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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하늘 Nov 04. 2018

라라, 이집트

16화. 하늘색이 변하는 시간


내일은 다시 고버스를 타고 카이로로 간다. 리셉션에 리조트에서 버스 정류장까지 갈 택시를 예약하고 싶다고 하니 잠시만 기다리라고 한다. 이집트는 항상 느끼지만 고객 응대가 늦다. 손님이 기다려도 통화하고 떠들면서 웃다가 아주 천천히 일처리를 한다. 더 신기한 건 고객들도 재촉이 없다. 카페도, 은행도 그랬다. 같이 떠들고 웃다가 나중에야 일을 해달라는 식이다. 여기도 마찬가지구나 느끼면서 한참을 기다리니 저 뒷편에 택시 예약을 받는 스태프한테 가보라고 한다.       


지금은 수영장에서 쉬는 중이다. 바깥을 돌아다면서 사람 구경하기를 좋아하지만 하루의 끝물에서는 가만히 하루치의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비치타올을 빌리고 수영장에 있는 푸근한 바에서 맥주를 마시면서 가만히 하늘을 쳐다본다. 지금은 청량한 하늘색이지만 좀 이따가 분홍빛이 돌고 보랏빛이 되었다가 남색이 될 하늘이었다. 나는 가만히 있고 세상만 변하는 듯한 이 시간이 좋다. 계속 이 시간에 머물렀으면 좋겠다. 


코끼리 팁


한국에서는 할 일이 너무 많고 하고 싶은 일은 그보다 더 많아서 시간에게 가지말라고 애원했다면, 지금은 시간이랑 같이 걷는 기분이 든다. 시간이 밥 먹어, 놀아, 쉬어 알려주면 그대로 살았다. 반드시 해야하는 일이 없어 지루하면서, 이만큼 지루한 시간을 맛본 게 언제였지란 생각을 하면 서글프기도 했다. 

 

버스 정류장 편의점

  

버스정류장에 있던 슈퍼마켓에서 과자랑 군것질 거리를 조금씩 사고 버스에 올랐다. 버스 안에는 여전히 외국인은 없고 휴가를 마치고 카이로로 돌아가는 이집트 가족들이 대부분이었다. 나는 창가 자리에 앉았다. 내 옆자리는 여자 꼬마아이였다. 그 건너편에 앉은 언니랑 지치지 않고 떠들어댔다. 내가 아랍어를 할 수 있었으면 애들이랑 놀았을 텐데 생각했다. 창 밖에는 반짝반짝 빛을 내는 홍해와 모래사막이 펼쳐져 있다. 피곤해도 눈을 감을 수 없는 이유다. 바다와 사막. 이질적인데 같이 있으니까 아름다웠다. 시간은 점점 밤을 향해가고 하늘도 서서히 색을 달리한다. 이집트에 살아봐도 좋겠다고 이 순간은 정말로 다짐했었다.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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