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밤

꼭 그만큼만 미쳤으면 좋을 밤에 나는 네게 전화를 건다.

by Dichterin 여자시인

금요일 밤


할 일 없는 사람처럼

아는 사람들에게 전활 걸었다

그냥 생각난 김에라고 둘러대면서

사람들에게 안부를 물었다

그런 식으로 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런 식으로 나는 사람들을 확인했다

그런 식으로 나는 살아있음을 확인한 것이다

그 생생함

그 목소리

그 목소리가 들리기 전에 들려오던 신호음

그 신호음이 울리는 동안의 미묘한 떨림

그 떨림 끝의 반가움 같은 그리움 같은

설레임 같은 살아있는 차원의 감정들

책방을 겸하는 카페가 자정까지 문을 연다고 해서 들렀다

코코아를 시켜 앉았는데 책방은 진작 문을 닫았고 도로 나가기도 뭣하여

마실 거리를 한 잔 시켜 앉아 책을 읽다

무얼 또 좀 끄적인다

금요일 밤을 그냥 두기 싫어서 집을 뛰쳐나왔는데 나는 갈 곳이 없다

밤늦은 카페의 음악은 저렴하다

몸에서 열이 나는데 따뜻해서 좋다

밤새 쓰고 싶었는데 또 숫제 꼴같잖은 것만 끄적이다 종이를 소비했다

그냥 적당히 꼭 술에 취한 것 마냥

꼭 그만큼만 미쳤으면 싶은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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