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기침은 멎었으나 그녀는 차마 먼저는 입이 떨어지지 않아 눈치만 살피고 있었다.
남자 쪽에서 '그럼 슬슬 일어나 보실까요'라고 했다.
그녀는 테이블 모서리를 짚고 벌떡 일어섰는데 그러느라 의자 다리가 바닥을 조금 소란스럽게 긁었다. 그 소리에 놀라 그녀의 얼굴은 다시금 상기되었다. 이미 남자는 계산서를 손에 쥐고 있었다. 계산서를 거머쥔 남자의 손에 어딘지 모를 자신감이 넘쳤다. 남자는 계산대로 가서 감색 재킷의 안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었다. 계산원은 얼마가 나왔다고 재차 확인해주지 않았고 남자도 묻지 않은 채 둘 사이에는 카드만이 주고받아졌다. 찻값이 얼마가 나온 지 그녀로서는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이것 또한 그녀의 계산에 없던 일이다.
그녀 쪽으로 몸을 돌려 나오며 남자가 말했다.
이제, 식사하러 가실래요?
그녀는 말해야 했다. 오늘은 이만 돌아가고 싶다고. 가급적이면 이다음에 또 보는 것도 안 하는 것이 좋겠다고. 사실은 자신은 맞선을 보러 나올 마음은 없었노라고.
이제 제일 어색한 일만을 앞두고 있었다. 남자는 출입문을 손수 열어주며 그녀를 먼저 내보냈다.
겨우 한 박자를 쉰 뒤에야 그녀는 가까스로 입을 열었다.
식사는 하지 않는 것이 좋겠습니다.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남자는 잠시 물끄러미 그녀를 바라보더니 그때까지만 해도 들고 있던 지갑을 다시 재킷 안주머니에 넣었다. 그녀의 이 말은 남자의 계산에는 있던 말이었을까, 없던 말이었을까? 그녀는 긴장하고 있었다. 혹시 남자가 그럼 찻값은 물어내고 가라고 할까 봐 한 손은 핸드백의 지퍼를 꽉 움켜잡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 남자가 입을 열었다.
그는 알았다고 했다.
모든 것은 그냥 간단했다. 그냥 그렇게 알았다고, 그러면 되는 일이었다. 둘은 처음 만났을 때와 같이 서로에게 깍듯하게 인사를 하고는 헤어졌다. 생각보다 너무 간단했다. 그녀는 괜한 긴장을 했던 것이다. 이제 비로소 핸드백 지퍼를 쥐고 있던 오른손 엄지와 검지를 풀어 자유롭게 해 줄 수 있었다. 그게 뭐라고 어찌나 식은땀을 흘렸는지 핸드백을 열어 그녀는 이제 그만 손수건이라도 꺼내서 얼굴을 좀 눌러주고 싶었다. 게임도 다 끝난 이참에 콧잔등도 박박 닦아내어 꽁꽁 감추느라 애쓴 주근깨들도 훤히 드러내버리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