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쓰다가 생긴 얼룩이 안 지는데, 나는 네가 그리운데.
나는 계속해서 종이를 축 내면서
종이 위에 잉크를 묻혀대었다
종이는 이제 까만 먹물이 들어
밖의 짙은 밤처럼 그 빛에 물들어서
백지에 더는 남은 구석이 없다
종이가 잉크를 머금어
나무 밑둥 주위에 솟아나 웃자란 버섯들이
아침 이슬을 머금듯이
그 축축하고 시큰한 냄새를 빨아들이듯이
눈물 같은 잉크를
눈물 대신 하여 종이에 묻힌다
나는 종이에 펜을 문질러 잉크를 묻혔는데
종이에 너를 문질러 내 눈물을 찍어 묻혀서
네가 쓰는 목욕 스펀지로 박박 닦아내고 싶었다
네가 보고싶어 자꾸 우는 나를
씻어내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