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옥 - 손수건, 쪽지

[단편소설]

by Dichterin 여자시인

02화 홍옥 - 만 오천 원 (brunch.co.kr)





어딘지 계속 텁텁한 맛이 돌아서 민트 캔디라도 한알 꺼내 물으려고 그녀는 핸드백을 열었다. 그 안에는 이미 엄마가 넣어둔 손수건이 보였다. 손수건을 집어 들자 그 안에 빳빳한 뭔가가 만져졌다.


엄마가 남긴 메모였다.



딸,

남자들은 은근 보수적인 구석이 있어서 이런 거 챙겨 들고 다니는 여자들을 좋아하더라.
오늘 잘하고 올 수 있지?

- 00년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
- 00년 XX일보 문화면 인터뷰 ("주목할 젊은 시인")
- 00년 시집 출간 예정이었으나 일신 사정으로 미뤄짐 (별표 별표! 지금도 넌 얼마든지 내라면 낼 수 있어. 이건 이때 많이 아팠었다고 해뒀으니까 말 맞춰두기!!)
- 그 이후로는 건강 회복 후 잠시 창작 활동을 접고 신부수업 중

혹시 물어보면 이대로만 말해주면 돼.
우리 딸, 절대 기죽지 말고 어깨 펴고 도도하고 당당하게!

엄마가 응원할게. 이따 보자.
하트.






버스는 기분 좋게 미끄러지듯 앞으로 나아갔다.


그때마다 이에 질세라 햇살은 쫓아와서는 차창을 뚫고 여자의 뺨까지 대각선의 광선을 쏘아대고 있었고, 앞자리 승객이 살짝 열어놓은 창문 사이로 들어오는 바람이 콧구멍 근처를 간질이다가 다시 원을 그려 내려오며 그녀의 목에 두른 실크 스카프의 느슨한 매듭을 풀고 지나갔다.


살짝 놀란 그녀가 스카프를 여미려고 하는 순간 차체는 잠시 덜컹- 하더니 이내 그다음 정거장에 다다랐다. 사람들이 우르르 내렸다. 다시 차 안은 한산해져 있었고, 버스는 그녀를 태운채 계속해서 더 달려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