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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하늘 Dec 28. 2018

라라, 이집트

19화. 오고야 마는 마지막_밤, 밤, 밤, 밤

밤 10시쯤의 시간이 가장 좋다. 늦은 밤은 숙소로 돌아와 로비에 둘러 앉아서 각자 하루를 어떻게 보냈는지 보고하는 시간이다. 처음 보는 사람들까지도 로비에 모여앉아 각자 하루치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나는 내일 아침 공항으로 떠나고 칠레 친구도 비슷한 시간대에 비행기를 타고 다음 여행지인 예루살렘으로 떠난다. 친해진 호스텔 스태프도 다합으로 휴가를 떠난다. 눈을 뜨고 난 아침이면 우린 대부분 이곳에서 사라진다. 우린 밤새 각자의 미래를 이야기 했다. '꿈'이라고 하기엔 명확하지 않고 다만 '하고 싶다고 말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 

'세 번째 언어를 배울 것이다' 

'아시아를 여행하고 싶다'

'수영을 배울 것이다'


서로 다른 데서 나고 자란 사람들이 맘껏 서로의 이야기를 한다. 매일이 흥미로운 밤이다. 누군가의 연주를 들을 수도 있고 어쩌다 프리스타일 이집션 랩까지도 들을 수 있다.  

어느 밤 
조식

긴긴 밤이 지나고 다시 아침이다. 짐정리랑 세수까지 일찍 마치고서 로비에서 아침식사를 했다. 그리고 아흐메드랑 노래를 들으면서 놀았다. 아랍어로 된 노래 가사는 못 알아들었지만, 멜로디만 들어도 신났다. 아흐메드는 유투브로 이집트 발라드, 힙합, 대중가요 등 골고루 선곡해주었다. 그중에는 ‘오늘을 살아. 행복은 간단해. 초콜릿을 먹어(?)’ 라는 노래 가사도 있었다. 내 차례가 되어 핸드폰으로 멜론 어플을 켜고 그에게 듣고 싶은 노래를 고르하라고 했다. 그리고 같이 들으면서 가사 내용을 한 줄 정도로 설명해줬다.   


나 : 내가 좋아하는 가수야. 돌아와달라고 하고 있어. 이별한 후에 슬퍼하는 중이야(헤이즈_괜찮냐고)

나 : 이건 배드 가이 노래야. 자긴 다른 여자 만날 건데. 여자보고 자기만 바라보라는 거야(태양_나만봐라바)

아흐메드 : 왓?!!!!   

나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흐메드 : 이집트 노래에서 달은 사랑하는 여자야

나 : 뭐 한국도 비슷해. 달은 영감을 주잖아. 아름답고    


그가 가장 좋아했던 노래는 여자친구의 '밤'이었다. '밤!밤!밤!밤!' 그가 따라부르기 시작했다. '밤은 night이야' 노래 교환식을 마치고 언어가 다른데, 노래에는 무언의 힘이 있어 우리가 엇비슷한 감정을 느낀다고 생각했다. 여행내내 노래가 주는 힘을 자주 경험했다. 사람들에게 치여 우울한 날엔, 부러 신나는 노래를 들었고 생각나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과 들었던 노래를 틀었다. 기분좋은 아침에는 화장을 하면서 가장 좋아하는 노래를 들었고 밤길이 무서울 때는 힙합을 들으면서 괜한 자신감을 충전했다. 노래 덕분에 심심할 수 없었고 지친 순간마다 다시 의지를 모을 수 있었다.      


칠레 친구와 카이로 국제공항을 가기 위해 나섰다. 택시 기사 아저씨에게 공항을 아랍어로 적은 종이를 보여줬고 택시비도 흥정했다. 둘이라서 더 든든했다. 공항으로 가는 길에 나는 한국으로 돌아가기 싫다고 했고 칠레에서 일을 하는 그는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했다. 그는 정확히 자신의 일과, 가족. 모든 일상을 사랑한다고 했다. 그가 부럽다는 생각을 하면서 우린 헤어졌다. 그는 카이로에서 다시 예루살렘으로 가는 여정을 이어간다. 그리고 다시 칠레로 돌아가 사랑하는 일상을 마주할 것이다. 나는 내 일상을 얼마나 사랑하고 있을까. 공항에서 내내 한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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