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아
쓰고싶다
그렇게 말해놓고
쓰고싶은 마음이
자꾸
나태해 지는 마음에
뒤쳐지더니
한바가지 소금물을
입에 물고
우글우글
퉤
뱉어내어
타액에 섞여 나오는
언어의 물방울 들을
허공에 대고
흩뿌리고 싶다
한들
이미 마음은
검디 검고
단단하게 굳어
죽은 모양이다
시가 죽으면 안되는데
시인이
시로 사는데
시가 심장을
펌프질 하는데
글쎄 그 시가
멈추면
아니 된다
죽으면 시도 죽는데
쓰고싶어도
시가 죽어 못쓴다고
뗑깡을 부리다가
시가 죽어 내가 죽어도
내 죽음 뒤에서
시가 다시 빠꼼
소생하여
내 무덤을 딛고 설 기세다
가슴에
봉분을 만들어
거기 시가 일어 서
활개를 치게 하자
시야
살아나거라
살아서
나를 좀 살리거라
살아서
죽은 뒤에도 살아서
그 무수한 말들을
꼬으고 엮어서
세상을 덮을 천막을 짜 다오
아
이토록 밤은
관능적인데
섹스를 하고 싶어 하고
말하는 것 보다
아
쓰고싶어
하는 것이
더 야한데
밤에 문을 걸어잠그고
창문에 입김을 불어
손가락으로 미끌어지듯
쓰고싶다
시를 쓰고 싶고
내 시가 아직 살아있음을
확인하고 싶고
내 시가 살아서
나를 죽지 않고 살게 하는
목숨붙어있음을
유리판 위를 거니는
검지의 끝으로
쓸어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