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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ichterin 여자시인 Apr 02. 2022

조회수 1만, 떡상의 빛과 그림자

처음으로 다음 메인에 내 글이 떴다!


자고 일어났더니 조회수가 1000명을 넘었다고?!


브런치를 시작한 이래로 처음 있는 일이었다. 나에게도 그런 날이 올 수 있다니.


그냥 여느 날처럼 자고 일어났을 뿐인데 말이다. 내 휴대폰 알림에 뜬 심상치 않은 숫자.


내가 쓴 특정 글에 대한 조회수가 1000을 넘었다고 하는 알림이, 아직 뿌옇게 서린 잠을 채 쫓아내지 못한 내 두 눈에 들어왔다.



그 뒤로 집안의 와이파이 공유기에 문제가 생겨서 한참만에 복구하였고 이상하게 카카오톡과 브런치 앱만이 열리지 않는 괴현상이 지속되었다. 그래서 아침에 깨자마자 알림을 확인했을 때는 내가 아직 잠을 덜 깨서 꿈인지 생시인지 분간이 안되는가 했었고, 공유기 등의 문제가 생기면서 혹시나 앱 상의 어떤 에러에 의한 오발송 된 메시지일까 하고 생각했었더랬다.


조회수 1000을 돌파했다고 하기가 무섭게 금새 2000을 돌파하더니 구독도 조금씩 늘었고 일일통계 그래프는 '떡상' 해 있었다.





떡상하는 하루


이게 꿈이 아니구나, 정신이 들었다.

그러면서 숫자는 점점 치솟아가기만 했다.

불과 몇 시간만에 조회수는 1000단위를 여러 번 갈아치웠다.



지금까지 온라인상에서 내가 올린 게시물로 인하여 이렇게 큰 숫자를 찍어 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이게 그 말로만 듣던 떡상이구나 싶어 황홀하기까지 했다. 재수 끝에 브런치 작가로 선정되었던 날 들었던 기쁨과는 또 다른 종류의 기쁨이었다. 뭐랄까, 여전히 의아하면서도 뿌듯하기도 한, 처음으로 이런 식으로 나마 주목 아닌 주목을 받을 수 있었다는데서 오는 묘한 안도감마저 뒤섞여있었다.


브런치에서는 자라나는 브린이들의 기를 살려주기 위하여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사용자들의 글들을 랜덤으로 추첨하여 다음 메인에 올려주는가 싶은 생각마저 든다. 이유야 어찌 되었건 우선 그저 감사한 마음뿐이다. 이렇게 소정의 경험을 통해서 더욱더 이 플랫폼에서 글로 활동을 활발히 해달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많은 사용자들이 모바일과 데스크탑으로 즐겨 찾는 대형 포털사이트의 메인 한귀퉁이에 노출된다는 것은 이런 것이구나..!






떴다 떴다 메인 페이지


이 무슨 '떴다 떴다 비행기 날아라~ 날아라~'도 아니고, 다음(daum.net) 메인 페이지에 내 글이 올라갔다니 직접 눈으로 확인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렇게 떡상에 얻어걸린 글을 내가 그 직전 날에 쓴 매우 최신작이면서 이게 설마 떡상까지야 라고 생각했던 글이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다음 페이지의 '브런치' 글이 뜨는 섹션으로 가보았는데도 내 글을 찾을 수 없었다. 그래서 너무 신기하네, 도대체 이 널따란 메인 페이지 어느 귀퉁이에 내 글이 올라갔기에 하룻밤 사이에 이런 비현실적인 조회수를 찍게 된 것일까 싶어서 사이트를 구석구석 뒤지기에 이르렀다. 그 결과, 내 글은 뜬금포 "직장 IN" 섹션에 떡 하니 한 귀퉁이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내 글의 어느 구석에 직장인들을 위한 내용이 들어갔지? 하고 나는 생각에 잠겼다. 일에 관련해서 언급한 대목이라면 가족 구성원 중 한 명의 직업을 잠깐 언급한 것이 다인데 말이다. 이쯤 되고 보니 정말 카카오 전산 시스템상의 심각한 오류로 인하여 아무렇게나 랜덤 하게 샘플링된 글들로 마구잡이로 뒤섞인 탓에 얻어걸린 것이 아닐까 하는 나의 우려는 점점 더 사실화되는 것 같았다. 이걸 마냥 좋다고만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내적 갈등이 시작되었다.


배경 이미지도 없이 그냥 글만 저렇게 미리 보기 형식으로 나오듯이, 저렇게 내 글은 다음 메인 노출을 했다.


인터넷 사용자들이라면 누구나 다 이름만 대면 아는 명실상부 한 나라의 유명 포털사이트에 이렇게 이미지도

 포함 없이 자그마하게 한 귀퉁이에 노출되는 것만으로도 일일 조회수의 떡상이 이루어지는 것을 경험한 하루였다. 마치, 개점 후 노상 파리만 날리고 있던 이름 없는 신장개업 카페에 갑자기 주문이 밀려들고 손님들이 문전성시를 이루어 동구 밖까지 줄을 서서 기다리는 아주 아주 이례적인 특별한 하루가 펼쳐진 것 같은. 준비되지 않은 채 맞이한 이벤트라서 그런지 가뜩이나 소심한 브린이에게 어리둥절하면서도 입이 귀에 걸렸다가도 고개를 갸우뚱 이게 아닌 것 같은데 이렇게 되는 게 타당한지 자꾸 의아해지기도 하면서 다양한 감정들이 뒤엉켰다.


확실히 다음의 모바일 앱을 통해 잠깐 스치듯 다녀간 사람들이 많았다.






빛과 그림자


세상만사 장점이 있으면 단점이 있고, 밝은 면이 있으면 어두운 면이 있게 마련이렸다.

이미 앞서 다른 글에서도 다루었듯이 브런치상에서 주목과 관심을 받는 일의 척도를 라이킷이나 댓글로만 둔다면 너무 슬픈 일이 될 것이다. 이번 떡상 사건도 마찬가지였다. 조회수는 정말 거짓말처럼 늘어가는데 라이킷이 저조해서 되려 자괴감이 잠시 들기도 했었다. 그냥 다음 페이지에 어쩌다가 한 번 떠서 사람들이 지나가다가 뭐 이런 글이 다 있지 하고 들어왔다가 몇 줄 읽고는 다시 뒤로 가기 해서 나가는 거구나, 고작 이런 거였나 싶고 다음에서는 고작 이러라고 메인에 띄워준 걸까, 도대체 메인에 띄어준 저의가 뭘까, 직원의 실수였을까?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그리고 브런치상에 올린 글이 하나도 없는 그냥 브런치 작가는 아니지만 가입해서 계정이 있는 사용자들이 많이들 라이킷을 눌러주었다. 그분들은 다음을 메인 포털 페이지로 이용하시는 분들로 어쩌다 발견한 내 글을 보고 들어와서 좋아요 누르고 가신 것 같았다. 싫어요 버튼은 없는 브런치에서 그래도 좋아요 눌러주신 것 고맙지만 한편으로는 과연 그 어마어마한 조회수를 찍어준 사람들 중에서 몇 명만이 제대로 내 글을 정독해주었을까 싶어졌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나의 그 글이 과연 누군가의 정독을 부를만한 퀄리티가 되기는 했었나 라는 자문에 도저히 자신 있는 대답을 내놓을 수 없었다.


빛이 있었다면, 그림자는 단연 갑작스럽게 받게 된 주목 뒤에 찾아온 과도한 자기 성찰을 넘어선 자기 의심 그리고 풀 죽어 버린 자신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빛이 있으라


이미 브런치에는 많은 작가님들이 다음 페이지에 노출된 경험들에 대해서, 심지어는 자주 노출되는 법, 끌리는 글을 쓰는 비법들에 대한 내용까지 굉장히 많은 콘텐츠들이 나와있다. 그럼에도 나 역시 아무 준비 없는 우연한 떡상을 경험한 원인을 나름대로 찾아보고 싶었다. 그 글은 내가 그간 브런치에 올렸던, 그리고 이전에 다른 플랫폼들에 올렸던 다른 글들과 어떤 점에서 차이가 있는 글이었을까?


나는 그 답을 어렵지 않게 찾아낼 수 있었다.

진정성.

내 브린이 일상에 작은 소동을 안겨준 사건의 시발점이 된 그 글은 나의 생생한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특별히 잘 써야지 하고 힘주지도 않았고 그냥 담담하게, 그러면서도 아주 많이 전부는 꺼내보이지 못하고 이제 조금 용기 내어 내 개인사, 가정사에 대한 것들 조금조금 꺼내놓을 수 있을까 하면서 내딛던 첫 발걸음. 이제 걸음마를 떼고 아장아장 걷기도 조금씩 뜀박질도 하기 시작한 어린아이 같은 나의 아마추어스러움. 그 모든 것들이 녹아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정말로 다음이나 카카오 브런치 담당자의 실수로 노출된 글이었다 하더라도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렇게 결론을 짓고 싶다.


여전히 왜 이 글이 선정되었지? 어떤 메커니즘이 숨어있는 걸까? 누군가 클릭 한번 잘못해서 일어난 일일까? 그거 치고 왜 이렇게 반응이 저조하지? 왜 드라마틱하게 변한 건 없지? 나는 일확천금을 노리는 파렴치한인 걸까? 기타 등등 기타 등등 이렇게 자꾸 그림자를 길게 드리우게 되는 생각들을 이 한 문장으로, 마치 주문을 외듯이, 저지시키고 싶다.


빛이 있으라.



어둠보다는 밝음에 집중하고 싶다.

이번 일이 나의 마음가짐에 불어넣은 긍정적이고 희망적이며 밝은 면들에 주목하겠다. 의식적으로 의도적으로 그렇게 해야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빛은 생명을 불러오듯이, 내 글쓰기 생활에도 빛과 숨을 불어넣어 활활 한 생명을, 그 생기를 가져다주고 싶다. 그 생기를 자양분 삼아 나는 글을 쓰는 활자 생산자로서, 브런치라는 놀이터에서 신명 나게 놀고 브런치라는 삶의 간접체험현장에서 다양한 삶의 면면들을 흡수하며 영감을 받고 발전하고 싶다.



일일조회수 폭발로 클릭 수가 많아져서인지 브런치홈에 관심있을법한 추천글 같은 것으로 뜨기도 했다.


우리말 속담 중에 '첫술에 배부르랴'라는 말이 있다. 뭐든 첫판부터 완전하기를 바라는 것은 별로 좋은 자세가 아니다. 이번 일도 마찬가지다. 다음 페이지에 노출되었다고 무슨 큰 기대를 하거나 비현실적인 어떤 것을 바라기보다 그저 꾸준함과 흥미를 잃지 않고 쓰기에 근력을 붙여나가도록 해야겠다. 그러다 보면 누군가는 그냥 스쳐 지나가듯 손가락 한 번 깔딱하고 하트 버튼을 누르고 갈 테고, 누군가는 그냥 한 두어줄 읽다가 나가버릴 테고, 그중에서도 그래도 더러는, 정말로 내 글에 깊이 공감하고 내 글과 희로애락을 함께 해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엄마와 오빠가 그리운 날이다. 그들에 대한 이야기를 쓴 글로 이런 일도 있었는데, 왠지 그래서일까? 그들에게 하필 이 글로 조회수가 늘었던 날이 있었노라는 말을 차마 하려니 조심스럽고 어딘지 부끄럽기도 하고 그보다 더 많게는 미안하다. 그럴 의도는 없었는데, 허락 없이 그들의 삶의 한 면을 가족이라는 이유로 한데 엮어 좀 내다 팔아버린 것 같은 기분마저 들기 때문이다.


브런치의 추천: 이걸 보는데 엄마가 보고싶은데 엄마는 너무 멀리에 있다.





복리의 마법같이 불어나는 글들이 쌓이는 곳


정말이지 오래 살고 볼 일이다.

살다 보면 자고 일어나니 하룻밤 사이에 불어난 조회수로 하루가 정신없이 지나가는 그런 날도 다 있더라. 브린이에게 찾아온 이 작은 소동이 나는 한줄기 비춰 들어오는 따스한 빛이라고 믿고 싶다. 계속해서 초심을 잃지 말고 멋 부릴 생각도 과시할 생각도 말고 그저 묵묵히 쓰고 싶은 이야기들을 써 나갈 것을. 말갛게 반짝이며 비춰오는 그 빛이 나에게 이렇게 속삭이는 것 같다.


브런치는 월스트리트 뉴욕 증권가보다 더 다이내믹 한 곳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의 생각을 뛰어넘는, 복리의 마법 보다도 훨씬 더 큰 마법 같은 글들이 나날이 쌓여가는 곳.

개장하자마자 시가를 훨씬 앞질러서 거대한 장대양봉들이 마구마구 솟아났다가 그 떡상하던 하루의 종가는 조회수 1만을 넘기며 장을 마감했다.



조회수 1만이라니, 이것이 꿈이냐 생시냐!



정해진 수순처럼, 그다음 날은 여느 날과 다름없이 고요한 일상으로 돌아와 있었다.

꿈결 같은 하루가 그렇게 지나갔다.


요즘은 너나 할 것 없이 자고 있는 동안에도 돈이 돈을 만드는 수익 파이프라인 만들기가 유행인 시대를 살아내고 있다. 그 사이에 한술 더 떠서, 나는 자고 있는 동안에 조금이라도 더 많이 읽히고 회자될 수 있는, 더 나아가 세상에 따뜻한 빛 같은 영향력을 줄 수 있는 그런 글을 만들어내고 싶다. 아직까지는 너무 미약하지만, 이렇게 우량주를 조금씩 그때그때 매수하여 투자해 놓았던 것이 쌓이고 쌓여 복리의 마법으로 보상해 주듯이 나의 미미한 글들이 언젠가 나를 크게 도울 것이라고, 기왕이면 그런 마법을 꿈꾼다.


바라건대 이 브런치 플랫폼의 모두에게, 특히나 나처럼 이제 막 브런치와 인연을 맺어가는 중에 있는 초심자들에게 그 마법이 찾아오기를 소망한다. 그 마법을 실현시킬 저력도 우리들에게 있음을 아는 데서부터 진짜 마법이 일어날 것이기에, 우리 안에 이미 잠재된 엄청난 마력에 무한한 축복과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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