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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떠보니 시골아이

by 수쥐



나는 어렸을 적 시골에 살았다. 시골에서 태어난 건 아니고 눈떠보니 언젠가부터 시골에서 살고 있었다. 아주 어렸을 땐 다른 데 살았다는데 너무 어려 기억도 안 난다.


마을에 어린이는 나랑 내 동생 혜지, 옆옆옆집 사는 여선이 이렇게 셋이었다. 어른은 30명도 채 안되었다. 아 참 청소년도 둘 있었다. 굳이 말하자면 소도 좀 있었고 개도 세 마리 정도, 닭도 조금 있었다.


어린이가 셋밖에 안되고 그마저도 내 동생은 마음껏 데리고 다니며 놀기엔 나랑 3살 차이가 나 너무 어렸다. 마음 급한 7살이었던 나는 졸졸 따라오는 4살짜리 동생을 기다려줄 여유가 없었다. 유일한 친구는 동갑이 여선이었다. 나는 범생이고 여선이는 말괄량이였지만 우리 둘은 제법 죽이 잘 맞았다.


말 그대로 자연이 놀이터였고 봄에는 풀 뜯고 여름에는 다슬기 잡고 가을에는 일손 돕고 겨울에는 눈사람 뭉치고 그렇게 자랐다. 몸이 작은 아이들에겐 조그만 풀밭도 한참을 놀기 좋은 넓은 마당이었다. 그래서 지루한 줄도 모르고 더 재미난 것들이 세상에 더 많은 줄도 잘 모르고 우리끼리 만든 놀이 하며 쉴 틈 없이 놀았다.


다 크고 나니 그때 생각이 많이 나서 한 보따리씩 풀아보려고 한다. 그저 돌이켜보기만 해도 흰 눈에 씻겨나가듯 마음이 깨끗해지는 기분이 든다. 그리고 이 마음을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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