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은 초록색 방

초록을 먹어버린 밤이 풀향을 내면서 초록색 방 창문가에 다다른다.

by Dichterin 여자시인

밤은 초록색 방



내 방의 초록색 커튼 밖으로 밤이 비치기 시작했다

밤은 어김없이 엇비슷한 시간에 내 방 창문가에 내려앉는다


초록색 커튼은 암녹색을 띤다

초록색 의자와 그보다 키가 작은

초록색 안락의자

초록색 등받이가 달린 좁다란 침대

초록색 밀걸레

옆방에는 초록색 눈동자를 한 여자가 산다


나는 내 방 초록색 집기들 속에서 초록색 봄을 기다린다

밤이 초록색을 만나 초록을 삼키고 어둠을 대신 뱉어냈다

밤에서 풀냄새가 배어난다

초록을 먹어버린 밤이 풀향을 내면서

푸르스름히 창백한 얼굴을 들이민다




Untitled_Artwork 20.png 오래전 떠나온 방에 두고 온 암녹색 안락의자는 지금쯤 누구의 지친 등허리를 위로해주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