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밤 물을 부어 컵라면을 불리듯 꿈의 앙금을 모으는 너에게.
몇 년 전,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던 어느 날 밤에 쓴 詩.
뉴스마다 아침 기온이 뚝 떨어지니 차림새에 각별히 유의하라는 말들 뿐이다
아직 나는 이 만추를 제대로 누리지도 못하고 아끼고 있었는데
스리슬쩍 겨울이 무임승차를 한다
어디서 암표를 구해놨는지 아니면 어느 날 밤 밀항을 하였는지
도대체 저지할 겨를 없이 얌체같이 겨울은 폴짝 가을 등에 올라탔다
나날이 추워질 일만 남았는데 매운 밤들을 앞두고
종말을 목전에 둔 사형수 같은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소설을 쓰는 친구는 소설을 쓰며 살고 싶은데
소설이 쓰이지 않는 날 밤에는 먹구름 낀 얼굴로
별도 하나 안 뜬 말간 검정 하늘을 올려다본다
어느 날은 밤을 꼬박 지새어 그럴듯한 걸 얻었다고 득의양양했으면서도
어느 날은 아무것도 쓰지 못하였다고 쓸 수 없었다고
내심은 소설을 꿈꾸는데 꿈은 깨어지고 남은 찌꺼기에 온수를 부어 불리는 중이라고
소설가의 가슴에 홍수가 일어서 말들은 엮이어 이야기를 짜는데 소설은 쓰이고
다시 자기가 지은 소설이 현실이 되고 현실은 소설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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