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흥미로운 제목의 시를 발견했다
아직 읽어보기 전이다
K대학에서 국문과 박사과정을
수료한 시인이 쓴 시라고 한다
박사공부까지 한 시인이
칸트의 동물원 이라는 이름으로
아예 시집도 냈던데
그 시집 안에 수록되어 있을
그 시를 읽어봐야겠다
박사공부까지 하면
아직 깜깜 수박 겉핥기 식으로
학사 겨우 따고서
오갈 데 없이
이리저리 기웃기웃
전전하는
나 같은 시인도
조금 더 시인 다운 시인이
혹은 조금 더 유식한 시인이
칸트보다 조금 더 어려운
사상가도 아무렇지 않게
읽고 이해 할 수 있는 시인이
될 수 있을까
공부가 하고 싶은데
내 공부욕심은
허영이 가득해서
우선은 내 만족을 위해서
다음은 내 지적인 여자 코스프레를
위해서
다음은 내 되도 않은 콧대세우기를
위해서
다음은 내 으스대기를 위해서
그러고보니 공부를 위한
동기들이
하나 같이 너무 일천하거나
너무 유치하다
아직도 속에 중학생이 살고 있다
사춘기적 망상을
식빵 위에 딸기잼 처럼
골고루 펴발라 놓았다
가방끈을 늘이게 된다 해도
아니 그냥 여기 이렇게 알량한
학사 달랑 가지고서도
무식한 사람들에게도
유식한 사람들 에게서 보다
더 큰 감동을 주는
시를 쓰는 시인이 되고 싶다
칸트가 아니어도
니체가 아니어도
그런 거 몰라도 어찌되었든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에게
왜냐면 생각 해 보니
나부터가 별 반 유식하질 못해서
무식 한 사람들이
하루 하루 사는 동안
잃어버렸을
가슴을 쓰는 방법을
깨워주는 그런 시를 쓰고싶다
나는 유식함을 꿈꾸었으나
결국 무식해서 더 유식한
그런 시인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