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은 나와 밤을 반씩 닮아 우리의 비밀도 함께 안고 태어난다.
내가 자꾸만 밤을 기다리는 까닭은
밤은 까닭 없이 언제나 나를 찾아주기 때문이다
또한 언제나 까닭 없이 새벽에게 자리를 내어주는데
변치 않고 다시 돌아와 내 창문가에 내려앉는다
노크도 하지 않고
가만히 얼굴을 유리에 기대고 앉아서
언제나 조용하게 진지하게 자신이 왔음을 알린다
사실은 밤도 나를 그리워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린 서로를 필요로 하는 중일지도 모른다
나는 밤이 차가움을 묻히고 들어오는
그 특유의 냄새와 온도와 소리 없는 소리를
그 극도의 차분함과 손끝을 전율케 하는 설렘을
선물처럼 받으며 언제나 조금씩 더 색다르게 기뻐한다
밤은 나에게서 무엇을 받아가며 기뻐할까
밤의 얼굴과 밤의 눈빛은 대단히 매력적이다
밤이 비치는 창문 유리에 나도 같이 한쪽 뺨을 대고
애인에게 어리광을 피우는 것 같이 가만가만 밤을 느낀다
밤은 포옹한다 무엇이든 덮고 끌어안고서
절대로 들추고 힐난하지 않는다
밤 앞에서 나는 오롯하게 나를 본다
밤은 관능을 뿜어대면서
아무 짓도 하지 않고 그냥
내게 와 주는 것만으로도 나를 전율케 한다
밤의 포옹을 받고 몸을 열어 밤을 받아들이고
밤의 체온과 나의 체온을 섞어내고 싶다
그리고 탄식 같은 희열에 들뜬 소리에 섞여서
밤과 한데 뒤엉켜 나른하게 잠들고 싶다
밤과 나는 새벽을 닮아있다
새벽은 밤과 나를 절반씩 닮아놓고
아무것도 모르는 얼굴로 시침을 뗀다
나와 밤 사이에서 새벽이 태어나는 것일지도 모른다
새벽이 우리 사이를 뚫고 머리를 내민다
조금 아스라이 어두운 가운데 울음도 안 울고
제 어미 아비처럼 비밀스러운 성미를 닮아있다
새벽이 태어나는 일은 놀라울 것 없다.
새벽은 우리의 시간들을 복제하여 거듭나는 것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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