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정 (通情)

밤을 끌어들인 방 안에서 시는 밤과 교합하여 활활한 생명을 얻는다.

by Dichterin 여자시인

통정



나는 그렇게 다른 인간들에게 외치고 싶었다

나는 등신이 아니야—

발악이라도 패악이라도 부리고 싶다

그래 이 등신들아

이 천치 머저리들아

이 가여운 이들아

이때 적어도 시를 쓰면 내가 시를 쓰면

방패를 쥔 기분이라 누가 뭐라 퍼부어도

시가 있으면 힘이 생긴다

시인을 하느라 온몸에 슬픔이 관통하거나

곧추 비춰 들어 눈이 부셔오더라도

내 모든 감각들을 열어 표현하고

내 회로 안을 왕래하는 말을 빌어

내 일생의 언어들을 나는 내 시에 이식해 볼 참이다

밤이 닫힌 창 속으로 용케도 비집고 스며들어온다

나는 두 다리를 벌리고 누워 밤을 받아들여 볼 작정이다

밤과 정을 통하여 나는 새벽을 낳을 작정이다



밤은 서로의 꼬리의 꼬리를 물며 반복되고 거기 갇힌 나는 밤에게 사로잡히어 그 사이에서 새벽을 밀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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