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

소설 <창문 없는 방>

by Dichterin 여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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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일생을 돌아봤을 때, 그 순간의 마디마디마다 제 이름이 온전히 불렸을 수많은 일화들 속에서 유독 그것을 슬펐다고 할지, 도대체 어땠다고 해야 할지 아직도 분간이 잘 안 되는 일화, 그 기억을 여자는 떠올리고야 말았다. 그날은 마치 탁구 경기를 보는 것처럼 서로 어떤 포-즈(pause) 없이 핑-퐁- 하고 대화를 주고받은 날이었다.


그다지 경쾌한 매치는 아니었던 것으로 여자는 기억한다.


시간이 많이 지나도 지날수록 선명해지는 기억이었다. 그 응급실의 베드에 누워있을 때였다. 커튼을 ‘ㄷ’ 자로 치도록 되어있어, 커튼과 함께 간이용으로 밀폐된 장소가 제공되었던 때였다.





“성당엘 안 갔어. 너무 오랫동안.” 여자가 힘없이 말했다.


“안 가는 동안 더 괴로웠어?”


“아니, 갔을 때랑 안 갔을 때의 두드러진 차이 같은 것은 없었어.”


“가지 않고 있었다는 사실 자체와 마주하게 된 거구나.”


“이를 테면. 그래도 있지-“


“응.”


“이런 거는 있었어. 그래도 거기 가면 참 조용하게 내 안으로 침잠할 수 있었어.”


“…

그런 걸 좋아했니?”



“뭐, 조금은.

음, 그래. 꽤나.”



“그럼 다시 한번 나가봐. 난 잘 모르지만 그런데 열심히 다니는 사람들은 거길 가면 위로도 받고

또… 용서도 받고 암튼 그런………”


갈수록 남자는 말을 줄였다.

그 남자.

말을 삼켜버린 남자.





“용서?”

여자가 되물었다.


“아니, 그러니까 뭐 네가 잘못을 어떻게 했다라기보다도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그렇다는 말을 하려던 거야.” 남자는 점점 더 자신 없는 모습을 보였다.


“용서. 그래, 구해야 하면 구해야지. 그래야 하는 거겠지. 응당. 그런데 있지, 용서는 하느님한테 말고. 하느님한테 말해주세요 하면서 신부님한테 고하는 것도 말고. 하려면 당신 아내에게 해야지. 당신 아내랑 당신 아기에게. 그리고 바로 당신에게. 하필 나랑 엮이게 된 것에 대해서 나 죄책감 느껴. 줄곧 그래 왔어.”


“아니- 아니야아. 그렇지 않아-”

남자는 거의 울먹이고 있었다. 세상 앞에 무서울 것이 없어 보였던 남자였는데.


“응, 맞다. 그래서였어. 성당에 안 갔던 거. 그게 난 사실 너무 비겁하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리고 거기 가면 나를 너무너무너무너무… 싸구려 작부만도 못하게, 나를 있지… 나를… 나도 아는데, 그래도 그렇게 나를 –“


여자는 이미 자신의 통제를 잃고 있었다.


“진정해야 해. 계속 울면 안 돼. 진정해-“

갑자기 어린아이가 되어버린 듯한 남자가 안절부절못하고 동동거렸다.


종말의 순간은 그렇게 명백하게 찾아오는 것이었다. 결국 서로가 사실은 시베리아 유형지의 헐벗은 죄수들처럼 취약하고 연약하며 사실은 별로 대단할 것도 없는, 오히려 어찌 한 번 제대로 손 쓰기 힘들 만큼 구제불능 상태라는 것을 받아들여야만 하게 되는 것이다.


“이만 가주라. 늦었어. “

얼굴에 묻은 물기를 닦으려고 안간힘 쓰며 여자는 입을 열어 짧은 문장을 터뜨리듯 뱉어내었다.


“네가 지금 이런데, 날 더러 가라면 어떡하라는 거야.”


“네가 생각하는 것만큼 나쁘지 않아. 정말이야.”

여기까지 말하고서 여자는 가쁜 숨을 몰아 쉬었다. 심호흡을 해야만 했다. 그래야 심박이 비로소 조금씩 제 박자대로 뛰어 줄 것만 같았다.



그때였다.




“영주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