잘 간직하기로 유명하지만 이 곳은 특히나 시간여행을 하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
절벽 위의 예쁜 하얀 집들을 보고 있으면 마냥 행복하다. 마음이 편해진다. 이게 천국인가 싶다. 함께 있는 사람이 좋아서 더 그랬나 보다. 그 친구와의 여행은 언제나 행복했고 그래서 더 기억이 남는다. 지금은 홍콩 여행 중인 이 친구가 오늘따라 더 보고 싶다.
Ronda, Spa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