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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ianosaur Jul 24. 2023

08 | 이직 바이블 - 3

STEP 6 경력 면접의 특징
신입 면접과 다른 경력 면접 포인트

기업들이 신입사원을 채용할 때에는, 경력자 같은 능숙한 인재를 원하지만, 경력자를 채용할 때에는 신입사원 같은 사람을 원한다는 것이다. '신입 같은 경력자'는 어떤 사람일까? 일 처리가 깔끔하고 직무 경험도 탄탄하지만, 신입처럼 겸손한 사람을 뜻한다. 진짜 실력자는 절대 교만하지 않다. 항상 겸손하고, 놓친 것은 없는지 주의하면서 새롭게 분석하고 정리한다.

회사에서 말썽을 일으키는 사람을 살펴보면 어설픈 경력을 가진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들은 본인의 짧고 좁은 경험을 일반화시키면서 모든 것을 안다는 듯한 태도로 이야기한다.


기업이 찾는 '신입 같은 경력자'는, 신입 같은 긍정적인 에너지와 태도를 가지면서 동시에 경력자다운 말귀와 업무 스킬을 가진 직원이다.


기업은 기업 나름의 입장이 있고, 채용자는 채용자 나름의 바람이 있다. 그러나 고용자와 피고용자의 욕구는 상호적이다. 한쪽의 욕구만 채우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직원들의 회사평가 기준이 높아진 만큼 채용의 기준을 높인다. 높은 급여를 주고 복지제도를 풍성하게 제공하는 만큼, 더 좋은 직원을 뽑고 싶어 지기 때문이다.

자신의 생각과 관점을 회사와 일치시키는 편이, 현실을 부정하는 것보다 스스로에게 훨씬 유익한 방법임을 말해본다. 관점을 회사와 일치시키라는 말은 회사의 노예가 되라는 의미가 아니다. 나의 커리어와 성장을 위해, 불필요한 불만에 사로잡히지 말라는 뜻이다. 결국 나의 커리어를 위해서는 회사와 공존해야 한다.



경력 면접과 신입 면접의 차이점

경력 면접과 신입 면접은 다른 면접이다. 회사가 경력자에게 기대하는 답변과 신입에게 기대하는 답변이 다르기 때문이다. 기업은 신입 같은 경력자를 찾는 것이지 진짜 신입사원을 찾는 게 아니다. 신입사원처럼 일에 대한 열정과 긍정적인 태도를 보여보라. 동시에 경력자 같이 분명한 성과로 이야기해 보자.

성과 없는 경력은 사실상 신입사원과 다를 바 없다. 간혹 경험과 경력을 혼동하는 사람들이 있다. 경력과 경험은 다르다. 경력은 특정 업무에 대한 나만의 노하우나 유사한 환경에서 동일한 성과를 낼 수 있는 역량을 말한다. 반면에 경험은 직무에 수월하게 적응할 수 있는 요소에 불과하다. 신입은 유사 경험만 있어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지만, 경력자는 반드시 유사 경험에 성공 경험을 붙여야 한다. 이는 경력직 면접의 기본 요건이다.


자기소개 주요 내용

전 직장이 중요하다는 말은 전 직장의 규모가 중요하다는 뜻이 아니라, 전 직장과 이직할 곳의 업무 유사성과 연결성이 중요하다는 의미이다.

반드시 성과를 중심으로 자기를 소개하자. 경력 기술서에 작성한 내용 중 가장 자신 있는 내용 한두 가지로 자기소개를 준비하는 것이 좋다.


Critical Point

경력자 면접에서 당락을 가르는 민감한 주제는 '납득되지 않는 이직 사유'이다. 기업들은 퇴직자들이 지속적으로 발생할까 봐 노이로제 수준의 극심한 걱정을 한다. 이직 사유가 합격의 핵심 포인트는 아니지만 불합격의 핵심포인트로는 충분하다. 필살기에서부터 퇴직 사유까지 일관된 관점으로 정리해 보자.


신입자에게 취직을 성공하는 단 하나의 치트키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인턴십이다. 내가 지원하려는 회사의 인턴십을 경험해 보면 회사의 문화와 일하는 방식을 파악할 수 있는 경험을 쌓을 뿐 아니라, 나와 함께한 상사들의 지지와 격려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질문의 이해도

경력자에게 질문에 대한 이해도를 요구하기도 한다. 실제로 회사 상사들은 디테일하게 질문하거나 문맥을 가지고 질문하지 않는다. 갑자기 생각난 지시를 하거나 자신만 알고 있는 단어와 문장을 사용하며 지시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우문현답이라는 사자성어처럼 다소 엉뚱해 보이는 질문에도 나의 경험과 관점으로 지혜로운 답변을 도출해 내는 연습을 해 볼 필요가 있다.


경력자들에게는 오픈형 질문을 많이 한다. 비교적 간단한 질문을 하고 어떤 영역에서 어떤 주제로 답변할지 스스로 선택하라는 게 속뜻이다. 폐쇄형 질문은 면접자가 적절하게 답변할 수 있도록 조건과 환경을 제공한다. 선택이나 방향성에 대한 단답형 문제를 낸 후, 자신의 생각을 간단히 이야기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반면에 오픈형 질문은 '우리 회사의 경쟁력에 대해서 말해 보세요' 같은 형태로 굉장히 주관적이며 어떤 형태로는 답변할 수 있게 질문하는 방식이다. 그렇기 때문에 충분히 고민하고 준비하지 않으면 면접장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평소 업무 중에, 상사의 난해한 질문이나 의도를 이해할 수 없는 대화에서 핵심을 뽑아내는 연습을 해보자.



고민살롱 Q. 물경력과 공백기로 경력이 꼬이는 과정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 그러나 세계로 진출하기 위한 전제 조건은 어학이 아니라 직무 전문성, 실력임을 절대 잊으면 안 된다.


해외 영업을 잘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언어를 잘하는 사람일까 영업을 잘하는 사람일까? 당연히 영업을 잘하는 사람이다. 언어를 잘하면 물론 좋다. 그러나 영업 능력이 안 되는 사람은 영어를 아무리 잘해도 해외 영업을 못 한다.


외국인이 한국에 취업하고 싶다고 가정해 보자. 본인이 잘할 수 있는 게 영업이라면, 한국 기업에 해외 영업으로 지원할 것이다. 외국인들이 아무리 한국말을 잘한 들 한국인보다 잘할 수 있을까? 네이티브끼리 있는 게 영업부인데, 그 안에서도 A급이 있고 C급이 있고 잘하는 사람이 있고 못 하는 사람이 있다. 기본적으로 한국말을 잘하는 사람 안에 일잘러와 일못러가 나뉘는 것이다. 본국의 언어를 잘하는 현지인 중에서도 언어 외의 능력으로 A-C급이 나뉘는데, 언어까지 해야 하는 외국인이 좋은 평가받기는 얼마나 어렵겠는가.


자신만만하게 퇴사했어도 이직이 잘 안 되면 자신감을 잃는다는 사실이다. 이직이 잘 안 되면 공백기가 길어지는 것 같아서 마음이 조급해진다. 그 조급한 마음에 섣불리 이직하면 문제가 생기기 쉽다. 마음이 급하기 때문에 길이 열리는 곳에 그냥 들어가 버리기 때문이다. 섣불리 이직하기 전에 꼭 회사를 조사하고 가길 바란다. 물론 현직자 인터뷰나 경제 신문 스크리닝까지는 못하더라도, 그 회사 업계 평판 정도는 들어보라. 전혀 다른 영역으로 이직하는 게 아니라면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 회사나 들어가지 마라. 특별히 경력이 있는 분들의 경우, 공백기 때문에 조급한 마음으로 함부로 이직하면 절대 안 된다. 충분히 검토하면서 면접을 보라. 면접 보고 회사에 지원하기까지는 괜찮다. 최종 계약하고 나서도 안 들어가도 되니, 실제 입사 여부는 신중을 가하여 고민하고 선택하기를 바란다.


한 가지 주의할 것은 약 3년이 넘는 공백기에 대한 피드백을 반드시 해야 한다는 점이다. 아마도 공백기를 경력으로 인정해 달라고 요구만 하지 않으면, 기회를 얻을 수 있는 직장은 많이 있을 것 같다.

자신의 실수에 대해서 '지금 내가 다시 돌아와 보니 내가 성급했던 것 같고 다른 직무를 해보니 결국 그 당시에 했던 일이 가장 나랑 잘 맞았다. 내가 이런 경험을 거쳐서 더 의미 있는 기회라고 생각되는 이 기업에 지원했다. 내가 과거에는 실수했고 이제 다시 시작하고 싶다.'라고 진솔하게 이야기한다면 이직에는 전혀 문제가 없을 것 같다.


필자는 직무-산업-직장 셋 중에 두 개 이상을 동시에 바꾸지 말라고 조언한다. 한 개만 바꾸어도 적응이 쉽지 않다. 지금 상황이라면 직무와 산업은 고정하고 나서 일단 커리어를 시작해 보라. 그리고 그 안에서 바꿀 수 있는 게 있다면 그때 변화를 꾀해 보라.



STEP 7 레퍼런스 체크 노하우
레퍼런스 체크(평판조회) 준비 가이드

신입을 채용할 경우, 인턴십을 절차로 삼으면 채용이 간단해진다. 일종의 계약직으로 일정 기간 동안 간단한 업무를 맡기고, 부서를 이동시켜 가면서 업무의 적합도와 회사의 문화 수용도를 판단하면 된다.


레퍼런스 체크는 우리에게 많은 유익을 주기도 한다. 늘 자신의 평판을 염두에 두고 직장생활에 임하면 이만한 자기 계발 코스도 없다. 당장 평소 하지 않던 의사소통과 리더십을 연습하게 될 것이다. 과도하게 레퍼런스 체크를 의식하면 오히려 관계가 부자연스러워지고 업무집중도도 떨어지겠지만, 미래에 지금 이 순간을 후회하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일한다면 하루하루에 의미를 부여하고 보람을 찾을 수도 있다.


내가 평가받는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마치 날마다 죽음을 의식하고 사는 사람들과 영원히 살 것처럼 사는 사람들의 차이와 같다. 둘 사이에는 거대한 간극이 놓여있다. 시간을 대하는 태도이다. 그들은 매 순간을 소중히 여기고 최선을 다 한다. 죽음을 의식하는 자들은 최선을 다하기 때문에 인생의 유한함을 생각할 수밖에 없다.


일시적으로 레퍼런스 체크를 준비하는 것보다 평소 나의 회사생활에 확신이 들 만큼 최선을 다하는 게 중요하다. 다른 사람들에게도 도움을 주어서 남들이 얻지 못하는 정보나 평판을 얻어보자. 남을 돕는 것이 남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그 유익이 결국 나에게도 돌아온다.


최근 이타적인 사람이 성공할 확률이 높다는 많은 연구와 메시지가 발표되고 있다. 이것은 아주 단순한 원리인데, 이기적일수록 행동의 폭이 좁고 경험이 적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에너지가 나를 향하고 있기 때문에 이기적인 사람은 외적으로 보이는 일들을 경험할 수 없다. 하지만, 똑같은 일을 하더라도 다른 사람을 의식하고 그들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 열심을 내면, 분명히 다른 접근과 도전을 하게 된다. 이타적인 행위 자체가 인성을 증명해 줄 뿐만 아니라, 남들이 경험할 수 없는 차별화 경험을 갖게 하는 것이다.



레퍼런스 확인사항 2 강점과 약점 - 강점으로 일하는 사람인지 확인

강점은 성격의 장점과는 다른 개념이다. 사람들과 잘 지내는 성격과는 달리, 업무 과정에서 남들이 따라 하지 못하는 특별한 재능 혹은 역량을 강점이라고 부른다. 분석을 매우 빠르고 정확하게 한다거나, 어려운 내용도 쉽게 설명한다거나, 사람들의 어려움을 쉽게 파악해서 해결과제를 도출한다는 등의 역량과 관련된 것이 강점이다.


주요 성과가 있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강점이 발휘되었을 확률이 높다. 강점을 반복적으로 발휘할수록 사람은 성과를 내는 방법과 패턴에 익숙해진다. 성과를 낸 사람은 강점이 발휘되는 환경을 알아채거나, 강점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에 도전할 수 있다. 마치 손흥민이 손흥민 존에서 슈팅하면 득점할 확률이 높은 것과 같은 이치이다. 자신에게 유리한 구역이 어디인지 알고, 그 구역으로 가는 것이다.


레퍼런스 체크의 대상자를 제안할 때는 나를 잘 알고, 나와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을 추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신뢰하지 못하는 것만큼 비용을 증가시키는 일은 없다. 그 사람이 완료했다고 보고한 일도 다시 들여다보어야 하고, 마음을 놓지 못한 상태로 일해야 한다. 신뢰는 비용을 줄이고, 팀워크를 높이는 핵심 요소이다. 가장 공식적인 문서와 면접 단계에서조차 신뢰가 깨진다면 업무 중에 수많은 문제가 발생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고민살롱 Q. 무조건 회사를 믿으면 안 되는 이유

<코로나 이후의 세게>라는 책을 추천한 적이 있다. 이 책을 비롯한 많은 미래학자들은 직업적인 세계의 변화를 이렇게 예측한다.

첫 번째, 계산하고 논리를 짜고 프로세스화 하는 모든 것들은 AI로 대체된다. 두 번째, 물리적으로 해야 했던 많은 일들은 로봇으로 대체된다. 그렇다면 결론적으로 무슨 일이 남을까?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 남는다.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란 무엇일까? 책 <코로나 이후의 세계>에서 제이스 솅커는 지식 근로자 혹은 필수 근로자라고 말한다.

여기에서 말하는 필수 근로자는 엄청난 자본을 가지고 있거나 어마어마한 통찰력을 갖고 있는 사람이다. 아주 소수일 수밖에 없다. 전 세계적으로 아주 많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요즘처럼 플랫폼이 모든 것을 흡수 통합하는 시대라면 아마도 필수 근로자가 될 수 있는 사람은 더더욱 소수일 수밖에 없다.

그러면 대다수에 속할 우리는 어떻게 되어야 할까? 필자가 반복적으로 강조했던 지식근로자다. 제이슨 솅커도 피터 드러커와 똑같은 말을 한다. "지식 근로자가 되어야만 향후에 있는 어려움들을 극복할 수 있다."


T자형 인재가 되어야 한다는 거다. T자형 인재란, 기본적으로 나의 전문성이 있고, 전문성 이외에 얕지만 넓은 지식들을 이해하는 사람을 뜻한다. 그래서 요즘에는 더블 T자형 인재, 심지어 트리플 T를 해야 된다는 말들도 나온다.


드러커가 정의하는 T자형 인재는 자신의 전문성을 다른 전문성과 연결할 줄 아는 사람이다. 많은 사람이 T자형 인재가 되어야 한다고 말은 하는데, 정작 왜 T자형 인재가 중요한지는 설명을 안 하곤 한다. 우리에게는 반드시 T자형 인재가 되어야 하는 이유가 있다. 그 이유는 별다른 게 아니다. 내 전문성을 통해서 성과를 내기 위함이다.


전문성을 분업시스템 속에서 발휘해야 하기 때문에, 단순히 I자로 대변되는 나만의 전문성으로는 좋은 성과를 만들어내기 어려운 것이다. 좀 더 빨리, 좀 더 쉽게, 좀 더 잘하기 위해서는 나의 전문성과 다른 사람의 전문성을 잘 연결할 수 있어야 하는데, 다른 사람과의 전문성을 연결하기 위해서는 전반적인 이해가 필요하다.


사업이 됐건 조직이 됐건 전략이 됐건 큰 그림을 보는 눈이 있어야 된다. 큰 그림을 보기 위해서는 세 가지에 집중해야 한다.

첫 번째로는 바로 고객, 두 번째로는 고객으로부터 나온 목표, 세 번째는 이것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알게 된 학습이다. 고객-목표-학습. 이 세 가지의 반복 고리를 많이 왔다 갔다 하는 사람이 결국에는 이해력도 넓어지고 자신의 전문성도 갖출 수 있다.


지금부터 '어떻게 하면 커리어를 나만의 방향성을 따라 독자적으로 만들 수 있을까' '회사가 어려워지거나 구조조정을 강행하면 나는 어떤 입장이 될까'를 생각하면서 한 주를 보내기 바란다.

결국 실력을 갖추면 모든 게 잘 되게 되어 있다. 그래서 필자는 필살기를 만들라고 계속해서 말하는 것이다.



STEP 8 완벽하게 마무리하는 퇴사 가이드
퇴직 면담의 순서와 주의사항

모든 만남에는 헤어짐이 있다. 그래서인지 만남보다 헤어짐이 훨씬 중요하다고 느낄 때도 있다. 이직한 회사야 새롭게 적응할 곳이니 가서 열심히 하면 문제 될 일이 없지만, 퇴사할 회사에는 주의하지 않으면 얼굴을 붉히면서 헤어질 수도 있다.

'사람이 들어온 자리는 티가 안 나도 나간 자리는 티가 난다'는 말이 있다. 평소에 잘해주지도 않고 중요한 역할을 주지도 않았으면서, 막상 사표를 내미니 붙잡거나 배신자 취급하는 회사도 있다. 이직할 곳이 확정되었다면, 퇴직 사실을 현명하게 알리고 자신과 회사에게 모두 도움 되는 프로세스로 끝을 맺어야 한다. 끝맺음은 퇴직 면담과 인수인계를 잘 마무리하면 된다.


퇴직 면담 순서

 마침 이직할 회사로부터 합격 통보를 받으면 급한 마음에 다짜고짜 퇴사를 통보하기도 한다. 잘못된 일은 아니다. 하지만 현명한 처신도 아니다. 들뜬 마음을 진정시키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나의 처세를 어떻게 하면 좋을지 구상해 보기를 추천한다.

내가 조급하게 어떤 행동을 하지 않아도 어차피 이직은 진행된다. 그렇기 때문에 퇴사를 잘 마무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굳이 부정적인 이미지를 남길 이유는 없다. 커리어는 장기적인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 이직 후에도 근무했던 회사와 연결되는 경우도 많고, 나중에 어디서 어떻게 만날지 모른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퇴직 면담 순서는 정말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친한 동료들에게 먼저 이직 사실을 알리는데, 나는 할 수 있다면 상사에게 가장 먼저 보고하라고 제안하고 싶다. 조직은 질서로 운영되는 곳이다. 상사는 나를 관리할 책임이 있고, 내가 퇴사한 후에는 나의 업무를 어떻게 조치해야 할지 생각하는 사람이다. 다르게 말하면, 회사에서 나의 퇴직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사람이 바로 상사라는 말이다.


상사를 존중하는 차원에서 나의 퇴직 사실을 가장 먼저 상사에게 공유하라. 그리고 어떻게 조직에게 알리고 어떤 순서로 퇴사를 준비해야 될지 상사에게 조언을 구해보자. 나에게 더 좋은 기회였고, 커리어의 발전을 위한 선택이었음을 잘 설명한다면 대부분의 상사는 당신을 이해할 것이다. 매우 아끼는 팀원이었거나, 새로운 사람을 뽑을 자신이 없다면 퇴사를 반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이직을 결정한 상태이기 때문에 상사의 반응에 너무 영향받을 필요는 없다. 공손하게 우리 입장을 전달하는 데에만 집중하자.


퇴사 면담 시 주의사항

많은 사람들이 퇴사할 때 부정적인 이야기와 힘들었던 이야기를 쏟아놓고 퇴사했는데, 반대로 좋았던 일과 감사했던 일들을 중심으로 면담한다면 얼마나 기억에 남는 사람이 될까? 아주 작은 차이가 큰 변화를 만드는 법이다. 좋은 말만 하라는 뜻이 아니라, 서운했던 일과 안 좋았던 일만 쏟아내는 것을 피하라는 말이다.

보통 아쉽고 서운했던 일을 꺼낼 때는 말하는 이의 감정이 느껴진다. 마음속에 있었던 응어리가 느껴지면서, 굉장히 부정적인 감정으로 마무리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지난 회사생활을 돌아보면 힘든 시간도 있었지만 분명히 의미 있고 성장했던 순간들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 시간들을 잘 정리하고 돌아보면서 감사를 표현할 줄 아는 사람이 성숙한 사람이다. 따지고 보면 이전 회사가 없었다면 지금 나의 이직도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하나의 커리어로써 경력이 되어 주었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매듭짓는 게 여러모로 좋을 것 같다.


마무리를 잘하는 방법: 인수인계

인수인계는 말과 글로 해야 한다. 퇴사하기 전에 충분한 에너지를 써서 인수인계를 하자. 물론 아무리 최선을 다하고 열심히 했다 하더라도 인수인계는 절대로 완벽히 이루어질 수 없다. 인계받는 사람이 실제 업무를 경험해야만 기본적인 이해도를 갖출 수 있고, 질문의 수준이 현직자와 같아지기 때문이다.

나의 업무를 담당할 사람이 없는 경우라면 글로만 인수인계를 해야 하는데 이는 더더욱 어려운 상황이다. 업무 매뉴얼이 효과적이지 않은 이유는 상대방의 수준을 정확히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어디까지 알고 무엇을 이해하고 있는가에 따라서 전달해야 할 내용이 현격히 달라진다. 대화를 할 수 있다면 대화를 통해 상대방의 이해도를 파악할 수 있지만, 대상이 없다면 케이스와 설명을 더 디테일하게 쓸 수밖에 없다. 그래도 효과적인 업무 인수인계를 위해 인수인계서를 먼저 작성하고 그 내용을 토대로 인수인계한다면, 업무의 누락을 방지할 뿐 아니라 내용 또한 충분히 이해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인수인계를 잘하는 사람이 얻는 유익이 있다. 첫 번째는 책임감 있는 사람이라는 평판을 얻게 된다. 퇴사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퇴사와 이직에만 집중하지 기존에 다니던 회사는 어떻게 되든지 신경 쓰지 않는다. 하지만 회사에 다닌 기간이 짧더라도 인수인계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면 그 사람의 됨됨이를 다시 보게 하고, '비록 퇴사하지만 저만한 사람은 없다'라는 긍정적인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이것은 향후 우리의 커리어에 굉장한 레퍼런스가 되어 줄 것이다.

두 번째로 맡았던 업무에 대한 지식이 정리된다. 분명히 의미 있는 성과를 낸 경험도 많은데, 정신없이 업무를 해치웠던 탓에 성과와 경험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다. 인수인계를 통해서 무심코 지나쳤던 경험들을 재조명하게 될 것이다.


인수인계서에 포함되면 좋은 항목 3가지

1. 업무 리스트

시간대별로 혹은 업무별로 어떤 프로세스를 거쳐야 하고 어떤 기준을 세워야 하는지 상세하게 만들면 좋다. 정말 중요한 것은 기준과 노하우에 대한 언급이다. 간혹 업무 매뉴얼이라는 것을 자동차 매뉴얼처럼 디테일하게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자동차를 산 사람들 중에 자동차 매뉴얼을 들고 다니며 운전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처음 한두 번은 펼쳐 볼 수 있지만 실제로 운전하면서 지속적으로 매뉴얼을 보는 사람은 없듯이, 인수인계서 역시 한두 번 훑어보고 덮어둘 내용이라면, 내용이 아무리 상세해도 퀄리티와 수준이 매우 낮은 상태라고 보아야 한다. 인수인계서의 양이 중요한 게 아니다. 핵심적으로 다루어야 할 내용이 무엇인지, 어떤 기준이 의미 있는 것인지를 정리하는 관점으로 작성해야 한다. 그래서 인수인계서를 잘 작성하면 나의 전문성이 정리되는 것이다.


2. 성과 리스트

내 업무에서 가장 큰 성과는 무엇이었고, 그 성과가 어떤 요건들로 인해서 가능했는지를 정리해 주는 것이다. 커리어적인 측면에서 성장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작더라도 성공하는 경험을 하는 것이다.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성공이라는 것 역시 일종의 패턴이 있고, 그 패턴을 잘 이해하고 활용하는 사람이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성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3. 실수 리스트

실수 리스트를 정리하면 얻을 수 있는 유익이 있는데, 나의 반복되는 실패 패턴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지식이 신의 존재를 아는 것과 나에 대해서 아는 것이라고 하지 않는가? 나는 인사전문가로서, '나에 대해 안다는 것'을 이렇게 정의한다. 나의 강점과 그 강점을 활용했던 성공들을 아는 것, 동시에 나의 약점과 그 약점을 보완해 내는 노하우를 갖게 되는 것, 지금 작은 에너지를 쓰면 나에게 큰 도움이 되는 정리를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다른 누군가에게 선한 영향력 또한 끼칠 수 있다.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데에도 연습이 필요하다. 영향력을 행사하는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내가 했던 실수가 반복되지 않도록 다른 사람을 도와보자.



Outro: 이직은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다

꿈꾸는 직업을 가져서 무엇을 이룰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그게 꿈꾸는 사람의 특징이다. 성인이 되면 꿈이 사라진다고 한다. 꿈이 없는 사람은 결코 번아웃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어떤 위치에서 어떤 활동을 해도 소위 현타를 느끼고, 의미를 찾지 못해 어려움에 처하기 마련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의미이다. 나의 시간과 재정, 에너지가 어떤 의미를 갖게 되고, 이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게 무엇인지 끊임없이 답해야 한다. 의미를 찾아가는 여정은 생각보다 복잡하고 힘들 수 있다.


나를 위한 커리어를 꿈꾸지 말고, 남을 위한 커리어를 꿈꾸라는 것이다. 역설적으로 남을 위한 커리어가 결국 나의 커리어를 완성시켜 준다. 커리어는 경쟁력과 연결되는데, 현대 사회에서 차별화된 경험과 관점은 경쟁력과 직결된다. 나의 목표, 나의 유익만을 추구하는 사람은 이것저것 계산할 것이 많다. 모든 행동과 결정에 대해서 '이것이 나에게 유익한가?' '돈이 되는가?' '이 에너지를 사용할 만큼의 가치가 있는가?'를 따져보기 마련이다. 이 계산 과정에서 가리는 것이 많아진다. 하지만, 다른 사람을 위한 의사결정 기준을 가진 사람은, 그들에게도 도움이 되는지만 확인하면 된다. 그래서 누구보다 많은 경험을 하게 되고, 무엇보다 머릿속이 심플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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