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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ichterin 여자시인 Jan 06. 2022

내 몸에 피가 돈다 (詩)

기관지염을 앓던 시절의 자작시 1



 몸에 피가 돈다

저녁미사에 가는 길에

열차가 연착되어

지각을 면치 못하게 되었어도

끝까지 나는 뻔뻔하게

고작 일주일 한 번 가는 곳에

늦어도 그뿐 이라고 여기면서

승강장을 서성였다

몸에 피가 돌 때마다

기침이 나왔다

기침을 하다가

숨을 들이쉬면

가슴이 가빴다

흉근이 결렸다

콧등에 아슬하게

안경을 걸터올린

할머니 의사선생님이

기관지염이라고 적은

소견서를

꼬깃꼬깃 접어넣으며

기침나는 내 흉곽 속

가지런한 허파 속에

쪼그라들어 있을

폐포들을 생각했다

나는 순 거짓말을

지어 낼 생각에

가득 차 있는데

내 몸에 피가

사기꾼의 피가

가득 가득 돌고 있다

뻥을 칠 궁리를 하고 있다

뻥쟁이는 나쁜거야

그런데도 나는

성당에 가는 길에서 조차

입으로는 주모경을 외면서

머리로는 계속해서

거짓말을 지어내고 있었다


그때마다 내 속에서

새장 같은 갈비뼈 속에 든

허파에서

포도송이 같은 폐포들에서

단체로 시위를 한다

나는 거짓말을 완성시킨 뒤

아마도 그걸 말 할 때

또 기침을 할 것 같다

영악하게도

기침으로 동정표를 살 작정이다

정말로

내 몸에 사기꾼이 산다

그 피가 내 피를 희석시켰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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