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건네받는 커피의 온도

by Ben Frost

여기있습니다.


텀블러에 담긴 핫 아메리카노를 소중히 받으며 뚜껑을 돌려 닫는다. 가방에 넣으면서 동시에 “감사합니다” 인사를 하고, 찰랑~ 하는 문에 달린 작은 종소리를 들으며 서둘러 출근길의 막바지 스퍼트를 올린다.


하루를 시작하는 음료가 무엇인가에 따라 그 사람의 하루가 달라질까? 당연하다. 그렇다면 그 당연한 시작을 ‘커피’로 하는 나의 하루는 어떤 양상일 수밖에 없을까 생각해 본다.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에너지는 각기 다르고, 그 에너지는 때론 체력에 의해, 책임감에 의해 변동성 있게 달라지기도 한다. 커피를 마시기 전까지, 카페인을 알기 전까지는 좀 더 자수성가의 마인드로 하루를 운용해 왔던 과거의 나와 달리, 커피를 마시는 지금의 나는 카페인이 없이는 하루를 열기를 무서워할 정도이다. 그런 나에게 흥미롭게 느껴지는 장면이 있었다.


언젠가 ‘핑계고’를 보면서였는데, 그 자리에 MC인 유재석 님을 포함해 평소 활력 넘치는 예능인들이 다섯 명 정도 모여 있었다. 그런데 그중 한 명을 제외한 나머지 네 명은 커피를 마시긴 마시지만, 한 번 마실 때 거의 숭늉 수준으로 연하디연하게 먹는다는 것이었다. 와, 카페인 없이도 저 활력이 가능하다고? 저만한 에너지가 뿜어져 나올 수 있다고? 너무나도 신기했던 장면이었고, 한동안 그 장면이 머릿속에서 반복 재생되기도 했었다.


그와는 다르게 나에게 커피란 그렇게 접근되지 않는다. 일명 ‘얼죽아’로 줄여지는 얼어 죽어도 아이스 아메리카노 파와 다르게, 나는 매니아층이 적어서 줄임말조차 흥행하지 못한 ‘쪄죽따’이다. 커피를 차갑게 마시는 순간 뭇 음료로 치환되는 느낌이어서, 나는 목부터 위까지 타들어 가는 느낌의 뜨거운 온도로 시작되는 커피를 좋아한다. 계절과 무관하게, 상황과 무관하게. 그리고 그런 나에게 테이크아웃 잔은 환경호르몬 덩어리로 보이기 때문에 늘 그란데 사이즈(500ml 조금 넘는)의 텀블러를 들고 다니며 테이크아웃을 하곤 한다.


그런 나에게 “여기 있습니다”라고 건네지는 커피는 좀 다른 느낌이다. 오늘 하루도 응원합니다, 라고 느껴진달까. 커피야 아침에도 먹고 점심에도 먹고 때에 따라 저녁에도 먹을 수 있지만, 아침에 건네받는 커피는 유독 그런 응원이 묻어 있는 느낌이다.


그렇게 내려온 커피를 나는 거의 6~7시간에 걸쳐 일하는 내내 나눠 마신다. 뜨거워서 한꺼번에 못 마시는 것은 물론, 나름 보온력에 탁월한 텀블러여서 온기가 잘 유지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쩌다 한 번씩 아이스로 된 커피 종류를 먹게 되면 채 3분도 되지 않고 바닥을 드러내는 나의 마시는 속도에 놀라곤, ‘역시 이래서 아이스로 된 커피는 별로야’라는 결론을 낸다. 그와 같이 나는 그 응원을 6~7시간 동안 되새기며 일하는 것 같다. 응원받아야 더 잘될 일을 하고 있어서가 아니라, 누군가의 작은 응원도 감사히 받을 수 있도록 만드는 커피의 힘이랄까.


누군가에게 작은 응원이라도 건네는 삶을 살고 싶다. 누구보다 그걸 잘할 수 있는 직업이면서도, 직업적으로는 잘되지 않아 고민이 되기도 하지만, 습관적으로 차가움을 남기지 않고 조금만 더 온기를 흘려보낼 수 있다면 하고 생각한다. 카페 직원이 직업적으로 건네준 텀블러에 내가 느낀 것이 응원이라면, 나도 직업적으로 건네는 말 속에 응원을 조금이라도 담아 볼 수 있지 않을까. 너무 바쁠 때는 물론 쉽지야 않겠지만. 생각하고, 한 번 더 마음의 확정을 지어보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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