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지염을 앓던 시절의 자작시 1
내 몸에 피가 돈다
저녁미사에 가는 길에
열차가 연착되어
지각을 면치 못하게 되었어도
끝까지 나는 뻔뻔하게
고작 일주일 한 번 가는 곳에
늦어도 그뿐 이라고 여기면서
승강장을 서성였다
몸에 피가 돌 때마다
기침이 나왔다
기침을 하다가
숨을 들이쉬면
가슴이 가빴다
흉근이 결렸다
콧등에 아슬하게
안경을 걸터올린
할머니 의사선생님이
기관지염이라고 적은
소견서를
꼬깃꼬깃 접어넣으며
기침나는 내 흉곽 속
가지런한 허파 속에
쪼그라들어 있을
폐포들을 생각했다
나는 순 거짓말을
지어 낼 생각에
가득 차 있는데
내 몸에 피가
사기꾼의 피가
가득 가득 돌고 있다
뻥을 칠 궁리를 하고 있다
뻥쟁이는 나쁜거야
그런데도 나는
성당에 가는 길에서 조차
입으로는 주모경을 외면서
머리로는 계속해서
거짓말을 지어내고 있었다
그때마다 내 속에서
새장 같은 갈비뼈 속에 든
허파에서
포도송이 같은 폐포들에서
단체로 시위를 한다
나는 거짓말을 완성시킨 뒤
아마도 그걸 말 할 때
또 기침을 할 것 같다
영악하게도
기침으로 동정표를 살 작정이다
정말로
내 몸에 사기꾼이 산다
그 피가 내 피를 희석시켰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