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겐 얼룩같은 너인데

너를 쓰다가 생긴 얼룩이 안 지는데, 나는 네가 그리운데.

by Dichterin 여자시인

내겐 얼룩같은 너인데



나는 계속해서 종이를 축 내면서

종이 위에 잉크를 묻혀대었다


종이는 이제 까만 먹물이 들어

밖의 짙은 밤처럼 그 빛에 물들어서

백지에 더는 남은 구석이 없다


종이가 잉크를 머금어

나무 밑둥 주위에 솟아나 웃자란 버섯들이

아침 이슬을 머금듯이

그 축축하고 시큰한 냄새를 빨아들이듯이

눈물 같은 잉크를

눈물 대신 하여 종이에 묻힌다


나는 종이에 펜을 문질러 잉크를 묻혔는데

종이에 너를 문질러 내 눈물을 찍어 묻혀서

네가 쓰는 목욕 스펀지로 박박 닦아내고 싶었다


네가 보고싶어 자꾸 우는 나를

씻어내고 싶었다



Untitled_Artwork 10.png 네 살결에다 스펀지로 찍어 누르듯 휘갈기듯 모조리 다 쓰고서 다 씻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