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톱 주변에 잉크 얼룩

얼룩 묻히고 배 깔고 쓰며 살고 싶어서, 우린 달라서 미안해.

by Dichterin 여자시인


서로 너무 다른 세계가 그 두 세계가

생각한 것보다 더 달라서

나는 마음을 어디에 둘 지를 몰라서

뒷짐만 지고서 이리저리 서성이다가

뒷짐 진 손을 풀고 턱을 괴어 생각하다가

커다란 자루 하나에 짐을 챙겨서

서로 다른 세계들을 등지고서

도망을 계획하였다



자루에 내가 나를 구겨 넣고

냅다

어느 강이든 바다이든

한 복판에 눈 질끈 감고 던져버리고 싶었다

투척을 꾀하였다



아니다 아니야

나는 시도 쓰고 싶고

글 지으면서

손톱 주변에 잉크 얼룩 묻혀가면서

마루에 배 붙이고서 쓰면서 쓰면서

그렇게 그런 세계를 쓰면서 살고 싶다

도망가기에도 던져버리기에도

쓰고 싶어 아까워 안 되겠다



Untitled_Artwork 9.png 우리 갈 길이 너무 달라 긴 꼬리 그림자를 띄우고 갈림길을 걸어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