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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ichterin 여자시인 Mar 28. 2022

라이킷의 심리학

반응 혹은 호응, '낫 라이킷'이 없어서 이렇게 다행일 수가 없다니!


반응 중독


브런치를 시작하던 첫날부터 지금까지 내가 브런치에 보다 급속도로 중독될 수 있었던 까닭은 제법 즉각적인 반응에 있다. 구독자수가 전혀 없던 깜깜 초창기 때에도 글을 올리면 아주 소량이라도 누군가 다른 작가님들이 '라이킷' 이라는 하트 버튼을 꾹 눌러주었다는 것이다.  다른 블로그나 소셜 네트워크 플랫폼을 사용할 때에도 이렇게 내 게시글에 꾸준한 반응을 보여준 곳이 없었기에 더욱더 감개무량했다. (그런데 잠깐, 이거 순전히 나한테만 해당되는 이야기일까? 여러분들은 올리기가 무섭게 늘 주목을 받아왔다면 황송할 따름이다.) 그런 반응은 내 휴대폰에는 다음과 같은 알림으로 찾아왔다.


000님이 라이킷했습니다.
0분(시간) 전


때로는 복수의 사용자들로부터 라이킷이 한꺼번에 들어오기도 했고 그렇게 쌓여가고 늘어가는 라이킷 수만큼 나의 가슴은 약동했다. 페이스북이나 카카오톡처럼 여러 가지 반응을 고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단 하나, '좋으냐? 그럼 좋아요를 눌러라-'라는 참으로 직관적인 인터페이스가 아닐 수 없다.


    

카카오톡만 해도 개별 메시지 하나에 6가지의 반응을 고를 수 있다.



특히나 사소한 반응에도 일희일비하는 브린이들에게는 더더욱 그러하다.

아무런 감흥이 없다면 아무 반응도 안 하면 되고, 공감이 가거나 호감이 든다면 라이킷 하면 되는 극강의 단순함이란! 언제나 내 글이 괜찮은지 안 괜찮은지 이대로 썩 나쁘지는 않은지 모르겠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요즘 유행한다는 새벽기상 동기부여 모닝콜 보다도 더 큰 동기부여 촉진제이다.






선 라이킷은 맞 라이킷을 부르는가?


내가 대학생이었을 때, 미드 혹은 해외 유학생들을 통해 입소문을 타게 된 트위터(Twitter)  상용화되었다. 나도 페이스북만 하다가 트위터 계정도 하나 파서는 새로운 플랫폼이 주는 신선함에 적응해 가고 있었다. 그때는 다소 강박적으로 한다 하는 것들을 죄다 섭렵해보려는 욕심이 많았던 것 같다.


그때 많은 사람들이 '선팔 후 맞팔'이라는 방식으로 팔로워 수를 늘리는데 공을 들였다. 그들은 나를 팔로우 한 뒤에 '선팔드립니다, 맞팔 부탁드려요~' 라면서 아주 돌직구로 팔로우 이유를 설명하면서 그 대가로 자신의 요구사항도 드러냈다. 그러다 어느새 나는 내가 그들처럼 그런 트윗을 돌리고 있는 것을 발견하면서 적잖이 당황했었다.


그렇게 트위터에 대한 유행이랄지가 한참 지난 뒤, 인스타그램도 마찬가지이고 많은 소셜 네트워크 플랫폼들의 사용자들은 그렇게 일명 '댓글 파도타기', '구독 파도타기' 등을 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고 소위 재방문을 유도해냈다. 브런치에서도 보면 그런 경우가 많아 보였다. 가끔 드는 생각은, 내가 누군가의 글을 한 두어 개 정도 (끝까지 다) 읽고 나서 좋았다는 감상을 가지고서 라이킷을 눌렀는데 그분이 내 브런치에도 딱 그에 상응하는 한 두어 개의 글에, 그것도 가장 최근 글 두어 개에만 라이킷을 굉장히 신속하게 달고 그러다가 구독까지 하고 가시기도 했다. 그럴 때는 나는 구독해주시고 가서 고맙다가도 왠지 나도 가서 그분의 브런치를 구독하고 와야 할 것 같은 마음이 들었다.


내가 아직 브린이 단계여서 그런가 몰라도, 이 라이킷 하트를 받느냐 마느냐로 사실 하루에도 몇 번씩 마음이 선덕선덕 한다. 라이킷이 늘어나는 속도가 너무 적으면 내 글이 잘못되었나 하고 곱씹게 되고 또 올리기가 무섭게 후두 두두둑 라이킷을 받게 되면 왠지 조금 마음이 놓이기도 한다. 하지만 여기서 간과하는 것이 한 가지 있다. 정말로 내 글이 좋아서 라이킷을 해 주는 사람들과, 그냥 알림에 떠서 혹은 그냥 예의상 눌러주는 사람들과, 선팔 후 맞팔처럼 자기 브런치로의 방문을 유입하기 위한 선타로 라이킷 하는 사람들을 구별할 길이 없다는 것이다.


아무런 미사여구 수식어구 없이 돌직구로 내 욕망을 드러내야겠다. 나는 그래도 일단, 라이킷을 많이 받고 보고 싶다. 그냥 스크롤하다가 실수로 누른 거래도 상관없다. 그래, 나 좀 값싸다. 라이킷 받고 싶다. 아니, 더 정확하게는 내 글로 예쁨 받고 싶다. 인정받고 싶다. 오라졌다 소리 들어도 별 수 없다.






라이킷 수가 00을 돌파했습니다!


돌파는 코로나 돌파 감염 때만 쓰는 말이 아니다. 돌파라는 단어가 주는 어감은 참 전투적이다. 그냥 라이킷을 받는 것보다 더 내 마음을 세차게 뒤흔드는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브런치에서 보내주는 이 '돌파 알림'이다.


라이킷 수가 10을 돌파했습니다!
라이킷 수가 20을 돌파했습니다!
라이킷 수가 30을 돌파했습니다!


한 글에 라이킷 수의 앞자리가 바뀌게 되면 브런치에서는 이런 알림까지 보내주며 작가들을 독려(?)해준다. 이런 알림은 다른 어떤 블로그 플랫폼들에서는 받아 본 적이 없어서 나에게는 너무나도 신선했다. 지금까지 받아온 알림 중에서 라이킷 수 30을 돌파했다는 것이 가장 최다 득점이다. 그럴 때면 순간의 훅 치고 올라오는 달콤함과 황홀함, 이제 조금만 더 이 기세로 나가다 보면 어쩌면 다음 페이지 같은 곳에 떡상이 되는 순간이 올지도 모른다는 이 불치의 망상 증세가 슬금슬금 발병할 낌새를 보인다.


라이킷을 9, 19, 29, 39, 이런 식으로 받은 상태라면 '아.. 여기서 딱 한 명만 더 읽어주고 공감해주면 이제 또 이 알림을 받을 텐데'라는 조급한 마음을 갖게 되었다. 심지어는 지금 내 전체 구독자 수가 XX명인데 그들 중에서 절반 정도만 내 글을 좋아해 준다고 해도 라이킷 수 30선 돌파 정도는 거뜬할 텐데 왜 이렇게 더디지? 내가 뭘 잘못했나? 와 같은 자기 검열성 생각의 굴레에 갇히기라도 하면, 밀물처럼 현타가 밀려들어왔다.



내가 애초에 나 좋자고 글 썼지 이런 거 받자고 썼나?






없어서 다행이다


라이킷 눌렀다가 도로 취소한다고 한 번 더 누르면 색깔이 채워졌던 하트 버튼이 다시 하얀색으로 변한다.

팔로우했다가 언팔로우하듯이, 라이킷 했다가도 그렇게 간편하게 언라이킷 하면 된다.

그래도 좋으면 좋았지 싫어요는 없게끔 되어 있는 구조라 사실 엄청 다행이다.


차라리 무반응이면 몰라도 누가  글에 싫어요를 누른다면, 제아무리 백만 개의 좋아요를 받았을 지라도    개의 싫어요 때문에 당장 다음 끼니때 목구멍으로 밥알이  넘어갈 수도 있다. 적어도  같은 극소심한 브린이 유형에 속하는 사람들이라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는다. 무심코 누른 '싫어요' 자라나는 브린이의 동심이 파괴되고 '붓을 꺾는' 절필의 참사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브런치가 글쓰기에 자신감을 붙여서 조금씩 조금씩 발전하는 성장을 경험하고 싶은 나 같은 사람들에게 적합한 이유이다. 단순하기 그지없는 인터페이스라서, 뭐가 많이 '없어서' 일단 다행이다. 뭐가 자잘하게 많았더라면 많은 만큼 변수들도 많아지고 괜히 요샛말로 '마상'입어서 우울해지지 않을 수 있다. 섣불리 지적질, 충고질 하는 관행이 없는 것도 다행이지 않을 수 없다. 건설적인 비평은 작가에게 자양분이 되어주는 훌륭한 거름이겠지만, 언제까지나 '건설적'이라는 전제가 따른다. 그냥 무심코 혹은 별생각 없이 내던지듯 할 거라면 차라리 부정적인 반응들은 구조적으로 배제되는 게 낫다고 본다.


이런 내가 너무 지질하고 소심하고 옹졸해 보이는가?

인정한다. 그래도 나는 두 번, 세 번 아니 열 번이고 더 말할 수 있다.

그냥 좋으면 좋아요 누르고 아님 말면 되는 이 간단한 반응 구조가 너무 다행스럽다. 다행스러운데, 여기서 약간의 사족을 더 달아보자면, 다음과 같다.


라이킷의 개수에 집착하고 일희일비하기보다는 동기부여용으로 라이킷을 대하자.

그렇다고 라이킷이 0개라고 해서 동기부여를 받을 수 없으면 안 된다.

라이킷은 내 콘텐츠에 대한 절대적인 척도가 아니다: 가령 정말 좋은 글인데 별로 노출이 안된 숨은 진주들도 많이 있다.

내가 이렇게 받으면 좋듯이, 감명받은 혹은 응원하고픈 타인의 글을 읽고 난 뒤에는 대가를 바라지 않는 라이킷을 적극적으로 해야겠다.




이심전심, 좋은 게 좋은 거


소녀시절, 내 또래의 가수가 이웃나라에 진출하여 음반을 내고 활동하는 것이 너무 부러워서 나는 일본어도 모르면서 그녀의 노래를 즐겨 들었다. 가수 보아(BoA)의 "마음은 전해진다(氣持ちはつたわる)"라는 노래를 특히 좋아했는데, 그 제목처럼, 마음은 전해진다는 말에 동의한다. 사람의 마음에서 다른 사람의 마음으로 전해진다는 것을 나는 믿는다.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나는 앞으로도 라이킷 받으면 엄청 좋을 것 같고, 타인들의 좋은 글들에도 라이킷을 하는데 인색하고 싶지 않다. 다만 라이킷을 강요하고 강요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가 혹시라도 그동안 다른 이들에게 라이킷을 빌미로 어떤 심적 불편함을 지운 적은 없었나, 나의 브런치 활동을 돌아보게 된다.


기왕이면 좋은 쪽으로 장점을 봐주고, 정히 아니다 싶으면 담백하게 읽고만 지나쳐준다 해도 알아보는 사람들은 다 알아보고, 발전할 사람들은 다 발전하고 그럴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정말 그러하다.

고작 이런 하트 몇 개가 다 뭐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 고작 하트 하나로라도 브런치라는 글쓰기 플랫폼에서 얼굴도, 본명도 모르는 사람들끼리 '문우(文友)'가 되어 서로를 지지하고 격려해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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