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 마지막 날.
나는 종로경찰서 앞에 서 있었다.
들어가면 된다.
지금 들어가서 신고하면 된다.
손이 문고리에 닿았다.
휴대폰이 울렸다.
[현웅]: 경찰서 앞에서 뭐 해?
주변을 둘러봤다. 아무도 없었다.
[현웅]: CCTV야. 내가 네 핸드폰 GPS 추적하고 있어. 실시간으로.
[현웅]: 들어가도 돼. 근데 신고하는 순간, 네 부모님 주소 알지? 대구 수성구 XX아파트 1403호.
손이 떨렸다.
[현웅]: 그리고 네가 데려온 10명. 걔네도 다 죽어. 네가 살리고 싶으면 돌아와.
나는 경찰서에서 돌아섰다.
인천공항 출국장.
나와 신입 10명.
그들은 설렜다. 새로운 인생을 꿈꿨다.
나는 알았다. 그들을 기다리는 게 뭔지.
탑승구로 걸어가면서 한 신입이 물었다.
"부장님, 캄보디아 날씨 어때요?"
"...덥습니다."
"하하, 그래도 월 600이면 참을 만하죠?"
"그렇죠."
비행기가 이륙했다.
옆자리 신입은 잠들었다.
나는 창밖을 봤다.
한국이 멀어졌다.
다시 한 번.
웬치 도착.
신입 10명이 버스에서 내렸다.
철조망을 보고 얼굴이 굳었다.
"여기가... 회사예요?"
"들어가."
무장 경비가 총을 들이댔다.
비명. 저항. 그리고 체념.
나는 그들을 보지 않았다.
5층 내 방으로 올라갔다.
책상 위에 봉투가 놓여있었다.
'보너스 - 1,000만원'
그리고 쪽지.
[잘했어. 다음 달에 또 가. - 현웅]
나는 봉투를 책상 서랍에 넣었다.
거울을 봤다.
괴물이 나를 봤다.
그날 밤, 나는 노트북을 켰다.
현웅이 감시하는 걸 알면서도.
문서를 하나 작성했다.
제목: "웬치 조직 구조 및 인원 명단"
총책: 중국인, 신원 불명
한국인 총괄: 현웅 (서현웅)
부매니저: 김민재, 김동욱
팀장: 5명
선임: 15명
작업자: 160명
현재 위치: 시아누크빌 남부 30km, GPS 좌표 (XX.XXXX, XXX.XXXX)
저장.
암호화.
그리고 USB에 복사.
현웅이 내 화면을 보고 있다면, 지금쯤 알아챘을 것이다.
3분 후, 문이 벌컥 열렸다.
현웅이 들어왔다. 뒤에 경비 2명.
"민재야, 뭐 하는 거야?"
"형이 시킨 대로요. 조직 관리 문서 만들었어요."
"USB는 왜 꽂았어?"
"백업이요. 혹시 노트북 고장 나면 데이터 날아가잖아요."
현웅이 내 눈을 들여다봤다.
"그 USB 내놔."
"여기요."
현웅이 USB를 받아서 노트북에 꽂았다. 파일을 열었다.
"비밀번호가 왜 걸려있어?"
"중요한 정보니까요."
"비밀번호 말해."
"seohyunwoong"
현웅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했다.
파일이 열렸다. 정말로 조직 관리 문서였다.
"...잘 만들었네."
"감사합니다."
"근데 민재야."
"네."
"이거 밖으로 빼돌릴 생각했지?"
"아니요."
"거짓말."
현웅이 USB를 부러뜨렸다.
"다음부터는 USB 사용 금지야. 클라우드만 써. 알았지?"
"알겠습니다."
현웅이 나갔다.
나는 책상 서랍을 열었다.
보너스 봉투 밑에 또 다른 USB가 숨겨져 있었다.
진짜는 이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