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을 먹어버린 밤이 풀향을 내면서 초록색 방 창문가에 다다른다.
내 방의 초록색 커튼 밖으로 밤이 비치기 시작했다
밤은 어김없이 엇비슷한 시간에 내 방 창문가에 내려앉는다
초록색 커튼은 암녹색을 띤다
초록색 의자와 그보다 키가 작은
초록색 안락의자
초록색 등받이가 달린 좁다란 침대
초록색 밀걸레
옆방에는 초록색 눈동자를 한 여자가 산다
나는 내 방 초록색 집기들 속에서 초록색 봄을 기다린다
밤이 초록색을 만나 초록을 삼키고 어둠을 대신 뱉어냈다
밤에서 풀냄새가 배어난다
초록을 먹어버린 밤이 풀향을 내면서
푸르스름히 창백한 얼굴을 들이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